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사회

세상다담 2013. 3. 20. 06:32

 

   

  

    

권력층에 의한 맥락화의 학습과 세뇌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 사회철학자 칼 폴라니(Karl Polanyi)는 일찍이 ‘맥락화의 함정’에 대해 경고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복잡해서 한 가지 틀로 이해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하거나 유사한 것들을 하나로 묶어 그것이 마치 거부할 수 없는 대세인 양 대중을 현혹하거나 지배하려 든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화의 함정은 지금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금기시되는 것은 공산당이다. 한국전쟁의 참상이 민족의 DNA 속에 깊이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공산당에 대한 거부감은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이론의 여지가 없는 당위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반공’이라는 우산 밑에 슬쩍 끼워넣은 또 다른 우산들이다. 누군가 반공의 우산 아래 ‘사회주의’라는 우산을 끼워 넣으면, 반공산당과 반사회주의는 분명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 둘은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되어 사회주의자라는 말이 곧 공산당과 같은 나쁜 맥락을 형성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또 누군가가 이 사회주의의 우산 아래 ‘시장’이라는 또 다른 우산을 슬쩍 끼워 넣으면, 시장경제에 대한 비판과 반론은 곧 사회주의에 찬성하는 것이 되고 그것은 다시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시장경제의 폐해에 대해 지적하는 것은 반시장적이고 사회주의적이며 결과적으로 빨갱이라는 맥락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다음에는 또 다른 누군가가 시장의 우산 아래 ‘기업’이라는 우산을 슬쩍 끼워 넣으면 맥락화의 부비트랩은 고구마줄기처럼 이어진다. 이 경우 일부 기업의 탈세와 지배구조, 독점과 과점을 지적하는 것은 반기업적 사고가 되고 반기업적 사고는 곧 반시장, 사회주의, 공산당과 같은 맥락을 형성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끝이 없어서 누군가가 그 아래에 ‘재벌’이라는 우산을 다시 끼워 넣으면 이번에는 재벌체제의 문제점을 거론하는 것은 ‘ 반재벌→반기업→반시장→사회주의→공산당 ’ 으로 연결되어 ‘ 재벌을 반대하는 것은 공산당 ’ 이라는 은밀한 맥락화의 올가미가 덧씌워진다. 그 결과 사람들은 재벌이나 대기업 또는 자본주의의 문제점, 시장경제의 부작용, 신자유주의의 폐해 등을 거론하는 데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좌파’라는 말이 나쁜 뜻이 아님에도 좌파로 규정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그렇게 규정되지 않기 위해서 말을 조심하게 된다. 결국 비판의 목소리는 가라앉고 기득권에 유리한 것들만 옳고 친기업적이며 시장주의적이고 자본주의적이며 반공적인 것으로 찬양되는 것이다.

  

  

비판을 두려워하면 미래는 없다

  

   이런 맥락화는 물론 그것으로 이익을 보는 세력에 의해 은밀하게 학습되고 세뇌된다. 그러므로 그것을 간파하기란 쉽지 않고 설령 간파한다고 해도 용기를 내어 말하기는 더 어렵다. 시스템에서 비주류가 되는 것은 늘 두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장이 뜨거운 청년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미래의 주인은 청년이고, 청년에게는 스스로 주인이 되어 살아갈 세계의 문제점을 간파하여 스스로의 손으로 고치고 발전시키고 다듬어야 할 의무가 있다. 기성세대가 물려준 유산을 계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것을 고치고 개선시켜서 발전시키는 것도 청년들의 몫이다. 그러므로 청년들이 맥락화의 함정에 빠져서 비판을 두려워하고 거기에 순응한다면, 그것은 자신들의 미래를 스스로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 당신이 만약 뜨거운 심장을 가졌다면 이런 맥락의 함정을 과감하게 벗어나라.

  

: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109~111쪽, 박경철, 리더스북, 2011.10.1. (초판 1쇄)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 10점
  박경철 지음/리더스북

 

시골의사 박경철이 이 시대 청춘에게 던지는 통렬한 자기혁명의 메시지. 이 책은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후회를 담은 시행착오의 기록’이라는 그의 말처럼 치열했던 고뇌의 기록인 동시에, 청년들과 나눈 소통의 흔적이며, 함께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자아인식, 사회비판, 책읽기, 글쓰기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는 이 책은 자신과 사회의 미래를 고민하는 청년들과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는 계기를 만들어줄 것이다.

 

 

 

책으로 담는 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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