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山/먼 山

후박 2014. 9. 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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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9일~8월31일(금토일 1무1박3일)

선암사-장군봉-보리밥집-천자암(쌍향수)-송광사-버스환승이동-순천만 용산전망대-버스이동- 선암사

(07시10분 출발~ 21시 숙소 도착, 20여km)

 

걷고싶은 길에 대한 허증은 얼마나 더 늙어야 비로소 내 안에서 물러설까?

올해 안에 선암사에서 송광사까지 걷고싶어...

순천, 여수, 벌교, 꼬막, 지리산...

지명만으로도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건 아무래도 소설이 안겨준 그리움일게다.

조정래님의 태백산맥은 나이 삼십에 들어설무렵의 나를 흔들어깨웠다.

둘째 아이 낳은 직후 직장생활과 육아에 전념하느라 어디론지 자꾸 숨어들 무렵

아파트 골목 서점에서 집어든 소설이 바로 태백산맥이었다.

3권까지 사들고 와 단숨에 읽어버리고는 10권 완간할 때까지 목매 기다렸던 기억이 새롭다.

지리산 세석평전, 토끼봉, 피앗골, 거림골... 그 무렵 마음은 지리산을 헤매었는데

정작 지리산 종주를 실천했던건 그로부터 20년도 훌쩍 넘은 50줄이 되어서였다.

그래서일까?  

순천이란 지명은 늘 설레임으로 다가오곤 한다.

 

내 허기진 읊조림으로 여러 산악회 공지를 뒤적였다.

끝내 조계산 공지가 보이지않는데 마침 우리끼리 다녀오자는 연락이 왔다.

금요일 밤 10시 45분 여수행 무궁화호를 타고 밤새 우리는 순천을 향해 달렸다.

5시간만에 도착해 역 광장 한켠을 차지하고 버너에 불을 지폈다.

산행용 압력솥까지 준비해 온 고마운 손길... 누룽지탕이 구수하게 새벽을 가른다.

뜨겁게 빈 속을 채우고 6시10분 첫 차(1번 버스)를 타고 선암사로 향했다.

선암사 입구 민박집에 도착하자 인상좋은 젊은 쥔장이 우리를 맞이한다.

일부 무거운 짐을 맡기고 바로 선암사를 향해 출발이다.  (7시10분)

 

 

민박집이 썰렁한걸 보니 이미 비수기에 접어들은 것 같다.

정갈하고 단아한 민박집은 불편함도 있었지만 쥔장의 따뜻한 배려로 편안하게 묵고 왔다.

조계산 산행과 순천만 트레킹을 마치고 늦게 귀가하니 방이 따뜻하다.

새벽녘은 춥기에 난방을 해 두었다는 쥔장의 세심한 배려가 고맙다.

 

 

새벽 산사는 언제 만나도 마음을 두드려준다.

선암사의 명물 아름다운 승선교가 먼저 우리를 맞이해준다.

이른 시간이어서 입장료도 면제되는 특혜를 누리며 우리만의 길을 만끽한다.

스님들의 새벽예불 시간이어서 경내는 더더욱 고요하다.

예불소리를 들으며 정갈하고 아름다운 선암사를 둘러본다.

 

 

 

 

선암사 / 정호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선암사에서 장군봉까지 오르는 길은 이렇다 할 조망은 없이 평범하게 이어졌다.

간간히 통나무계단이 이어졌지만 비교적 편안한 오름길이다.

 

 

정상석 인증샷을 열심히 찍던 운봉님 손가락에 잠자리가 그새 앉았다.

아.. 가을인가

 

 

 

 

장군봉에서 하산하는 길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그림 속으로 내가 들어간다.

오름길에선 볼 수 없었던 조망이 하산길에선 이어진다.

 

 

 

 

조계산의 또 하나의 명물은 보리밥집이다.

정상에서 보리밥집 방향으로 하산해 이른 점심을 먹는다.

수 없이 산중에 펼쳐진 나무데크엔 수백명이 앉아 먹을 수 있을 규모다.

백구 한마리와 고양이는 절친이다.

서로 얼마나 잘 노는지... 고양이는 귀찮은지 나무에 숨어있고 백구 시선은 고양이만 바라보고 있다.

 

 

송광사 3대 명물은 다음과 같다.

1.쌍향수(雙香樹) : 고려시대 보조국사와 담당국사가 중국을 다녀오며 짚고 온 향나무 지팡이를 꽂았더니

뿌리를 내렸다고 하며 담당국사는 왕자였지만 보조국사의 제자가 되었고

쌍향수는 스승과 제자의 모습처럼 예를 갖춘 모습이다.

