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오색~한계령)

댓글 0

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2019. 7. 18.


산행일 : 2019년 7월 17일

산행지 : 설악산

산행코스 : 오색-대청-중청-끝청-한계령

산행이야기:올해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꼭 이맘때가 되어야 피어나는 설악 바람꽃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한여름 날씨와의 싸움이라 조금은 걱정스럽지만,결국은 또 6시 반 첫차를 탔다. 보고싶어 안달 나느니 차라리 땀흘리며 행복한 고행을 하는편이 훨씬 낫다. 


Welcome to Seorak mountain!! 

버스가 오색등산로에 정차하자마자 공단직원분이 나와 기분좋게 반겨주시더니,

산길 시작하는 우리를 향해 호랑이 한마리 풀어놨으니 각별히 조심하라는 당부까지 하신다.


비 내린 끝이라 계곡물이 장난아니게 우렁찬 소리를 낸다.

시원함은 이루 말할 수 없고,신록 우거진 숲은 싱그러움의 끝판왕이다. 


안개가 몰려오다 다시 햇살이 들어오고 또 다시 안개로 휩싸이는 산길이다.

엄청나게 습한 날이라 땀이 그야말로 비오듯 줄줄 흘러내린다.

티셔츠는 이미 손으로 꼭 짜도 될만큼 흠뻑 젖었다.간간이 계곡에서 올라오는 찬기운으로 땀을 식혀본다.

오늘도 어김없이 뱀을 만났다.유독 왜 내 눈에만 잘 띄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두세마리가 또아리를 틀고 엉겨붙어 있는데,보자마자 깜놀하여 걸음아 날 살려라~하며 줄행랑친다.

뒤따라 오는 언니 또한 두말할것도 없이 삼십육계 줄행랑~~

이 후,나뭇가지만 봐도 깜짝깜짝 놀라고,청각에 무척이나 예민해진다.

 


설악폭포를 지나며 대청까지의 길은 반으로 줄어들지만,어마무시한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절로 한숨이 나온다.

정말이지 자비라고는 코딱지만큼도 없는 코스다.


그래도 걷다보면 끝이 보이리라~~

한숨 돌리며 쉬다가도 다시 또 길을 잇는다.

돌길에 나무계단에 아주 난리도 아니다.

길이 젖어있어 엉덩이 붙이고 어디 쉴만한 곳도 없다.

그 넘의 바람꽃이 뭐라고...이 삼복더위에 이 고생인지 참..

 

둥근이질풀


물레나물


대청이 가까워오자 촉촉이 젖은 여름꽃들이 수고했다 인사하기 시작한다.


네잎갈퀴나물은 어쩜 이토록 색감이 진득한지..


답답했던 숲길을 빠져나오며 키작은 나무들을 만난다.정상이 가까웠음을 말해주는 풍경이다.

여기까지 오는데만해도 3시간 반이 걸렸다.그것도 아주아주 열과 성을 다해 용쓰고 쎄빠지게 걸었다.

왕년엔 두시간 반에도 가뿐하게 올랐는데...ㅎ



세잎종덩굴


네귀쓴풀은 하도 작아 눈을 씻고 찾아봐야 한다.

앉았다 일어날때마다 빙그르르~현기증이 나는데도 기어이 쪼그리고 앉아 이 앙증맞고 귀한 꽃과 찐하게 눈맞춤한다.



대청에 올라서니,역시나 시야는 제로다.

바람이 없으니 무겁게 내려앉은 안개가 걷힐리 없다.

하지만 나에게는 열두척의 배가 남아..아니 여러 종류의 귀한 꽃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가슴이 마구 두방망이질 치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선이질풀이 눈앞에 쫘악 나타난다.


그 다음으로는 등대시호가 새하얀 안개속에서 환히 불밝히고 있고...



두둥~~마침내 바람꽃과 만났다.

설악의 준봉들이 뒷배경을 받쳐주면야 금상첨화겠지만,만개한 꽃들을 만나게 된것만도 어디랴~~

이토록 황홀한 꽃밭에 이토록 새하얀 순백의 색이라니...

누구나 다 보고싶다하여 쉽게 볼 수 없는 꽃이니 속절없이 피어 속절없이 혼자 사랑을 할 수 밖에 없을터..

꽃말마저 `속절없는 사랑,덧없는 사랑`이다.






그래도 섭섭지 마라며 아주 살짝씩 중청의 얼굴을 보여주기도 한다.

기왕 벗을꺼면 화끈하게 벗어주던가..

 




이른 봄,변산바람꽃이 피면 연이어 너도바람꽃에서부터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이 핀다.그리고나서는 태백바람꽃 들바람꽃 홀아비바람꽃 나도바람꽃이 피고 한참을 지나서야 바로 이 설악바람꽃이 핀다.

그러니까 바람꽃 종류중에서는 가장 늦게 핀다는거다.

하필 1750m나 되는 높은 곳에 위치해있어 꽤나 고된 발품을 팔아야한다.

산을 오를때의 마음은 언제나 똑같다.

이번으로 졸업해야지~~

산을 다 내려가서의 마음 또한 언제나 똑같다.

내년에 또 가야지~~





슬슬 몸이 으슬으슬 추워진다.

꼬륵꼬륵 배꼽시계도 울려댄다.

아쉽지만 내년을 기약하고 중청대피소를 향해 걸음을 내딛는다.





무거운 안개는 여전히 걷힐 줄을 모른다.

걷히기는 커녕 되레 더 새햐얗게 몰려온다.



여로


봄에 담가놓은 곰취장아찌로 쌈밥을 만들어 봤다.

조금만 몸을 움직여 수고하면 이렇게 여름날의 훌륭한 밥상이 된다.

묵은지도 잘 씻어 밥을 넣어 말았다.

배고픈 참에 입안가득 욱여넣으니 세상 그 무엇도 부러울게 없다.


여전히 안개로 뒤덮인 대청을 뒤로하고 한계령으로 향한다.

다시 오색으로 내려서자니,생각만해도 징글징글하고,

그렇다고 천불동계곡으로 가자니 그 또한 거리가 만만치 않아 한계령으로 길을 잡았다. 



촉촉하고 향긋한 숲향이 길 위로 은은하게 풍겨온다.

등로까지 뻗친 푸른 잎사귀들을 스쳐 지날때마다 들큰한 풀향이 난다.





 우중충한 숲속엔 언니랑 나랑 둘 뿐이다.

혼자였음 뒷골이 좀 땡길뻔했다.

함께 걸어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건 큰 복이다.취미도 같다.야생화 좋아하고,등산 좋아하고..

성격은 좀 다르다.

한사람은 지나치게 꼼꼼하고,한사람은 적당히 꼼꼼하다.

올가을 무려 40일간을 함께 먹고 자고 걸어야할텐데..

잘해 봅시다,우리...ㅎㅎ 





금마타리



젖어있는 등로는 무척이나 조심스럽다.

특히나 돌길이 젖어있어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그렇게 용을 썼는데도 그만 무릎을 부딪쳤다.흑흑..





한계삼거리를 지나며 한시름 놓는다.

여유있게 6시 30분 차를 탈 수 있겠다.


한계령에 도착하며 서로 수고했다며 토닥토닥..

땀으로 쩐 옷을 갈아입고 사과 반쪽씩 먹고나니 동서울행 버스가 멈춰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