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둘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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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이야기/산행(2009~2019)

2014. 5. 29.

 

설악산 둘째날

 

 (중청산장-희운각-공룡능선-마등령-오세암-백담사)

 

대청일출을 보겠다고 새벽부터 서두르는 사람들로 산장안이 어수선하다. 

다른때 같았음 나두 채비를 했을텐데,꼼짝하기가 싫어 산장 마당에서 보는걸루...

윙윙거리는 바람소리가 어제보다 더 심해 도저히 나설 엄두가 안난다. 

배고픈데 밥이나 먹자..

햇반에 강황이 들어있는 약간매운맛 3분카레..

어제 이른 저녁을 먹은터라 시장이 반찬이다.오뚜기 3분 카레를 찬양하고 감동하며 흡입한다..

모닝커피까지 한잔 마셔주고는 떠날 채비를 한다..

옆집 울산부부님은 생애 최초로 공룡능선을 가보시겠다면서 벌써 산장을 떠나셨다..  

 

 

바람을 피해가며 겨우 희운각에 도착한다.

새롭게 단장한 취사장이 깔끔하다.식수 보충하고,드디어 공룡능선으로 접어든다..

작년 가을인가,신선대에서 바람때문에 모자 날려버리고 바위틈에 숨었다가 후달거리며 다시 내려온 적이 있는터라 바람 부는 공룡길 겁이 나기도 한데,다행히 바람은 점차 잦아들기 시작한다. 

 

신선대

 

언제봐도 그림같은곳..

또다른 세상에 들어온듯한 착각이 드는곳..

지난번 바람이 가져간 내 하늘색모자는 어디에 있을까?

작년에 바람꽃 보러 왔을때 몽몽님도 이곳에서 빨간모자 날려버렸는데..

 

난쟁이붓꽃

 

이번 산행의 목적은 오로지 설악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꽃을 보기 위함이었다.

금강봄맞이,난쟁이붓꽃,그리고 산솜다리...

이곳부터 완전 꽃길이다.금강봄맞이가 별처럼 떨어져 길섶을 바위틈을 수놓았다.

발길 머무는건 당연지사..몇걸음못가 배낭 벗어던지고..또 몇걸음 못가 스틱 집어던지고..  

 

 

 

자주풀솜대

 

 

 

울산부부님과 앞서거니 뒤서거니한다.

초행길이라는데 스틱도없이 어쩜 저리도 꾸준히 잘 걸으시는지..

허리디스크 시술을 두번이나 받으셨다는데 참 대단하시다.

더 대단한건..마나님 공룡구경 시켜주겠다고 모시고 와서 완벽하게 보디가드하며 뒤따라가시는 바깥분..

마나님 걸음에 맞추느라 제 페이스대로 걷지못해 죽을지경이라신다..ㅎ  

 

 

 

바위틈에 뿌리내린 산솜다리의 생명력이 경이롭다.

설악에서 흔하고 흔했다던 이 꽃이 왜이리 숨어있는 꽃이 되었는지 참..

영화 `사운드오브뮤직`에 나왔던 그 노래 `에델바이스`가 화근(?)이었다..

영화와 함께 노래가 히트를 치면서 설악으로 채취꾼들이 몰려들었고..

무분별하게 채취한 산솜다리는 천원짜리 뺏지나 목걸이 그리고 작은액자속에 박제되어 팔려나갔던것..

그 후로 산솜다리는 멸종위기까지 갔고,지금은 산림청에서 보호하는 식물이 되었다.

 

 

 

실컷 봤는데도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금강봄맞이..

어쩜 이름도 이렇게 예쁜지...

훤칠하게 키 큰 가녀린 꽃대가 바람에 마구 흔들린다.그래도 절대 꺾이지 않는다는거.. 

 

 

 

공룡능선의 봉우리를 배경으로 두고 한잔 찍어보겠다고 무작정 바윗길을 올랐는데..

내려갈 바윗길을 바라보니 아공~~감당이 불감당이라~~ 

몽몽님 알면 노발대발 하겠네..이런 상황 생길줄 알았는지 단단히 주의받고 왔는데 ..

가슴 진정시키며 살살 내려와 간신히 착지하는데 성공~~

에휴 나 살았다..

 

 

날이 뜨거워져서 걷기가 힘들어진다.

언제나처럼 1275봉에 닿기직전의 오르막길은 정말 힘들다.

하지만 가장 멋있는 설악다운 구간이기도 하다.

특이한 암봉들이 줄지어 있어 시선을 어디에 둬도 죄다 그림이다..

 

 

 

 

 

 

꽃에 정신 파느라 배고픈것도 잊었는데,이제사 허기를 느끼고...

사과반쪽 토마토하나 그리고 참외반쪽을 정신없이 먹어댄다..

그리고 울산부부님 만나 토마토 두개랑 사과하나 나눠드리고..

이러고도 사과하나 참외하나가 더 남았다.

무슨기운으로 이 무거운 과일들을 여기까지 싸짊어지고 왔는지..

 

 

 

 

이맘때 오면 돌단풍이 한창이었는데,올핸 끝물이다.

금마타리는 이제막 피어나기 시작했고.. 

 

 

금강애기나리

 

 인내하며 걸어야하는길..

땀이 흘러내려 눈속으로 막 들어간다.

 

 

 

금마타리

 

 

마등령이 가까워오고..

한낮으로 치닫을수록 바위는 더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늘진 바위에 앉아 등산화 벗어제끼고 쉬는데,날파리들이 얼마나 달겨드는지... 

 

 

마등령에 닿으니,발바닥에 불날 설악동으로의 하산길이 끔찍스러워진다.

계곡길이 좀 나을거같아 오세암으로 방향을 튼다.

 

오세암

 

영시암

 

 

이제 그만좀 걸으라 몸에서 신호를 보낸다.

계곡물에 발한번 담그고나니 좀 개운해지고..

혹시나 옷가지에 벌레가 붙어있을까 털고 또 털어내고는

3시 10분쯤 되어 들어오는 용대리행 셔틀버스를 탄다.

택시로 원통까지 갈까하다가,어디한번 끝까지 걸어볼 심산으로 백담사입구터미널이 있는 46번국도까지 땡볕속의 아스팔트길을 꾸역꾸역 내려간다.

마침 4시에 지나는 동서울행 버스가 있다.  

500ml 서울우유 하나를 얼른 사들고 버스에 올라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