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여행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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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여행이야기

2019. 2. 2.


대만여행 (3)


밴투어가 예약되어 있는 셋째날,아홉시 약속시간에 맞춰 호텔앞으로 택시한대가 멈춰섰다. 

기사님은 연세가 꽤 지긋하셨는데,가는곳마다 온 정성을 다해 안내해주셨고,마침 사진찍는 취미까지 갖고 계셨다.

사진기까지 챙겨오셔서 일일이 개인사진이며 우리 가족사진을 멋지게 찍어주셨는데,바로 다음날 정리한 사진들을 메일로 보내주셔서 정말 너무나도 감사했다.여행지에서 그렇게 정많으신 분을 만날 수도 있다는 특별한 경험을 했고,여행지에 대한 추억보다 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던 하루였다.


아는 중국어 싹싹 긁어 대방출 시키며 이야기 나누다보니,어느새 예류에 도착했고, 가슴 탁 트이는 새파란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살갗이 따가울만큼 뜨거운 햇살은 눈이 부시게 쏟아졌고,약간 도톰한 옷이 거추장스러울만큼 날이 뜨거웠다.

비가 올것을 대비해 챙겨갔던 우의와 우산대신 선글라스와 반팔이 필요했던 날이었다. 

여행을 다 마칠때까지 비한방울 맞지 않은건 정말 큰 복이었다.

대만 도착하자마자 환민이 휴대폰이 말썽이었는데,환민이는 자기가 휴대폰을 재물로 바친 덕이라 그랬다.ㅎ




지질공원으로 가기 전,사암으로 이루어진 낙타봉에 올랐다.

오랜 세월,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이루어진 기암들은 멋드러졌고,발아래 펼쳐진 바다풍광은 그저 감탄만 나올 뿐이었다.




자연이 만든 작은 동굴안으로 들어가보니 완전 멋진 사진스팟이 있었다.

돌아가며 얼굴 내밀고 인증샷 날리기 바빴는데,포토제닉상은 우리의 김여사님으로 돌아갔다.ㅎ

우리 올케언니는 가는 여행지마다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여행지를 바라봤는데,이를테면 이런 식이었다.

예류의 여왕바위를 보면 그 돌덩이가 서석논바닥 한가운데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고 안타까워 했고,

진과스의 황금폭포앞에서는 서석 동막골 계곡에 그대로 옮겨가고 싶다고도 했다.

그러면 그 앞에서 관광객들한테 옥수수 팔고 감자 팔아 큰 돈을 벌텐데..하면서....

그럴때마다 우리는 한바탕 웃었고,나는 꽃쟁이들 몰고 갈테니 텃밭에 멸종위기식물 1급인 광릉요강꽃을 잘 좀 가꿔보라 그랬다.ㅎ




택시아저씨가 사주신 밀크티 한잔씩 들고 예류지질공원으로 향했다.

야자수 숲길을 한참 들어가 드디어 지질공원에 도착했고,해안가 여기 저기에 흩어져있는 기암기석들과 마주했다.

고릴라,하트,여왕바위 등등,각각의 형상에 맞게 이름을 붙여 놓았는데,여왕바위 말고는 특이하게 눈에 띄는건 없었다.

내 눈엔 다 그게 그 바위 모양으로 보였고,오히려 시원한 바다풍광에 더 시선이 머물렀다.






바닥으로 꽃모양의 화석도 보였는데,자연의 힘으로 이렇게 그려졌다는게 신기했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인기있는 바위는 바로 여왕바위였다.

이집트 특유의 길쭉한 왕관을 쓴 가느다란 목을 가진 여왕을 담기위해 길게 줄지어 있었는데,시간이 흐를수록 목이 가늘어져 전문가들은 7년안에 여왕의 목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런다.






예류지질공원 다음으로 찾은곳은 스펀이었다.

소원을 담은 천등을 날리는 체험을 하는게 주목적이었는데,우리는 색깔에 따라 각각의 소원을 써내려갔다.


방탄의 열렬한 덕후인 은진이의 소원..


축구광인 은정이의 소원..


우리 언니의 간절한 소원..


그리고,나의 소원..


상미는 올해 연봉협상의 성공을 빌었고,

올케언니는 한해 농사 잘되게 해달라 빌었다.

그리고 붉은색 천등엔 우리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빌었다. 



우리의 소원을 담은 풍등은 하늘위로 높이높이 날아올랐다. 



가끔씩 기차가 오가는데,타이밍을 잘 맞춘 덕에 기차도 볼 수 있었다. 

바로 코앞으로 기차가 스치듯 지나가서 조금 놀라웠다. 


아저씨가 뭔 빽을 쓰셨는지,족히 30분 이상은 기다려야 맛볼 수 있는 닭날개볶음밥을 채 1분도 안되어 손에 들고 오셨다.

불향이 적당하게 배여있는 볶음밥이 별미였다. 



세번째 목적지는 진과스였다.

진과스로 가는 도중,친절하신 아저씨는 나를 위해 SD카드 가게에 들러 주셨다.

