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사회

세상다담 2012. 7. 24. 15:58

 

  

 

   

   글을 쓰다가 막힐 때 머리도 쉴 겸 해서 시를 읽는다. 좋은 시를 만나면 막힌 말꼬가 거짓말처럼 풀릴 때가 있다. 다 된 문장이 꼭 들어가야 할 한마디 말을 못 찾아 어색하거나 비어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도 시를 읽는다. 단어 하나를 꿔오기 위해, 또는 슬쩍 베끼기 위해. 시집은 이렇게 나에게 좋은 말의 보고다.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를 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 피고 낙엽 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애송시 100편』에 실린 시들은 신문에 연재되기 전에도 거의 다 읽은 적이 있는 시들이다. 문학소녀 시절에 줄줄 외던 시들도 여러 편 포함돼 있다. 그게 반가워서 다시 한 번 시를 외워보려고, 시를 욀 때마다 찾아오는 그 가슴 울렁거리는 청춘의 기쁨을 맛보려고 이 시집을 샀다. 시는 낡지 않는다. 시간이 지났다고 한물가는 시는 시가 아닐 것이다.

   

: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215~216쪽, 박완서, 2012.1.20. (초판 22쇄)

   

 

 

1권 : 해- 박두진 남해 금산- 이성복 꽃- 김춘수 사평역에서- 곽재구 한 잎의 여자- 오규원 대설주의보- 최승호 빈집- 기형도 목마와 숙녀- 박인환 별들은 따뜻하다- 정호승 겨울 바다- 김남조 귀천- 천상병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백석 잘 익은 사과- 김혜순 광야- 이육사 성탄제- 김종길 혼자 가는 먼 집- 허수경 저녁의 염전- 김경주 그릇1- 오세영 문의마을에 가서- 고은 전라도 가시내- 이용악 6은 나무 7은 돌고래,열 번째는 전화기- 박상순 쉬- 문인수 향수- 정지용 빼앗긴 들어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바람의 말- 마종기 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바다와 나비- 김기림 봄바다- 김사인 달은 추억의 반죽 덩어리- 송찬호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장정일 노동의 새벽- 박노해 그리스도 폴의 강1- 구상 생며의 서- 유치환 칼로 사과를 먹다- 황인숙 농무- 신경림 진달래 꽃- 김소월 반성 704- 김영승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국토서시- 조태일 투명한 속- 이하석 보리피리- 한하운 솟구쳐 오르기2- 김승희 낙화- 조지훈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철길- 김정환 거짓말을 타전하다- 안현미 감나무- 이재무 인파이터-코끼리군의 엽서- 이장욱 맨발- 문태준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2권 : 풀- 김수영 즐거운 편지- 황동규 동천- 서정주 묵화- 김종삼 사슴- 노천명 저녁눈- 박용래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우리가 물이 되어- 강은교 님의 침묵- 한용운 삽- 정진규 푸른 곰팡이-산책시1- 이문재 산문에 기대어- 송수권 산정묘지1- 조정권 순은이 빛나는 이 아침에- 오탁번 사라진 손바닥- 나희덕 소- 김기택 어떤 적막- 정현종 우리 오빠와 화로- 임화 긍정적인 밥- 함민복 박꽃- 신대철 겨울-무로부터 봄-나무에로- 황지우 너와집 한 채- 김명인 어디로?- 최하림 서시- 윤동주 봄- 이성부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김선우 나그네- 박목월 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 수묵 정원9-번짐- 장석남 울음이 타는 가을 강- 박재삼 눈물- 김현승 섬진강1- 김용택 의자- 이정록 이탈한 자가 문득- 김중식 방심- 손택수 마음의 수수밭- 천양희 절벽- 이상 조국- 정완영 일찍이 나는- 최승자 갈대 등본- 신용목 해바라기의 비명-청년 화가 L을 위하여- 함형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김광규 서시- 이시영 낙화- 이형기 추일서정- 김광균 참깨를 털면서- 김준태 가지가 담을 넘을 때- 정끝별 비망록- 김경미 오산 인터체인지- 조병화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 8점
  박완서 지음/현대문학

 

여성문학의 대표적 작가 박완서의 산문집. 사람과 자연을 한없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건져 올린 기쁨과 경탄, 감사와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내 소유가 아니어도 욕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음과 “살아 있는 것들만이 낼 수 있는 기척”을 감지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작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죽음과 가까워진 생에 대한 노작가만의 성찰도 담겨 있다.

 

     

“그런데 왜 시가 쓸모 없는 것 취급을 받았을까요?”
“무엇에 쓸모 있느냐가 문제였지. 그 시절 사람들은 몸을 잘 살게 하는 데 쓸모 있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마음을 잘 살게 하는 데 쓸모 있는 건 무시하려 들었으니까.”
“그럼 몸이 잘 사는 것과 마음이 잘 사는 것은 서로 다른 건가요?”
“암, 다르고말고. 몸이 잘 산다는 건 편안한 것에 길들여지는 거고, 마음이 잘 산다는 건 편안한 것으로부터 놓여나 새로워지는 거고, 몸이 잘 살게 된다는 건 누구나 비슷하게 사는 거지만, 마음이 잘 살게 된다는 건 제각기 제 나름으로 살게 되는 거니까.”

: 자전거 도둑, 93쪽('시인의 꿈' 중에서), 박완서, 다림, 2011.1.28. (초판 71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