역사와 미래

세상다담 2012. 7. 1. 05:07

 

   

 

  

 

1943년 11월 8일 월요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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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프는 곧잘 은신처의 쥐죽은 듯한 고요가 부럽다고 말하곤 합니다.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여러 가지 공포는 염두에 두지 않은 말입니다. 우리는 언젠가 좋은 세상이 와서 우리가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리라곤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나도 “전쟁이 끝난다면” 하는 얘길 자주 꺼내지만, 그건 그저 모래 위의 집일 뿐 결코 실현될 수 없는 꿈이죠.

 

   은신처에 사는 우리 여덟 명, 이 여덟 명이 내게는 검은 먹구름에 둘러싸인 아주 작은 한 조각의 푸른 하늘처럼 여겨집니다. 우리가 서있는 이 뚜렷이 구분된 둥근 공간은 아직까지는 안전하지만, 주위의 검은 먹구름이 점점 다가와, 조여 오는 위험으로부터 나를 격리시켜 주는 이 원을 자꾸만 좁혀 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위험과 암흑에 완전히 포위되어 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도망갈 길을 찾으며 서로 부딪치고 있는 거지요. 아래 세상을 보면 인간끼리 서로 싸우고 있고, 위로 보면 평온하고 아름답습니다. 그 사이에서 거대한 먹구름은 우리를 막아섭니다. 우리를 위로도 아래로도 못 가게 하면서, 마치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벽처럼 가로막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를 으깨 버릴 듯이 억누르지만, 아직 거기까지는 이르지 않았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울면서 부디 그 검은 원이 물러나 우리 앞에 길이 열리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뿐입니다.

 

(...)

 

: 안네의 일기, 207쪽, 안네 프랑크, 문학사상사, 2012.2.13. (초판 58쇄)

 

 

 

※ 안네의 일기에 따르면, 안네는 1929년 독일의 상업도시 프랑크푸르트에서 유대인 은행가 오토 프랑크(Otto Frank)와 어머니 에디트(Edith) 사이에서 태어났다. 에디트는 독실한 개혁파 유대교 신자여서 - 현대 유대교는 토라의 엄격한 준수를 주장하는 정통주의 유대교, 토라의 느슨한 준수를 주장하는 개혁파 유대교로 구분된다 - 큰 딸 마르고트와 작은 딸 안네도 어려서부터 시나고그에서의 유대교 예배에 참여하여 유대교 신앙을 배웠다. 1933년에 나치당의 히틀러가 독일의 정권을 잡으면서 유대인들에 대한 교육, 교통, 거주지등에서의 인종차별이 실시되고, 1938년 17세 소년 헤어쉘 그린츠판이 거주의 자유 박탈에 항의하다 파리주재 독일대사관 3등 서기관 에른스트 폼 라트를 살해한 사건을 구실로 유대인들에 대한 집단 테러를 가한 범죄인 수정의 밤 사건을 시작으로 유대인들에 대한 학살(홀로코스트)가 일어나자, 삼촌들은 미국으로 망명하였으며,안네 프랑크의 가족도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으로 망명했다. 당시 대다수의 유럽국가들은 히틀러가 유대인 정책을 강제 추방에서 강제수용소 수용 및 학살로 바꿀만큼 유대인들의 망명을 좋아하지 않았고 영국의 경우 재정후원이 있는 경우에만 어린이의 망명을 허락했다. 그래서 유럽 국가들은 제2차세계대전이 끝난 후에 홀로코스트를 묵인한 공범이라는 비평을 받았다. 몬테소리 학교에서 개별 자유 수업을 받았으며, 중학교는 유대인 중학교에 진학하였다. 그 이유는 1938년 이후 유대인들을 유럽사회에서 소외시키려는 나치의 인종차별 실시로, 학교 진학에서도 차별을 받았기 때문이다. 13살 생일에 (후에 《안네의 일기》라고 불리게 된) 붉은 체크 무늬 일기장을 선물로 받았다. 안네는 일기장에게 “키티”(Kitty)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으며,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시작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출처:위키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