32기가 SD카드가 갑자기 뽀개져 버렸고,만일을 대비해 가져간 4기가짜리 카드마저 메모리가 금방 차서 더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안타까워 했더니만,감사하게도 나의 마음까지 읽어주셨다.

 

진과스는 100여년간 대만의 금채굴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곳으로,폐광이 된 후에는 대만정부가 관광지로 개발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곳이다.

킹콩모양의 산자락앞에 펼쳐져있는 바다는 신기하게도 세가지 색감을 띠었는데,광물의 종류와 함량에 따라 다른 색을 내었다. 


황금폭포는 바닥에 깔려있는 황금색 돌위로 흘러내리는 폭포의 물색이 황금빛으로 보인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센과 치이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되었던 동굴앞에 다시 택시는 멈췄다.

마침 에니메이션에 나오는 `가오나시` 복장을 한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한바탕 웃었다. 




에니메이션에 나오는 그대로 금덩이도 들고 있었는데,알고보니 다른팀의 가이드분이 관광객들을 위해 준비한 센쓰넘치는 복장이었다.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 올랐다.

해안선 따라 그려진 곡선이며 산자락 아래로 구비구비 그려진 산길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과연 가이드 아저씨가 `很漂亮!`하며 안내했던 이유가 있었다.





4시 반에 문을 닫는 황금박물관에 가기위해 막판에 뛰어 간신히 입장할 수 있었다.

진과스 일대의 채광 역사와 황금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뭐니뭐니해도 황금박물관의 보물은 220kg에 달하는 금괴였다.

줄 서 기다렸다가 직접 만져볼 수도 있었다.




예전에 황금을 옮기는 철로로 사용했을 철길을 지나 광부도시락을 먹으러 갔다.




마침 배가 몹시도 고팠던 참이었다.

야채 두가지와 밥,그리고 그 위에 통째로 올려진 돼지고기가 전부였는데,

시장이 반찬이었는지 다들 싹싹 긁어 먹었다.

언니 가방에서 나온 고추장이 신의 한 수였다고나 할까..

고추장을 넣어 싹싹 비벼먹으니 입맛이 확 돌았다.

암튼..특별하지 않은 소박한 한 상으로 그 옛날 광부들의 한 끼를 체험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투어의 마지막은 지우펀이었다.

아홉가구만 살던 오지마을은 일본 식민지 시절부터 번성하여 작은홍콩으로 불릴 정도로 번화했지만,폐광촌으로 전락하였고,

1989년영화 `비정성시`의 배경이 되면서 다시 새로운 관광지로 각광받기 시작한 곳이다. 

그러니까 영화 한편으로 화려했던 옛시절로 돌아온 셈이다.


망고젤리에 펑리수,그 밖에 골목 가득 먹거리들과 수공예품들이 즐비해 있었는데,

16살부터 오카리나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특별한 분을 만나기도 했다.



땅콩 아이스크림은 지우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였다.

골목을 지나며 이것저것 주전부리를 하며 배는 점점 불러왔고,`미식천국`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닐만큼 세상 맛있는 음식은 죄다 모여있는거 같았다.



홍등으로 밝혀진 지우펀의 밤은 아름답고 화려했지만,사람들도 무척 많아 거의 밀려가며 즐겨야만 했다.

신기한건 조금씩 걸음을 옮기다보면 나름의 여유공간이 생겨 조금도 불편함이 없었다.

밤이 깊을수록 홍등가의 진가는 제대로 드러났고,다양한 사람들과 어깨 부딫히며 어우러져 걷는것 또한 재미났다.  





사람들에 떠밀려 좁디좁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얼마안가 센과 치이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되었던 유곽이 나타났다. 

어쩌면 이 그림을 보기 위해 지우펀에 왔는지도 몰랐다.

비라도 추적추적 내렸으면 무작정 저기 어느 찻집에 들어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날밤은 홍등의 붉은 빛 못지않게 달빛 또한 무척이나 밝았다.  




타이페이로 돌아오며 11시간의 택시투어가 끝이 났고,우린 아저씨와 아쉬운 작별을 했다.

호텔대신 스린 야시장에 내려달라 부탁했더니,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非常謝謝~!`

 

시장구경은 언제나 눈으로 보는것만으로도 흥미로웠다.

사람사는 냄새 물씬 풍기는 곳엔 쿰쿰한 취두부 냄새부터 상큼한 과일향,그리고 고소한 기름냄새가 후각을 자극했고,

온갖 예쁜 소품들이 시각을 자극했다.

그 유혹을 물리치지 못해 주머니를 과감히 열었다. 




사탕수수로 만든 쥬스는 달콤함의 끝판왕이었다. 


살짝 쪄서 구워낸 바닷가재도 맛보고,굴구이도 맛봤다.

미식천국을 한바퀴 도는 동안 어느새 배는 빵빵해졌고,벨트칸을 한 칸 늘리고야 말았다.



치파이를 마지막으로 야시장을 빠져나와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까지는 265달러였는데,5달러가 부족해 1000달러를 냈더니만,5달러를 깎아주었다.

점점 대만이 좋아졌다.

먹고 살 걱정만 없다면 그대로 눌러앉아 한달만이라도 그들의 여유롭고 느긋한 삶속에 녹아들고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