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사회

세상다담 2016. 12. 29. 23:02


 

 

 

 

   흔히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인간은 그다지 지조를 지키는 존재가 못 된다. 인간은 흘러넘치는 욕구를 근거 없는 약속으로 감출 때가 많다. 이와 관련된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대다수가 신의를 최고의 덕목으로 꼽는다. 물론 설문조사는 은밀한 동경과 바람을 파악하는데 꼭 적합한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특히 그 바람이 지배적인 인습과 충돌할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이 밖에도 우리 인간은 자신을 속이는 행동을 자주 한다. 떡 벌어진 어깨에 주먹을 휘두를 것 같은 폭력배와 마주치기 전까지는 대담하고 겁 없는 태도를 취하기도 하며, 또 언제까지나 지조를 지킬 것처럼 행동하지만 눈길을 끄는 사람이 호의를 베풀 때는 달라진다. 오랫동안 맺어온 그 수많은 관계 중에 지조를 깰 만한 유혹이 다가올 때 계속 신의를 유지할 수 있는 관계는 얼마나 될까? 이런 상황에서 외도의 기회는 흔히 외도를 하게 되는 이유가 아니던가! 상대를 바꿔가며 성적 접촉을 하고 싶은 욕구는 인간적인 특징이며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도 전혀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조류의 경우 모든 종의 약 90%가 일부일처제 방식으로 짝짓기를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것은 단지 부화기에만 제한되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포유류는 일부일처제 생활이 겨우 3%에 지나지 않는다. 이른바 ‘정절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의 혈중 농도가 비교적 높은 들쥐도 여기에 해당된다. 유인원 중에서 일부일처제 생활을 하는 종으로는 긴팔원숭이가 있다. 이와 달리 인간과 가장 가깝다는 오랑우탄과 고릴라는 일부다처제 생활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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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생태계의 배경을 감안할 때, 우리 인간이 배우자를 속여 가며 한 번이 아니라 수도 없이 관계를 이탈하는 현상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이런 이탈욕구는 관계가 안정된 생활 형태에서도 나올 수 있다. 자신의 육체적 능력과 매력을 확인하거나 또는 따분한 일상생활에 에로틱한 자극을 주기 위함이다. 사람은 자신의 존재감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어 하며 감각적인 삶에 관심이 끌린다. 감각적인 삶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랑에 빠지는 것은 아닐 것이므로 단지 서로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찾아 유리한 기회를 활용하기만 하면 된다. 왜 이런 기회를 이용하면 안 된단 말인가?

 

   새로운 자극거리를 찾아냈는데도 낡은 것에 만족하는 경우는 드물다. 먼저 유혹에 넘어가는 것이 끝내 유혹에서 벗어나는 최선의 방법일 수도 있다. 오스카 와일드는 이런 심리를 과장해 이렇게 표현한다. ‘배우자에 대한 지조는 감정의 체험을 위한 것이며, 정신적 삶에서는 정체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정신적 실패를 고백하는 거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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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학자 조지 피터 머독George Peter Murdock이 상세한 연구로 입증한 바에 따르면 일부일처제를 법적으로 채택한 문화는 인류 전체의 5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여자에게 생식기 팽창이 없는 것이나 긴 섹스 시간, 비교적 가벼운 남자의 고환은 섹스 생물학적 측면에서 본다면 일부다처제, 즉 ‘다수의 아내’라는 성향을 말해준다. 그런 면에서 일부다처제가 인간에게는 적합한 생존방식인 것으로 보인다. 비록 일부일처제가 인간 문화를 규정하는 생활형태가 되었다고 해도, 거의 모든 생물학적 증거들은 평생 일부일처제의 틀을 유지하는 번식 체계에 반하는 특징을 띠고 있다. 우리 인간이 한 여자 또는 한 남자에게 속하도록 정해지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인간의 본성은 일부일처제에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일부일처제가 무의미하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자연의 본성에서 반드시 윤리적, 법적 규칙이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 속에서는 수없이 많은 폭력과 살상이 일어나지만 우리는 절대로 이런 현상을 옳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인간의 수많은 계율은 보다 인간적인 사회를 위해 의도적으로 일정한 자연의 힘을 억제하는 데 맞춰져 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계율은 지키지 않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 계절의 주기에 따른 성적 충동이나 부화기가 따로 없는 인간이 지속적으로 일부일처제의 생활을 유지한다는 것은 의문이다. 따라서 일부일처제라는 제도는 부분적으로는 마치 물에 글씨를 쓰려는 시도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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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다처제의 성윤리는 오늘날의 인식에서도 여전히 사회적인 구조로 남아 있기는 하지만 최종 관계로 볼 때는 생물학적인 명령에 기초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이런 사실 때문에 현대 생물학이 전통적인 역할 분담과 성불평등의 근거를 뒷받침한다는 것은 여자로서는 무척이나 분개할 일이다. 역할 분담과 성의 불평등은 자연의 번식 메커니즘에 기초한다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이런 전통 속에서 바람을 피우는 여자는 수천 년 동안 매춘부나 방탕한 여자, 색욕이 강한 여자로 비난을 받고 법적인 제재가 가해진 것이다. 반면에 지조를 지키지 않는 남자는 바람둥이나 지각없는 카사노바 정도로 묵인되어 적당히 쾌락을 즐겼다. 지금까지의 거의 모든 문화가 여자보다 남자에게 훨씬 많은 성적 자유를 주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칸트는 여자의 ‘정조’가 혼전 순결과 남편에 대한 지조에 있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정조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밖에서 아이를 밴 여자에게 아이를 죽이거나 스스로 생명을 끊도록 강요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혼전 성 경험이 있는 여자는 집안의 체통을 망친 것으로 간주했다. 괴테의 《파우스트》 1부에서도 이런 여자는 ‘정조를 잃은 것’이라고 표현한다. 정조를 잃은 여자는 공개적인 모욕을 당했고 채찍질을 당하거나 도시에서 추방되었다. 테오도르 폰타네는 이렇게 완고한 전통을 ‘전적으로 터무니없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지금은 이 같은 일을 찾아볼 수 없다.

