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독서·토론

세상다담 2012. 12. 4. 01:04

 

  

  

  

서문. 중학생들과 함께 책읽기

     

○ 잘못된 독서 교육 사례

  

   처음 수업을 하는 선생님들은 대부분 책 내용을 전달하는 데 시간을 많이 쓴다. 중학생들은 학교에서 실제 생활에 적용하기 힘든 개념이나 법칙 같은 지식을 습득하느라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독서 논술 공부를 하면서 또 암기를 하거나 배경 지식을 넓히기 위해 수업을 한다면 똑같은 복제품 논술이 나올 것이다.

  

   아이들은 종종 시험이 끝나는 순간 배운 내용을 다 잊어버렸다고 말한다. 부모나 교사는 그 말을 듣고 걱정을 하기는커녕 새로운 지식을 넣으려면 머리를 비워야 한다며 웃어넘긴다. 아이들은 이런 어른들 태도를 보면서 교육은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수단이지 다른 쓸모는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독서 수업에서 교재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은 당연히 먼저 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교사가 분석하고 이해한 것을 전달하는 것보다는 분석하는 방법이나 이해하는 방법을 가르쳐서, 아이들이 스스로 교재를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더록 도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마도 교사는 모든 책들을 일일이 분석해서 아이들이 암기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수업을 하다 보면 아이들의 지적 호기심이 놀라울 정도로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 스스로 호기심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끈기 있게 기다리고 격려하지 못하고 정답이라며 냉큼 새로운 지식을 말해 버릴 때가 있다. 이럴 때 아이들은 솔깃해서 듣기는 하지만 탐구심이 사라져 금세 잊어버리거나 생각을 발전시키지 못한다. 교사가 정말 꼭 기억해야 할 것은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가능하면 독서 논술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이미 알고 있거나 학교에서 배운 지식들을 이용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이를 바탕으로 토론하고 논술문을 쓸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독서 논술 수업에서는 학생의 경험을 이해하고 지식과 창의성을 살려 주어야 한다.

그리고 학생이 자기 주관을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수업이 실패하는 원인으로 화려한 독후 활동을 들 수 있다. 물론 주제에 맞는 독후 활동은 수업 내용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하고 실제 생활에 적용하거나 다른 공부 시간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책 만들기, 독서 신문, 만화로 표현하기, 광고 제작하기 같은 독후활동을 할 때, 아이들은 종종 예쁘고 멋지게 꾸미거나 그리는 것에 집착해서 본래 의도를 잊어버리곤 한다. 그렇게 만든 결과물은 보기에 좋아 아이들은 다음 수업에서도 계속하려고 한다. 멋진 결과물 때문에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환영받지만 그것이 사고력이나 창의력을 키워 주지는 않는다.

  

   수업하기 가장 힘든 때는 학생이 책을 읽어 오지 않았을 때다. 특히 책을 안 읽은 아이가 조용히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오히려 더 열띤 토론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주제는 원래 목표와 상관없이 최근에 이야깃거리가 되는 사건으로 흘러간다. 논리적 사고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생각의 덩어리가 아니다. 주장이나 근거는 학생이 알고 있는 지식과 책의 내용이 만나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같은 책을 읽었다는 것은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것으로 토론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학생들은 흥미가 없어서, 독해력이나 어휘력이 부족해서, 시간이 모자라서 같은 여러 가지 이유로 책을 읽지 않는다. 무조건 책을 읽는 게 중요하니 읽으라고 하는 것보다는 책을 읽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학생과 이야기를 해서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것이다. 책을 읽지 않으면 수업을 할 수 없다. 특히 요즘 가장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는 논술 공부에서 읽기는 반드시 해야 하는 바탕이다. 읽기와 쓰기는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편의 글을 꼼꼼하게 분석하는 과정을 뒤집어서 생각해 보면 그것이 곧 쓰기의 과정이다. 또한 학생이나 교사가 어쩔 수 없이 마음에 두고 살피는 우리나라 논술 시험에서는 논제와 함께 대부분 제시문이 나온다. 따라서 제시문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책을 읽는 약속을 잘 지켜 습관이 될 때까지는 중학생 수준의 주제를 담고 있는 그림책, 동화, 우화들을 함께 읽고 공부하는 방법도 있다. 우리 조상들은 배움이란 나무를 심어 봄에는 그 꽃을 즐기며 놀고, 가을에는 그 열매를 따는 것과 같다고 했다. 학생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서두르지 말고 책부터 열심히 재미있게 읽도록 지도해야 할 것이다. 

     

  

: 중학생 독서 논술, 서문(8~15쪽) 中에서, 이소영, 해오름, 2011.1.1. (2판 1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