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수사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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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2011. 10. 24.

산행일 : 2011년 10월 22일~23일

산행지 : 불수사도북

산행코스 : 상계역-불암산-덕릉고개-수락산-회룡역-사패산-도봉산-우이동-위문-대남문-구기분소

산행이야기:5산종주길에 나선다.이미 한번의 전력이 있는 솔맨님이 별것도 아니라며 꼬였고,언젠가 지나가는 말로 5산종주하러 상경하시면 버선발로 뛰어나가 동참한다는 말을 순진한 풍경소리님이 곧이곧대로 믿고 은근히 협박하시면서,겁도없이 덜컥 고행길에 들어선다.     

 

샷마스타님과 아리님의 따뜻한 응원을 받으며 9시쯤 상계역에서 출발한다.

밤길위엔 네사람의 거친호흡소리와 톡톡거리는 스틱소리뿐이다.

다들 산행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산행고수들이라 역시나 초반오르막도

까딱없이 같은속도로 잘도치고 오르신다.

숨이 턱까지 차서 헥헥거리며 오른 불암산정상..

별자리도 단박에 찾을만큼 별들이 선명하게 반짝인다.의정부시의 야경도 끝내준다.

아,서울의 밤이 참 아름답구나....

 

 

덕릉고개로 내려온다.

두번째 목적지 수락산으로 접어드니,불암산 오를때보다는 한결 몸도 가뿐하고 수월하게 올라친다.

산에서만은 펄펄나는 솔맨님이 오늘따라 맥을 못추시는데,알고보니 저녁때먹은 족발에 체하신 모양이다.

갑자기 의료장비(?)를 척 꺼내시더니,스스로 누르고 쓰다듬고 찌르는 의료행위를 노련하게 하시더니만,

어느정도 진정기미를 보이신다.별걸 다하시네..

 

이 밤에도 수락산의 갖가지모양의 바위들을 다 섭렵하며 수락산정상에 도착하고,

다시 능선을 걷다보니 도정봉이다.

풍경소리님은 좀 싱거우시단다.

오르락내리락 숨깔딱이는 고개가  많아야 하는데,평이한 능선길을 걸으니,심심하신가보다.역시 강적..

너른 바위위에 누워 초승달을 감상하고,시원한 배도 깎아먹고,

막걸리사랑이 넘치시는 두 분은 막걸리에 족발먹으며 이 밤시간을 즐긴다.

 

 

 회룡역에서 이른아침을 먹고 사패산을 오른다.

밥먹은 후라 임도를 걸어올라가는 것부터 너무 힘들다.

한참 뒤처졌던 풍경소리님은 우리몰래 무슨짓(?)을 하셨는지,

갑자기 축지법을 쓰시며 휘리릭 저 앞으로 달아나신다.

암만해도 뽕을 맞고 오신게 분명해...ㅎㅎ

날머리에서 도핑테스트하면 말짱도루묵인데...

 

사패능선에 오르니,벌써 여명이 밝아온다.

점점 붉은기운이 강해지자,어디서 힘이 나오는지 냅다 치고오른다.

참으로 아름다운 일출이다.아파트위로 섬이 둥둥 떠있고,하늘색이 기기묘묘하다.

산고파님말에 의하면 서울산에서 오늘처럼 맑고 깨끗한 일출은 보기드문 광경이란다.

정말 복받은 우리넷... 거사일은 참 기막히게도 잡았다.

요기분 그대로 끝까지 가야하는데...

 

 

 

 

 

 

 

시간가는줄 모르고 40분도넘게 아름다운 아침을 만끽하고나서 도봉산으로 향한다.

아침의 부드러운 햇살은 붉게물든 골들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그 너머로 보이는 서울은 여전히 멋드러진다.

 

갈길이 구만리인데,아침정취에 취해 여러번 발길이 머문다.

이제 그만,갑시다....

도봉산까지 가려면 공포의 긴 계단을 지나야하고,Y계곡에서 힘좀 빼야하는데...

 

 

 

 

 

 

 

 

 

도봉산이다.슬슬 몸이 노곤해진다. 

배낭을 지킨다는 명목을 앞세우고 한숨 주무시겠다는 속셈으로 산고파님이 신선대아래에 계시고,

우리셋만 신선대를 다녀온다.

북한산이 우뚝 서있다.

저기까지 가야하다니..까마득하다. 

차라리 길을 모르면 가야할 길에 대한 호기심이라도 있는데,빤히 아는곳이니,심적부담이 더 크다.

 

 

 

 

 

 

 

 

 

우이암

 

한동안 뜸했던 도봉산이 벌써 완연한 가을로 변해있다.

발걸음은 쉼없이 옮기면서도 흘깃흘깃 눈길주며 인사나눈다.

