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독서·토론

세상다담 2012. 10. 22. 23:50

 

  

  

  

   당시 나는 주제넘었다. ‘ 정확한 인생의 목표도 없으면서 대학에 가겠다니… ’ 라며 세상에 떠밀려 대학에 가는 풍조를 비판하곤 했다. 그러나 이젠 내 차례였다.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희망이 사라지자, 그 자리를 메울 만한 대안이 없었다. ‘하고 싶은 일’이 없어졌을 때 대학은 내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었다. 어찌어찌해서 입학원서는 냈다. 하지만 그런 마음가짐으로 공부가 제대로 될 리 없었다.

  

   주위에서는 일단 대학에는 입학해 두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권했지만 그렇게 말하는 ‘ 일단 ’이 난 아주 싫었다. 미식축구부도 그만두었고, 영화 촬영도 끝냈다. 그리고 입시공부마저도 하지 않는 나. 내가 시간낭비를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알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목표 없는 생활을 한다는 것이 이토록 괴롭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관동을 제패한다, 도야마 축제다 하며 바쁘게 살아온 것에 대한 반동이었는지도 모른다.

 

   순식간에 반년이 지나갔다.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대부분의 친구들이 대학에 진학했거나 재수학원을 찾아다니는 등 분주하게 ‘새로운 길’을 시작하고 있었다. 돌아보니 덩그러니 나 혼자만 남았다.

  

   그때 어떤 친구가 이런 말을 해주었다.

 

“ 오토, 너무 이상(理想)에만 매달리지 마, 우린 이제 겨우 열여덟 살이야. ‘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 결정되어 있는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아. 물론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꼭 배워둬야 하니까 대학에 간다면 좋겠지만,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대학에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이 말 한마디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래, 대학에 가자!

 

: 오체 불만족, 184~185쪽, 오토다케 히로타다, 창해, 2011.3.17. (2판 36쇄)

 

 

  ♣ 오토다케 히로타다 : 1976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태어나면서부터 팔다리가 없었고 성장하면서 10센티미터 남짓 자라났다. 그는 자신의 장애를 단순한 '신체적 특징'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팔다리가 없는 나만이 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마음의 장벽 없애기(Barrier Free)'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 시대를 사는 중,고등학생이라면 한번씩 던져보았을 질문입니다. 오토다케 히로타다의 삶에서 다시한번 용기를 얻고 갑니다.
그래요. 대학이라는 것도 훌륭한 수단 중의 하나겠죠?
물론... 유일한 수단은 아니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