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여행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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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7.


마드리드여행 (1)


2019년 10월 23~26일


마드리드로 가는 7시 48분 renfe시간에 맞춰 산티아고 역으로 나갔다.

기차역에 도착하니,눈에 익은 사람이 앉아 있었는데,바로 브라질의 루이스 형제였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서로의 까미노 사진을 보며 기차시간을 기다렸다.

그런데 이상했다.

출발시간은 점점 임박해져 가는데,전광판엔 플랫폼 번호가 뜨지를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엉덩이를 들썩거리니 루이스가 `워워~`하는 제스처를 하며 나를 진정시켰다.

또다시 마음이 조급해져 일어났다 앉았다하니 이번엔 둘이 쌍으로 `워워~`하고 있다. 나원참..

괜히 `성질급한 코레안`이란 인식을 심어줄까 싶어 다시 자리에 앉긴 앉았는데 불안하긴 마찬가지였고,

시간은 어느새 5분정도만을 남겨두었다.

언니는 얼른 가서 물어보라고 재촉하고,두 사람은 완전 느긋하게 앉아 `워워~`해쌌고..

안되겠다.더이상은 못참겠다.성질급한 코레안이라 부르던지 말던지..

데스크로 달려가 물어보니,곧 기차가 출발한다고 얼른 2번 승강장으로 들어가란다.

이런..넷이서 배낭들고 냅다 뛰기 시작~~

바빠 죽겠는데 배낭검색대까지 있었고,우린 아주 간발의 차로 기차에 올라탈 수 있었다.

5호차 우리 좌석에 앉자마자 기차는 움직이기 시작했고,루이스형제는 나를 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너 땜에 탔어,고마워 미쉘`~

`난 너희들땜에 하마터면 기차 놓칠뻔 했거든~~`

참내..느긋한 성질도 엥간해야지..


5시간 반이 걸려 마드리드 차마르틴역에 도착했다.

렌페티켓이 있으면 솔역까지 가는 세르까니아스라는 기차를 무료로 탈 수 있었고,자동발급기에서 바코드를 읽히고 기차티켓을 발급받아 솔역까지 갔다.

루이스형제는 우리보다 몇정거장 더 가서 곧장 쌍파울루로 돌아간다 그랬는데,스페인식으로 아주 제대로 작별인사를 나눴다.

이름하여 `dos besos`인사법이었는데,`dos`는 `2`이고,`beso`는 `키스`또는 `입맞춤`을 뜻한다.

양볼에 각각 볼을 가볍게 대면서 입으로 쪽쪽하는 소리를 내는 인사법이었다.


솔광장으로 나와 가장 먼저 까를로스 3세 동상을 찾았다.

광장의 흥겨운 분위기를 뒤로하고 일단은 숙소를 찾는게 급선무였는데,말동상의 꼬리 방향으로 나있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캠퍼매장이 있고 바로 그 옆이 숙소였다.

 






미리 예약해 둔 숙소(라꼬마 마드리드)는 솔광장에서 채 3분도 안되는 거리였다.

체크인 시간이 안되어 배낭만 맡겨놓으라더니 곧 방으로 안내했다.

네명이 쓰는 도미토리였는데,일인당 30유로였다.파리 숙소와는 비할 수 없을만큼 깨끗하여 맘에 쏙 들었다.

화장실은 물론이고 주방도 정말 깨끗했는데,언젠가 또 마드리드에 올 기회가 있다면 다시 찾고싶은 그런 숙소였다. 

어쨌든 마드리드의 첫인상은 숙소로 인해 합격이었다.


한식으로 아침이 제공되고 있었지만,우리는 매일같이 아침일찍 나가느라 한번도 먹을 기회가 없었는데,

미리 이야기를 해놓으면 현관입구에 빵과 음료수를 챙겨주어 그걸로 아침을 대신했다.

실은 일부러 피한것도 있었다.

파리 한인민박집에서 한번 데였던터라 어설픈 한식보다는 빵과 커피를 먹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대신 저녁은 항상 이곳에서 컵라면을 먹거나 햇반을 사와 고추장을 넣어 쓱쓱 비벼먹었다.

희한하게도 집에 갈때가 되니 그토록 즐겼던 빵은 덧정이 없어졌고 얼큰한게 땡겼다. 



흥분된 마음으로 솔광장으로 나왔다.

솔광장(puerta del sol)은 `태양의 문`이라는 뜻인데,스페인 각지로 통하는 10개의 도로가 이곳으로부터 뻗어나가는 중심부답게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마드리드를 상징하는 곰과 마드로뇨 나무 동상은 솔광장에서 놓치면 안되었다.

곰의 발을 만지면 마드리드에 다시 오게 된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이었다.





스페인하면 바로 츄로스!

마드리드에서는 산히네스가 유명한데,1902도 산히네스 못지않게 유명한 곳이었다.

걷다보니 어쩌다 얻어걸려 냉큼 들어갔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고소한 냄새와 함께 높게 쌓아올린 츄로스,그리고 말끔한 옷을 입은 직원들이 즉석에서 분주하게 튀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집 주인,장사 수완이 아주 좋았다.

먼저 음료와 햄버거,그리고 츄로스를 시켜 먹고 있는데,하트모양의 츄로스를 먹어보라며 공짜로 주었다.