 

   오늘날 서구 여성은 사회적인 질서에서 이탈했다고 해서 그 대가로 문학작품에 나오는 안나 카레니나, 에피 브레스트, 보바리 부인 같은 삶을 치르지는 않는다. 톨스토이와 폰타네, 플로베르의 작품에 등장하는 이 여자 주인공들이나 슈니츨러의 소설에 나오는 많은 여자 주인공들은 과거에도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도 어느 정도는 공식적인 배우자 외의 상대와 비밀연애를 한 관행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여자가 남자와 직장에서 경쟁을 벌이는 여성해방의 시대에는 이런 현상이 흔한 것이 되었다. 자신의 소득이 생김으로써 경제적인 독립이 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피임수단이 다양해진데다가 남자도 자녀양육이나 가사를 돌보는 일이 늘어남에 따라 성적 평등이 대폭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중간 계층의 경우 그동안에 정서적으로 성의 장벽이 폭넓게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여성은 자의식이 더 강해졌고 독립적이며 지적인데 비해 남성이 오히려 조심스럽고 수다스러워졌으며 더 감성적으로 변했다. 그래도 어쨌거나 아무 감정이나 겁도 없이 이기적으로 수많은 여자를 유혹하는 ‘멋쟁이 스타일’이나 ‘마초’는 여전히 존재한다.

 

   요즘 남편의 핏줄이 아닌 ‘뻐꾸기 아이’(아내가 남편 외의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고 낳은 아이-옮긴이)의 비율은 약 1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동안에 지속적인 지조에 대한 믿음은 추락한 것이다. 새로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배우자에 대한 지조를 쉽게 허문다. 서로에 대한 감정이 식은 이후에 배우자에 대한 지조를 지킨다는 것은 엄청난 금욕 생활을 견뎌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엄격한 일부일처제는 자연의 이치에 맞지 않으며 자연현상을 거스르는 문화적인 기준일 뿐이다. 일부일처제는 어떤 이유에서든 남녀가 원초적으로 지니고 있는 난교 성향을 실천할 수 없는 상황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는 ‘미덕을 갖춘 여자는 청혼을 받지 않은 여자다’라는 냉소적인 표현을 한다. 다시 말해 지조란 자발적으로 기만을 포기하는 것이라기보다 기회와 상상력이 부족한 데서 온다는 의미다.

 

: <불륜예찬>, 140~152쪽, 프란츠 요제프 베츠, 율리시즈, 2013.8.26..(초판 1쇄)

 

 


 

불륜예찬 - 6점
프란츠 요제프 베츠 지음, 송명희 옮김/율리시즈

일부일처제란 마치 물에 글씨를 쓰려는 시도만큼이나 어려운 것이라며, 성공적인 애정생활을 위해 다양한 인습과 단절하라고 선언하는 ‘뻔뻔한’ 책이 있다. 우리가 문화적인 질서라는 틀로 눌러두려 했던 ‘유희적 본능과 섹스 충동’이라는 주제를 꺼내 생생하고도 숨김없이, 과감하게 파헤친다. 책은 옳다 그르다는 판단에 앞서, 황홀한 자극과 안정된 결혼생활을 다 가지려는 인간의 오랜 욕망은 얼마나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는지 그 근원에서부터 들여다봄으로써... 

 


 

 

 

「독서클럽 진주」 2017년 1월 의견나눔 정기모임

 

♣ 일 시 : 2017년 01월 06일 (금) 저녁 7시      ♣ 장 소 : 경남 진주시 가좌동, 예누

♣ 선정도서 : 불륜예찬(프란츠 요제프 베츠)     ♣ 모임내용 : 선정도서에 대한 의견 나눔

 

2017년 1월 「독서클럽 진주」63회 의견나눔 정기모임이 열립니다. ^^*

1월 의견나눔 정기 모임은 <불륜예찬> 책을 참고로 토론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불륜, 필요하다!   vs.   불륜, 해선 안된다!

 

 

독서클럽 진주, 의견나눔 정기모임 ( 理性, 패널토론, 실용도서 중심 ) : 매월 번째 금요일 저녁 7시

독서클럽 진주, 느낌나눔 정기모임 ( 感性, 원탁토론, 문학도서 중심 ) : 매월 번째 목요일 저녁 7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