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성인대

댓글 0

산행이야기/산행(2020년~)

2021. 3. 7.

산행일 : 2021년 3월 7일

산행지 : 설악산 성인대

산행코스 : 화암사-수바위-성인대-화암사

산행이야기:어제 강원 산간에 많은 눈이 내렸다.전부터 보고싶었던 울산바위 설경을 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 여겨 새벽 5시쯤 속초로 향한다. 

 

꾸벅꾸벅 졸다가 무겁게 내려앉는 눈꺼풀을 도저히 참지 못해 그만 꿈나라에 빠지고,눈뜨고보니 날이 훤히 밝았다.

그리고 창밖을 보는 순간,와아~~~와아~~

새벽운전 하는 사람 말동무는 못해줄망정 실컷 자고나서 하는 말이 왜 진작 안깨웠냐고 되레 큰소리치는 나란 사람..정말..

 

 한폭의 수묵화같은 풍경에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며 오늘의 목적지인 화암사에 도착한다.

 

 

 

진입로에서 화암사까지 미처 제설작업이 안되어 있어 제2주차장까지 진입하지 못하고,일주문 근처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하는데,

흰옷 입은 부처님이 다섯 제자들에게 설교하는 모습이 참 정겹다.

 

 

 

수바위에 오르니 달마봉이 희미하게 보이는데,마치 무채색 펜화로 그려낸 세상같다.

 

 

 

빽빽히 들어선 소나무 숲으로 들어가며 또 다른 세상을 마주한다.

솔잎 위로 새하얀 눈꽃이 피었고,키작은 나무들 또한 온통 새하얗다.

 

 

 

빼꼼 드러나는 산봉우리를 보니 설레기 시작한다.

헌데,하늘은 영 아니올시다.

성인대에 도착할 즈음엔 싸악 걷힐거라 주문을 외워보는데..오,제발~~

 

 

 

오늘은 산행 거리가 짧으니 서두르지 않는다.

이른 아침 이렇게 향좋은 소나무 숲길을 걷는다는건 쉽게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다.

여기에 새하얀 눈길이 더해지니 분위기 끝내준다. 

 

 

 

우와~

나뭇가지 위에 소복이 가시눈꽃이 피었다.

뾰족한 가시눈꽃으로 뒤덮인 나무들의 향연은 고도를 높일수록 더욱 환상적으로 바뀐다.

 

 

 

지난주 내린 폭설에 어제 내린 눈이 쌓여 눈깊이가 어마어마하다.

조금만 등로를 벗어나면 무릎 위까지 푹푹 빠지기 일쑤다.

 

 

 

소나무에 매달린 솔잎들은 점점 탐스러워지고,설국은 점점 환상적이다.

여전히 환히 열리지 않는 하늘이 야속하지만,새하얀 눈세상은 혼을 쏙 빼놓고도 남음이다.

 

 

 

벌써 마지막 오름구간까지 왔다니..

아쉬워라~

 

 

살짝 파란하늘이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회색빛으로 바뀐다.

안개속에서 햇살은 희미하게 쏟아지는데도 두꺼운 안개층은 좀처럼 걷히지 않는다.

 

 

 

성인대에 올라 상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바라보지만,뿌옇게 차오르는 가스로 인해 시야가 좋지 않다.

 

 

 

속초 시내 방향도 답답하긴 매한가지다.

가스가 차오르다 조금 걷혔다 다시 차오르기를 반복한다.

 

 

 

울산바위를 한눈에 넣을 수 있는 최고의 뷰포인트에 올라섰지만,보이는건 없고..

 

 

 

30분만 기다려 보기로 하고 눈을 다져 그 위에 돗자리를 펼친다.

다행히 날이 포근하여 굳이 두꺼운 옷을 꺼내 입지 않아도 충분히 햇살이 따사롭다.

간식꺼리를 먹으면서도 시선은 줄곧 한곳으로 향하지만,어째 쉬이 걷힐거 같지 않아보인다.

새벽부터 올라와 삼각대 펴고 기다렸을 저 분들에 비하면야 이 정도는 뭐~~

 

 

  

걷히려면 싸악 걷히던지..

참 감질나게 보여주는 울산바위 산신령님..

 

 

 

언젠가 한번 저곳에 텐트한번 치자 해놓고는 여적지 못하고 있다.

근데 택일을 참 잘해야 할것 같다.

울산바위 바람이 악명높기 때문인데,똑바로 서기 힘들만큼  몸이 휘청거릴 정도라 그런다.

언젠가 선자령에서 경험했던 그 바람의 강도라면 하룻밤 자는것도 보통 일이 아닐거 같다.

텐트가 들썩거려 한숨도 못자고 폴대를 부여잡고 밤을 지새웠던 공포의 그 날밤을 잊지 못한다.

저 분들은 오늘같이 순한 날을 택일했으니 복받았다.  

 

 

 

낙타바위까지 살살 걸어가보지만 풍경은 변함이 없고,

무겁게 깔린 안개 너머로 미시령 터널을 오가는 차들의 소음소리만 요란하다.

 

 

 

울산바위가 보여줄 수 있는 오늘의 모습은 딱 여기까지가 최대한이었다.

 

 

 

이제 그만 내려가자 먼저 말해놓고 배낭을 둘러메지만,미련이 남아 자꾸만 뒤돌아본다.

 

 

 

봄눈 녹듯 사르르 녹는다더니,봄눈이 사르르 녹아 눈오듯 흩날린다.

이래서 봄에 맞이하는 설국은 일찍 서두르지 않으면 볼 수 없다. 

 

 

 

다시 가시눈꽃길 따라 참나무 숲길을 지나고 소나무 숲길을 지나 화암사로 내려간다.

 

 

 

거의 다 내려와 산꼭대기 올려다보니 여전히  무거운 안개가 머물러 있다.

만약 안개 싹 걷히면 다시 올라갈꺼라 큰소리쳤는데 다행이다.휴우..

 

 

 

온김에 바다도 보고,낙산사도 오랜만에 한바퀴 돌아본다.

낙산사 보타전 뒷뜰 사면에 엄청난 복수초 군락지가 있다길래 겸사겸사 찾았는데,가까이 다가갈 수 없게 금줄을 단단히 쳐놓아 그림의 떡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한계령으로하여 서울 양양 고속도로를 탔는데,창밖으로나마 겨울설악의 멋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