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영혼

세상다담 2017. 4. 26. 23:51




여자가 말했다. “그동안 겪은 일들 때문에 이 세상의 고통 받는 아이들에게 엄청난 공감을 갖게 되신 것 같습니다.” “아이들뿐만이 아니에요. 사람들은 온갖 방식으로 감금돼 있어요.” 여자는 헛기침을 하고 무릎에 놓인 종이를 보았다. “아까 잭을 상당히 잘 키워냈다고 하셨는데요. 물론 아직 다 끝난 일은 아닙니다만. 이제 가족과 많은 전문가들에게서 도움을 받고 계시죠.” “사실은 더 힘들어요.” 엄마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우리의 세상이 가로세로 11피트 크기였을 때는 통제하기가 더 쉬웠어요. 지금은 정말 많은 것들이 잭을 놀라게 하죠. 하지만 난 언론이 아이를 정신박약이라든지, 야생소년으로 부르는 게 정말…….” “네, 잭은 정말 특별한 아이죠.” 엄마는 어깨를 으쓱했다. “잭은 그저 인생의 첫 다섯 해를 이상한 곳에서 지낸 것뿐이에요.” “아이가 그 시련에 의해 형성되었다고, 손상되었다고 생각하시지는 않으시는군요.” “잭에게는 시련이 아니었어요. 그저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일 뿐이었죠. 그리고 네, 사람들은 누구나 무언가에 의해 손상되잖아요.” “분명 아이는 회복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딛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방금 갇혀 있었을 때는 잭을 통제하기가 더 쉬웠다고 하셨는데요.” “아뇨. 잭이 아니라 물건들을 통제하는 게 더 쉬웠다고요.” “세상으로부터 아드님을 보호하겠다는 거의 병적인 의무감을 느끼실 것 같은데요. 이해가 갑니다.” “네. 어머니란 게 원래 그렇죠.” 엄마는 거의 으르렁거리듯이 말했다. “잠긴 문 안에서 살았던 생활에서 그리운 점이 혹시 있나요?” 엄마는 모리스를 돌아보았다. “이렇게 멍청한 질문을 해도 되는 건가요?” 부풀린 머리를 한 여자는 한 손을 들었고, 다른 사람이 물병을 건네주었다. 여자는 한 모금 마셨다. 클레이 박사는 손을 들었다. “잠깐 제가 한마디……. 제 환자는 한계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만. 아니, 이미 지나친 것 같습니다.” “휴식이 필요하시면 나중에 계속해도 됩니다.” 여자가 말했다.






엄마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다 해버릴래요.” “그러죠, 그럼.” 여자는 다시 로봇 같은 가짜 미소를 활짝 지었다. “한 가지 다시 짚어 보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요. 잭이 태어났을 때, 시청자 중에 궁금해 할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 단 한순간이라도 혹시…….” “뭘요, 머리를 베개로 눌러버리고 싶지 않았느냐구요?” 내 머리 말인가? 하지만 베개는 머리 밑에 베는 건데. 여자는 손을 양 옆으로 흔들었다. “그럴 리가요. 하지만 용의자에게 잭을 데려가 달라고 부탁할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데려가요?” “바깥세상의 병원 같은 데 데려가서 입양시켜 달라고요. 당신도 입양되셨지만, 행복한 가정에서 자라셨잖아요.” 엄마가 침을 삼키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왜 그렇게 하겠어요?” “아이가 자유로워질 수 있으니까요.” “저한테서요?” “물론 커다란 희생이겠죠, 엄청난 희생. 하지만 잭은 사랑이 넘치는 가정에서 정상적이고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요?” “잭한테는 내가 있었어요.” 엄마는 한 단어씩 똑똑 떼어 말했다. “잭은 나랑 같이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당신이 그걸 정상적이라고 하든 말든.” “하지만 잭이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지 아셨을 텐데요. 아이는 매일같이 좀 더 넓은 세상을 배워야 하는데, 당신은 매일 좁아지는 세상밖에 줄 수가 없었잖아요. 아이 본인이 원한다는 것조차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괴롭지 않으셨나요? 학교, 친구, 잔디, 수영, 유원지의 놀이기구.” “왜 다들 유원지에 가죠? 난 어렸을 때 유원지를 싫어했어요.” 엄마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여자는 조금 웃었다. 엄마의 얼굴에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엄마는 눈물을 잡으려고 손을 들었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서서 엄마에게 달려갔다. 뭔가 쿵 하고 넘어졌다. 나는 엄마를 팔로 가득 안았고, 모리스가 외치고 있었다. “아이를 찍으면 안 됩니다.”


: 룸, 409~413쪽, 엠마 도노휴, 유소영 옮김, 21세기북스, 2010.11.8. (1판 1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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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arte(아르테)


열아홉 살에 납치되어 7년간 가로세로 3.5미터의 작은 방에 갇혀 사는 엄마, 그녀에게는 아들 잭이 지옥 같은 현실에서 유일한 삶의 희망이자 구원이었다. 갇힌 방을 세상의 전부로 알고 방의 모든 것을 친구로 여기는 다섯 살 소년 잭, 그에겐 엄마가 세상의 전부였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엄마는 잭을 바깥세상으로 내보내기로 결심한다. 태어나서 한 번도 엄마와 떨어져본 적이 없는 잭은 엄마를 위해 그의 전 생애를 건 모험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