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山/먼 山

후박 2014. 3. 26. 12:21

 

가능역 - 입석마을(11번 종점) - 호명산 - 한강봉 - 말머리고개(장흥) - 고령산(앵무봉) - 보광사(산행 7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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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시작과 함께 탄생했을 길, 길, 길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수 많은 길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우리는 이어간다.

길 따라 인류 역사도 씌여졌으리라.

 

한때 종주산행에 몸과 마음이 한껏 닿았었다.

60여km 산길을 단번에 걸어내는 산님들도 있지만 나는 30km를 한계점으로 삼았었다.

정상과 계곡을 넘나들며 15km~30km 산맥을 이어 걷는다는게 그리 녹록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그 길을 이어갔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육신의 움직임은 몸과 마음의 가벼움을 선물해준다는걸 체험했다. 

죽을 것 같이 힘들었던 종주 끝에 진한 피로 대신 기분좋은 가뿐함이 오다니...

이런 경험을 통해 종주자가 얻는 에너지의 맛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약속을 지키기위해 저조한 몸 컨디션에도 불구하고 종주산행에 나선적이 몇차례 있었다. 

10여시간 완주 후 찾아든 깃털처럼 가벼워진 몸과 무상(無想)의 깃발...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산과 걸음이 주는 에너지를 믿게 되었다.

인체는 신비롭고, 마음은 자유롭다.

몸은 정직하게 게으름을 경고하고, 마음의 끝은 어디에도 없이 스스로가 키워내지않는가?

경직되었던 몸은 풀어지고, 치솟던 마음은 어느새 평상심으로 오게 하던 한걸음, 두걸음, 세걸음...

 

2009년 2월에 스쳤던 보광사 도솔암이 요즘 생각난다. 

여느 스님은 못 견디고 나올만큼 터가 쎄다고 믿거나 말거나 회자되는 쬐꼬만 수도처다.

호명산, 한강봉, 고령산을 거쳐가는동안 안내표지도 자주 없는 오지지만

5년전 산행후기를 들고 드문 이정표와 안목에 의지해 걸어보기로 했다.

 

 

남쪽의 봄꽃 소식이 전해지지만 경기북부 산길엔 꽃봉오리조차 눈에 띄지 않는다.

산행하다보면 사랑스러운 야생화가 눈길을 끌게 마련이지만

곧 바스러질 것 같은 마른꽃에 마음이 가는건 지금 내 나이가 이만큼이어서일까?

습기도, 색도, 향기도 잃어버려 초연함이 묻어나는 마른꽃

찍어온 이 마른꽃 주변에도 머잖아 낙엽을 뚫고 화사한 봄꽃들이 피어날 것이다.

그 어여쁜 꽃들을 조용히 바라볼 마른꽃

어떤 바램도, 절제할 수 없는 설레임도 보내버려 오히려 편안해보이는 마른꽃

 

 

연리지(連理枝)를 만났다.

소나무와 밤나무가 만나 한 몸이 되어버린 연리지다.

편안하게 서로를 의지하기까지 두 나무는 오래전 서로의 몸에 상채기를 내었을 것이다.

진물을 흘리며 아무는동안 원망과 미움이 교차했을 것이다. 

그런 진한 아픔의 세월을 견뎌내고 나서야 비로소 찾아든 공존의 평화...

연리지가 무언의 메세지를 전해준다.

 

 

군계일학(群鷄一鶴)처럼 서 있는 나무를 만났다.

마을과 가까운 곳에 있었다면 분명 서낭나무가 되었음직한 나무에 기대어 본다.

지쳐갈 무렵의 길손이 에너지를 받고자 기대어도 무심하게 서 있는 나무

 

물푸레나무 사랑 / 김영재

                        

너, 멀리 길 떠나고 나는 온종일 비에 젖는다

물가에 앉으면 물이 되고

숲속을 거닐면 푸른 잎으로 흔들리던 너

 

비 오는 강가에 앉아

흐르는 사랑을 만진다

 

너 없는 시간에 물속에 손을 담그면

하늘이 시리게 내려와

파랗게 배어든다

 

 

 

고령산 정상 앵무봉까지 오는데 좀 힘겨웠다.

아무래도 5년전 그 길에서 벗어나 좀 멀리 돈 것일까?

순간의 갈림길 선택으로 한참을 더 걸어야 하는건 종주하면서 자주 있는 일이다.

아니면 5년 세월이 몰고 온 내 몸의 낡은 흔적일까?

 

 

    

                    ▲ 5년전 이정표                                                 ▲ 현재의 이정표

    

 안타깝게도 5년전 이정표와는 다르게 도솔암 가는 길은 폐쇄되어 있었다.

새로운 하산길이 조성되어 있고, 도솔암 가는길은 철조망으로 막아져 있는 것이다.

아래 두 사진은 5년전 담아온 도솔암이다.

왼쪽 저 수행처를 다시한번 보고 싶었는데 이젠 마음으로만 그리워 할 일이다.

묵언의 면벽 수행자들을 위한 조치리라

 

7시간여만에 날머리 보광사에 도착했다.

정상과 계곡을 넘나들며 오랜만에 이어본 종주산행 좀 힘들었지만

이튿날 깨어보니 다리가 약간 묵직할 뿐 몸은 한없이 가볍고 좋다.

예전처럼 먼 거리 종주산행 할 수는 없어도 가끔은 오래 걸어볼 일이다.

...  모처럼 내 몸과 내 마음에 산 기운이 기분좋게 머물겠군~!!

 

 

 

 

 

돌아와야 할 길이지만 사람들은 나서곤 합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출발할거란 믿음 속에서...
좋은 코스 다녀가셨네요..저 코스 가본지 7년이 넘은 것같아요.. 잘 지내지요?..군악
블로그에 오시기도 하네요~ ㅎㅎ
하두 오랜만에 저도 후기 올려서리...ㅎ
에궁~ 사진이 않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