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둘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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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2011. 10. 6.

 

설악산 둘째날

 

   (산행코스 : 중청대피소-희운각-공룡능선-마등령-비선대-설악동)

 

새벽바람이 예사롭지않다.안개도 장난이 아니다.

일찍 깼는데,대청봉까지 다녀올 엄두가 나지 않는다.

눈만 말똥말똥하며 담요 뒤집어쓰고 있으려니,배꼽시계가 울린다.

일단,아침밥먼저 먹고 날씨를 살펴야겠다.

 

누룽지미역국을 끓여 후룩거리며 먹는데,좀 적응이 됐는지 어제보다는 덜 쪽팔리다.

두리번거리는 횟수도 적어지고,어느정도 맛도 음미해가며 맛나게 한그릇을 싹 긁어먹는다.

 

분명 일출은 없을텐데..고민된다.

바람은 더 강해지고,안개는 한치앞도 가늠못할정도다.

산악날씨는 어느순간 돌변할지 몰라 아침밥도 이미 먹은상태라 뭐 딱히 할 일도 없어 나서본다.

휘청휘청 몸이 날아갈거같아 바위를 붙잡아가며 엉금엉금 기어올라간 대청봉..

일초도 몸을 가누기 힘들어 미련없이 부리나케 내려온다.

 

왔다갔다하며 바람이 잦아들기를 바래보는데,영 기미가 안보인다.

8시엔 퇴실이라길래,할 수 없이 짐을 챙겨 나온다.

희운각을 얼마 안남긴 지점..그제서야 서서히 바람이 잦아들고 안개가 걷히면서 햇살이 번지기 시작한다. 

 

 

 

공룡으로 접어든다.

몽몽님이 문자로 공룡은 절대로 가지말라고 했는데...ㅎ

아마 몽몽님도 말은 그렇게 했어도 당연히 나한테는 `소귀에 경읽기`라고 생각하셨을꺼다..

생각보다 단풍이 참 많이 들어있다.

처음엔 인기척이 없어 들짐승이라도 나타날까싶어 오싹했는데,

신선대가 가까워오면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신선대에서

 

모자가 날아갈라 할 정도의 강풍이 불어댄다.

바위위에 올랐다가는 까딱하면 저아래 속초앞바다로 떨어질것만같다.

오늘은 공룡의 조망처를 오르는건 자제하고,그저 단풍구경이나 실컷 해야겠다. 

 

 

 

 

 

 

 

벌써 50번도 더 들었다.

`혼자 오셨냐?``대단하다``멋있다``진정한 등산매니아다`...

그리고 거기에 또 한마디..`사진작가세요?` ㅎㅎ 지나가는 개가 웃겠네..ㅎㅎ

짜리몽땅한 아줌마가 혼자 공룡을 넘는 모습이 당돌해보였는지,

마주하는 사람들마다 다들 한마디씩 하는데 난 알고있다..

그들이 겉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 속으로는 혀를 끌끌차며 정신나간 아줌마로 볼꺼라는걸.. 

공룡능선은 언제걸어도 좋다.

5킬로밖에 안되지만,그 굴곡이 심해 5시간에서 6시간은 족히 걸리는 쉽지않은 길이다.

그래도 매번 고민없이 공룡으로 발걸음하는 이유는..그 웅장함과 꿈틀거리는 야성미의 유혹때문이다.

거기에 오늘은 빨간옷까지 예쁘게 입고 있으니,저절로 감탄만 나온다.

 

 

 

 

 

 

 

 

 

 

 

 

 

 

 

마등령

 

12시..5시간넘게 세찬바람맞으며 공룡을 넘어왔다.

끝없이 이어지는 단풍길에 어제에이어 또 정신팔며 걷다가 놀다가 쉬다가

이사람저사람이 주는 간식 얻어먹다가..

 

행동식으로 한끼 때울까하다가,추우니까 따끈한 국물이 그리워 라면한봉지를 꺼낸다.

에라~누가보든말든 라면 끓이자.. 

점점 과감해지고 뻔뻔해져서 이번엔 사람들 다니는 등로에서 얼마 안떨어진 곳에서 라면을 끓여 후룩후룩 참으로 맛나게도 먹는다.

 한번 두번이 어렵지,혼자먹는것도 자꾸 해보니까 별거 아니구만...

 

 

 

 

 

 

 

비선대를 2.5킬로 남긴 지점부터는 아직 잎사귀들이 파랗다.

다음주가 지나야만 계곡단풍이 예쁠거같다.

씽씽 달려내려와 비선대에 도착하고,다시 설악동으로 내려오면서,

1박2일의 홀로산행을 마무리한다...

설악동에서 버스타고 속초로나와 다시 동서울행 버스를 타고 서울로 오는길..

어제오늘 벌어졌던(?) 행복한 산행을 떠올리며 엄청 뿌듯하고 대견해한다.

내가 막 멋있어보인다..

 

그래..인생은 홀로가는거야~~음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