 

여태까지는 참 잘 걸어왔는데,지금부터가 문제다.

체력은 떨어지고,의욕도 좀 사라지고,한낮의 햇살은 점점 강해지고...

영봉까지는 어찌 걸을까? 그리고 또 위문까지는? 불광동까지 갈 수는 있을까?

 

 

 

 

예쁜 단풍길을 걸어내려와 우이동에 도착했다.

예전엔 참 쉽게 가뿐하게 내려왔는데,오늘따라 하산길이 왜이리 멀고도먼지..

 

`토촌`이라는 음식점에서 얼큰한 김치찌개를 특별주문해놓고, 

음식점슬리퍼신고 발닦고,양치하고,응가하고..물통에 물보충하고..이 짓을 넷이서 번갈아가며 하고..

음식먹으러 간 집에서 시궁창냄새에 가까운 냄새를 풀풀 풍기며 별짓을 다하면 싫어할법도한데,

속이야 어땠을지 모르겠지만,끝까지 친절하게 대해주신 토촌분들께 감사하다.. 

 

 

 

온 힘을다해 영봉에 오른다.

먼저 오르신 산고파님은 땡볕아래서 주무시고계시고,뒤이어 올라오신 풍경소리님은 아예 대자(大字)로 뻗으셨다.

내얼굴을 만져보니,소금이 서걱서걱거린다.

꼬락서니가 말이아니다.얼굴단장이고뭐고 만사가 다 귀찮고,나도 바위위에 널부러진다.

 

산고파님은 이제 산이 안고프신가보다.

이만큼 온것도 장하고 장한일이니,우리끼리 `불수사도영`으로 명명하자신다.ㅎ

그러게..어떤 몹쓸사람이 개뼉다귀같은 불수사도북을 만들어서리..이 개고생을 시키는지..

걸어온길을 굽어보니..어마어마하다..이 째깐한 다리로 걸어오다니..참 대견도하다..

그나저나 위문까지는 또 언제가지?

 

 

백운대

 

백운산장에서 막 오르려는데,왠놈의 헬기가 바로 머리꼭대기에 탈탈거리며,나무들을 사정없이 흔들어대고 눈도 못뜰만큼의 모랫바람을 일으킨다.

구조중인가보다.우물가구석에 쭈구리고앉아 좀 잦아들기를 기다리는데,풍경소리님이 위문으로 향하신다.

더이상 지체할 수 없던 모양이시다.

뒤이어 솔맨님도 따라가시고..

할 수없이 뒤따르는데,프로펠라바람이 장난아니다.

몸이 막 휘청거린다.모자를 꼭 잡고,난간도 꽉꽉 잡으며 위문까지 가니,거긴 아예 전쟁통이다.

얼른 벗어나자싶어 바람을 뚫고 사람들을 뚫고 위문을 내려선다. 

피같이 아까운 시간을 헬기때문에 많이 까먹었다..

 

 

산성길을 휙휙 날라간다.

막판뒷심들이 어찌나 막강한지,순식간에 대동문과 보국문 대서문을 휙휙 지나친다.

물한잔 마시고싶어도 배낭 내려놓을 시간도 없이,산성길을 오르락내리락 걷고 또 걷는다.

숲길은 점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눈도 점점 한물간 동태눈처럼 때꽁해진다.

 

 

대남문

 

대남문앞에 선다.

대호매표소까지 가기엔 무리다.

앞으로 3시간도 넘게 랜턴켜고 바위길을 걸어야한다니,속이 막 뒤집힐거같다.

누구였더라?? 이만해도 충분히 `불수사도북`으로 인정한다고 그만 구기분소로 하산하자신다.

어느누구도 이의없이 만장일치..다들 내심 바라고 있었는데,차마 꺼내지못한 말..

얼씨구나,잘 됐다..

 

홀가분하게 구기분소로 내려선다. 

어둠속을 걸어내려와 구기분소에 도착하며 기막히고 코막혔던 어마어마한 여정을 마친다.

어제에이어 샷마스타님이 강선수님과 함께 축하사절단으로 와주셨다.감동먹었다~~ 

우리넷을 보시는 눈빛이 여느때랑은 좀 달라보인다.

막 우러러보는거 같다..

 

42킬로..총 22시간동안 걸었다.

내가 불수사도북을 걷는다고 할때,

어떤이는 정신이 나갔다고 했다.또 어떤이는 미쳤다고 했다.

산은 도전의 대상으로 삼는게 아니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냥 걷고 싶었다.쭉 이어서 온몸의 반응을 즐기며,오랫동안 걷고 싶었다.. 

다 걷고 난 지금..이 뿌듯함은 여러날동안 행복한 에너지로 남을것이다.. 

 

함께 걸은 산동무님들,솔맨님,풍경소리님 그리고 산고파님...

좋은 경험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