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영혼

세상다담 2013. 3. 23. 15:28

 

   

  

    

파우스트   자네 이름이 뭔가?

 

메피스토펠레스   그 질문은 시시한 것 같은데요. 말(言)이란 걸 그다지도 경멸하시고 일체의 외관을 훨씬 초월해서 본질의 깊은 곳만을 탐구하시는 분으로선 말입니다.

 

파우스트   너희 같은 부류에 대해선 이름만 들어도 대강은 정체를 짐작할 수 있지. 파리의 신, 파괴자, 사기꾼이란 이름만 들어도 그 얼마나 분명하게 알 수 있겠는가? 그건 그렇고, 자넨 대체 누군가?

※ 파리 : '악마' 혹은 '사탄'. 동물이나 사람 시체 주변에서 파리가 생기기 때문에 가장 더럽고 추악한 것이라 상징되어  고대 히브리어에서는 사탄을 파리들 중의 왕이라고 표현하였다.

 

메피스토펠레스   항상 악을 원하면서도 항상 선을 창조해 내는 힘의 일부분입지요.

 

파우스트   그 수수께끼 같은 말은 무슨 뜻인가?

 

메피스토펠레스   소생은 항상 부정(否定)을 일삼는 정령입니다! 생성하는 모든 것은 멸망하게 마련이니 그게 당연한 것 아닐는지요. 그러니 아예 아무것도 생겨나지 않는 편이 낫겠지요. 당신들이 죄라느니, 파괴라느니, 요컨대 악이라고 부르는 모든 것이 제 원래의 본성이랍니다.

 

파우스트   자네는 자신을 일부라고 하면서, 내 앞에 서 있는 건 전부가 아닌가?

 

메피스토펠레스   조그만 진리를 말씀드려야겠군요. 조그만 바보의 세계를 이룬 인간이 스스로를 보통 전체라고 생각하지만 - 소생 따위는, 처음에 전체였던 일부분의 또 일부분이랍니다. 저 빛을 낳은 암흑의 일부분이지요. 저 오만한 빛은 모체인 밤을 상대로 옛 지위, 즉 공간을 빼앗으려 싸움을 벌였지만, 아무리 애를 써봤자, 그건 안 될 일입니다. 빛이란 결국 물체에 달라붙어 있기 때문이에요. 빛은 물체에서 흘러나오고 물체를 아름답게 하지만, 물체는 빛의 진로를 가로막지요. 그리하여 제가 바라는 대로, 오래지 않아 물체와 더불어 빛도 멸망하게 될 것입니다.

 

파우스트   이제야 자네의 고상한 사명을 알겠구먼. 자네가 대규모로는 아무것도 파괴할 수 없으니까 이제 조그만 것부터 시작하려는 것이렷다.

 

메피스토펠레스   물론 많은 일을 해내지는 못했습니다. 무(無)와 맞서고 있는 그 무엇, 이 볼품없는 세계에 대해 벌써 여러 차례 시도해 보았지만, 도저히 그것을 장악할 수 없더군요. 파도, 폭풍, 지진, 화재 등 온갖 것 다 동원해도 결국 바다도 육지도 멀쩡하게 남아 있더라고요! 게다가 동물이니 인간이니 하는 빌어먹을 족속들 도무지 손도 쓰지 못할 만큼 질기더란 말입니다! 벌써 얼마나 많은 놈들을 땅에 묻었던가요! 하지만 여전히 새롭고 신선한 피가 순환하고 있는 겁니다. 일이 계속 이 지경이니, 정말 미칠 노릇이에요! 공기, 물 그리고 땅에서 수많은 새싹이 돋아납니다. 메마른 곳, 축축한 곳, 따뜻한 곳, 심지어는 추운 곳에서까지!

 

  

: 파우스트 1, 78~82쪽,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민음사, 2005.11.25. (초판 23쇄)

  

  

 

  파우스트 1 - 10점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정서웅 옮김/민음사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의 거래를 거쳐 젊음을 되찾은 파우스트가 지순한 사랑의 화신 그레트헨을 만나는 이야기부터 1백살에 이른 노년에 자연과 인간의 조화에 눈을 뜨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그레트헨의 사랑으로 구원을 받아 승천하는 파우스트의 머리 위에서 울리는 합창소리 중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 올리도다'라는 마지막 행은 60여년 동안 이 작품에 매달린 괴테가 인류에게 던지는 결론을 담고 있다.

 

 

 

책으로 담는 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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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지상에 살고 있는 동안에는 네가 무슨 유혹을 하든 말리지 않겠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니까. (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