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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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20년~)

2022. 1. 17.

산행일 : 2022년 1월 16일

산행지 : 계방산

산행코스 : 운두령-1492봉-정상-운두령

산행이야기:오늘은 기필코 문지방이라는 높은 산을 넘고야 말겠다 다짐했지만,꼭두새벽에 이불 박차고 몸을 일으키는게 여간 힘든게 아니다.왜이리도 나태해졌을까 반성하는 요즘이다.

 

어디로 갈까?

올 겨울 가기전에 겨울풍경 찐으로 보고싶은데.

계방산? 오대산? 소백산?

역시나 내 머릿속에 박힌 겨울산은 반전은 없다.새로울거 하나없는 뻔한 곳들.

날씨를 보아하니 계방산에 새벽까지 눈소식이 있다.

눈꽃을 볼 수 있는 확률이 높으니까 뻔해도 거기로 가보자.

  

서두른다고는 했는데도 운두령에는 벌써 많은 승용차들이 갓길에 나라비로 세워져있다.

고갯마루를 다시 두바퀴나 돌아 내려와 맨 꽁무니에 세우고는 도로를 따라 걸어올라간다.

 

예상대로 상고대는 참 이쁘게 피었지만,잿빛하늘에 짙은 안개로 시야는 답답하다.

하늘아,열려라~열려라 참깨!

주문 효과가 있었는지 해발 1,400m쯤 올라서니 서서히  햇살이 들락날락거리기 시작하더니,환상의 설국이 눈앞으로 펼쳐진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계방산.

새하얗게 피어난 순백의 서리꽃과 파란하늘이 이뻐도 너무 이쁘다.

손끝 시려워도 괜찮다.

바람이 얼굴을 사납게 때려도 괜찮다.

이토록 눈부신 설국속에 있는데,충분히 감수할만한 기분좋은 통증이다.

 

 

 

두근반세근반 이제 저 꽃터널을 지나면 전망대 도착이다.

 

 

 

아니 여긴 어디?

히말라야 봉우리 그 어디쯤?? 

 설경에 취해 보고 또 보고,칼바람 불어도 추운줄 모르고 그저 바라만 본다.

어쩜,타이밍 좋게 봉우리에 올라서니 마치 기다렸다는듯 하늘을 열어주시는건지.. 

정상에서 막 내려온 산객들,하늘 열리기를 기다리다 포기하고 하산하는중이란다.

 

 

  

정상에서 소계방산,가칠봉으로 이어지는 새하얀 능선은 입이 떡 벌어질만큼 아름답다.

그 어떤 감동보다 더 뭉클한 감동이 밀려오는 순간이다.

겨울산행의 백미인 서리꽃 제대로 피었지,하늘 파랗지,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최고의 설경이로세.

 

 

 

한동안 전망대 부근을 벗어나지 못하고 어슬렁거린다.

운좋게 멋진 설국 선물받았으니 맘껏 만끽해야지.

여차저차한 일로 산을 못찾을땐 산이 멀리 달아날까 그렇게 안달나고 성이 나더니만,

정작 시간이 주어졌을땐 산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었지만,산을 향한 내 마음이 멀리 달아나 가까이 다가가기 참 어려웠다.

다시 이렇게 열정세포가 살아나 눈밭을 뛰어다니니 이제야 진짜 산여인으로 돌아온거 같아 좋다. 

 

 

 

1492봉에서 정상까지 1km..

순백의 터널 사이로 코발트색 하늘이 길을 열어준다. 

걸음 아껴가며 최대한 천천히 걸어야겠다.

눈부신 하늘도 올려다 보고,뽀드득 눈밟는 소리도 듣고,청량한 공기도 마셔가면서.

 

 

 

방금 지나왔던 1492봉,멀찌감치 떨어져 한눈에 넣으니 더 환상이다.

 

 

  

하산하는 산객들 옷차림이 심상찮다.

하나같이 완전무장이다.

정상에서의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는 뜻이겠지.

털모자로 바꿔쓰고 옷매무새를 다시 단단히 가다듬는다.

 

 

 

세상 눈부신 순백의 옷입은 물푸레나무,야광나무,귀룽나무 그리고 피나무들이 환영한다.

잎 다 떨어져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있을 나무들은 한겨울에도 이렇게 꽃을 피우며 봄을 기다린다.

진짜 경이롭다는 말 밖에 표현할 재간이 없다.

 

 

 

마침내 정상이다.

그리고 모처럼 정신 뻔쩍 드는 바람을 마주한다.

겹겹이 쌓인 능선들이 파도치듯 이어지고,서리꽃은 더욱 단단하게 나목을 감싸고 있다.

 

 

 

노동계곡으로 떨어지는 능선으로 몇걸음 옮겨본다.

주목군락지 지나 계곡길 걷고 싶지만,차량회수가 여의치 않아 왔던 길 도로 되돌아 가야한다.

 

 

 

정상에서 뻗어나간 산줄기는 소계방산을 지나 오대산으로 이어지고,

저 멀리 설악산을 보고있자니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언제쯤이면 산정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을까?

앞이 안보이는 이 코시국이 야속하기만한다. 

소청대피소 마당에 앉아 용아장성 굽어보며 달달한 커피 한잔 마시고 싶다.

 

 

  

쩌어~기가 백두대간 능선이라네.

죽을똥살똥 걸었던 그 날들,기억은 엊그제처럼 선명한데 벌써 8년이나 흘렀다.

시야가 좋으면 대관령 방향으로 풍력발전기도 보이는데,오늘은 안개속에 숨어있다.

 

 

 

이 멋진 풍경을 두고 내려서려니 발이 안떨어지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살 수는 없으니..

 

 

 

기온은 점점 올라가고,

하늘색은 새파란 물감 풀어놓은듯 더욱 파래지고,

하얀 눈가루 우수수 흩날리기 시작한다.

 

 

 

1492봉으로 내려와 새하얀 산줄기들 다시 눈에 넣는다.

그새 눈이 많이 녹아 거뭇거뭇한 근육질의 산줄기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미련이 남아 다시금 정상을 올려다본다.

 

 

 

야광나무 아래서..

 

 

기똥차게 운수 좋았던 계방산행 끝!

 

여기까지 왔는데,양심상 서석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운두골에 들러 울아부지 좋아하시는 송어회 싸들고 서석집으로 고고~!

환민이는 어느새 수염이 자라 상남자가 되었고,

은정이는 쌍거풀 수술이 아주 성공적으로 잘 되어 그러지않아도 예쁜 얼굴이 더욱 한미모하고,

울아부지는 이제 더이상 어지럽단 말을 하지 않으신다.

착한 올케언니,뭘 또 그렇게 바리바리 싸주는지..

내가 겪고나니 올케언니한테 항상 감사하고 그저 잘해야겠단 마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