갓 튀겼으니 바삭바삭한 맛이 오죽할까~

단 1초의 고민없이 하나를 더 주문하고야 말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을 해결했으니,다음 차례는 마드리드 시내를 맘껏 즐기는것이었다. 

마요르 광장과 산미겔 시장으로 가며 활기로 넘치는 거리의 멋에 한껏 빠졌다.

하몽가게는 언제나 시선이 저절로 머무는 곳이었고,어느 광장 앞에서는 미니마켓이 열리고 있었다.








산미겔 시장은 미리 숙소주인이 실망하지 말라며 언지를 해주었는데,과연 그 뜻이 이해되었다.

전통시장의 분위기와는 완전 다른 아주 세련되고 현대적인 건물이었는데,bar나 선술집 분위기가 났다.

시장이라기 보다는 그냥 백화점의 푸드코트 같았다.

원래는 마드리드의 식탁을 책임지던 시장이었는데,화재가 난 이후로 지금의 건물로 변했다고 한다. 

 


그래도 마드리드를 대표하는곳이라 시장안은 정말 발디딜틈이 없었다.

온갖 종류의 따빠스 가게들이 대부분이었는데,많은 사람들이 선 채로 맥주나 와인을 마시며 안주를 먹고 있었다. 








마요르광장은 산 미겔시장 바로 옆에 있었다.

4층건물로 둘러싸인 사각형의 광장이었는데,광장 한가운데는 펠리페3세 동상이 우뚝 서있었고,

특이한것은 북쪽벽면으로 그려진 프레스코화였는데,고개들어 한참을 올려다봤다.



사각형의 모양을 따라서 각종 bar가 즐비해 있었는데,마침 저녁시간이라 집집마다 사람들로 가득했다.

정말 스페인의 광장 문화는 알아줬다.

광장은 그들이 먹고 즐기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휴식처나 다름없었다.


아치형의 문이 사방으로 있어 이 문을 통해 시내 어느 방향으로도 갈 수 있었는데,

하도 비슷비슷하게 생겨 방향을 놓치기도 했다. 









광장을 나와 알무데나 성당을 향해 걸었다.

화려한 거리와 고풍스런 건물들은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진열되어 있는 기념품만으로도 얼마나 열정적인 나라인가를 짐작케했다. 






알무데나 성당은 마드리드왕궁 맞은편에 있었다.

워낙 크고 화려한 성당들을 봤던지라 아주 소박해 보였는데,

역사도 길지않고 예술적인 면에서도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한다.

 


마드리드 왕궁은 외부만 보는걸로 만족했다.

시간도 늦은데다 입장줄도 아주 길게 늘어져 있어 엄두가 안났다.

 원래는 스페인 왕의 공식 거처지만,실제로는 거주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마침 하늘까지 맑게 개어 화강암의 건물은 더욱 우아하고 신비스럽게 보였다.

 









아름다웠던 마드리드 왕궁을 뒤로하고 에스빠냐 광장으로 향했다.

하지만,아쉽게도 공사중이었다.




레티로 공원은 마드리드의 대표적인 공원이었다.

마드리드왕궁과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와 완전 장관이었다.

일몰지로 유명하다 했지만,일몰시간까지 기다리기엔 너무 시간이 많이 남아 공원을 한바퀴 돌아보는걸로 대신했다.







스페인은 과거에 약 700년동안 이슬람 왕국의 지배를 받았다.

그래서 많은 이슬람 문화 유적지들이 있는데,그 중 하나가 데보드 신전이었는데,

스페인에서 만날 수 있는 진짜 이집트 사원이었다.

역시나 길게 늘어선 줄로 인해 내부구경은 포기했다.





솔광장으로 돌아가는 길,거리분위기가 어딘지 달라보인다 했더니만,알고보니 그란비아 거리였다.

호텔과 극장,그리고 각종 명품샾들이 밀집되어 있었고,거리는 아주 역동적이었다.

그란비아라는 말그대로 아주 큰 길이었는데,거리는 사람들로 바글바글거렸다.

 











다시 솔광장으로 돌아와 스페인의 국도기점을 나타내는 제로포인트를 다시 찾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드디어 찾았다.

스페인의 모든 거리는 여기서부터 측정된 거리라  0km 제로 포인트이다.

이곳을 밟으면 다시 마드리드로 돌아온다기에 일단 밟고 봤다.

곰동상에 이어 제로포인트까지 밟았으니 언젠가는 다시 마드리드로 올것이다.

그 때는 등산복과 등산화 대신 이쁜 옷과 이쁜 신발을 신어야겠다.  




정말 기나긴 하루였다.

한나절 머물렀을뿐인데도 아주 오래 머문듯한 느낌이 들었다.

숙소로 돌아오니 한국 처자 두명이 입실해 있었다.

한 사람은 쾌활하고 한사람은 말수가 별로 없었는데,그들의 여행이야기와 우리들의 산티아고 이야기를 한참동안 나눴다.

도미토리 룸을 이용하며 이렇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것도 은근히 재밌다.


마침 숙소 바로 아래로 한팀의 공연팀이 있었는데,밤이 깊도록 음악은 멈추지 않았다.

연주가 꽤 수준 있었길래 망정이지 안그랬음 소음으로 들릴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