2.능견난사(能見難思) : 어느 순서로 포개어도 크기가 오묘하게 딱 들어맞는다는 바루 세트다.

3.비사리구시 : 쌀 7가마(4천명분)의 밥이 들어간다는 비사리구시가 있다.

 

 

쌍향수 뒷모습...

 

 

보리밥집에서 천자암으로 향하는 길은 힐링의 숲길이었다.

간간히 노란망태버섯이 눈길을 끄는 길은 좁고도 편안한 8부능선 흙길이다.

우리는 좋아~ 좋아~  연신 되뇌이며 앞서거니 뒷서거니 줄줄이 길을 잇는다.

 

 

 

 

 

송광사가 가까워오니 대숲길이 펼쳐진다.

 

 

 

 

 

   

 

 

비사리구시

송광사 비사리구시는 1724년 보성군 봉갑사 인근마을의 느티나무(귀목)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국가 제사시에 대중을 위해 밥을 담아두는 것으로 쌀 7가마 4,000인분의 밥이 들어간다고 한다.

 

 

송광사 경내에 오죽이 보인다.

 

 

송광사 해우소도 눈길을 끈다.

해우소 주변에 해자를 둘러 운치를 더 하니 옛님들의 멋이 농익어나온다.

신발을 벗고 입장... ㅎ

 

 

 

 

 

 

조계산은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압권이었다.

둘은 비슷한 듯 달랐고 쭉쭉 하늘을 치솟아오른 기백은 닮아 있었다.

이 편백나무숲에서 한번쯤 쏟아지는 별빛 아래 비박하고 싶다.

언젠가는...

 

 

 

순천만 일몰

송광사에서 버스를 타고 순천역까지 와 환승을 해 순천만으로 향했다.

예전엔 오후 땡볕에 들러 고생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한데 오늘은 일몰아래 순천만을 보려고 한다.

흐린 날씨여서 일몰이 선명치는 않았지만 서둘러 간 덕분에 석양빛 순천만을 바라볼 수 있었다.

순천만까지 돌아보고 숙소로 돌아오니 9시가 넘는 늦은 시간이었다.

간단하게 취사해 저녁을 먹고 비로소 몸을 뉘인다.

얼마나 숙면을 취했는지... 모두 같은 상황이다. 

 

 

 

귀농부부집 방문

인연이란 시공을 넘나드는 바람줄기 같은거...

소설과 시로 등단한 문학소년소녀로 만난 이 부부가 사는 모습을 보며 귀농의 환상을 잠시 가져본다.

소박하지만 정갈한 살림살이하며 단정하게 꾸며진 서재 안으로 들어오는 산풍경...

지리산병에 들어버린 남편은 이 곳에 와서야 지리산병이 나았다고 한다.

차로 1시간이면 지리산에 도착하니 허기증이 사라진걸까?

소담스럽게 차려진 밥상까지 받으며 이런저런 귀농이야기를 듣는다.

농사를 업으로 삼기보다는 가족들이 먹을만큼의 텃밭만 가꾸며 살고자 하는 부부의 모습이 편안해 보인다.

게다가 손수 써내려간 함석헌옹의 글과 농사지은 양파 10개 선물까지... 가슴이 따뜻해져 온다.

나올무렵이 되자 진돗개(진희) 비로소 얼굴을 내어주며 만지게 허락한다.

녀석도 갈 것을 알고 서운했던 것일까?

 

 

 

 

 

 

 

 

귀농인들의 애환

블루베리 묘목을 대거로 사들여 심어 키웠던 농장들이 힘들다 한다.

처음 설명처럼 분양도 안되고, 블루베리 체집의 인건비도 만만찮으니 이래저래 빚만 떠 안게 되었단다.

이런 이런~~!!

 

 

 

 

산중쉼터

미군부대 무기창고로 쓰였음직한 돔이 산 위에 앉아있다.

귀농카페 카페지기라는 분의 비닐하우스 옆 쉼터다.

커피대접 받으며 이런저런 시골이야기... 음 좋다.

 

이번 여행의 백미로 기억될지 모를 시골집 방문은 3시 기차예약시간에 맞추어 막을 내렸다.

버스 정류장까지 태워주시니 쉽게 순천역으로 출발~

긴 여정은 끝을 맺고 좌석에 앉으니 졸음이 몰려든다.

얼마나 잤을까?

서편 하늘이 붉게 물든다.

좋은 인연들... 서울에 도착해 가벼운 저녁식사를 나누고 각자 집으로 흩어졌다.

 

 

 

참 글쟁이 냄새가 남니다.
시간이 나면 다 읽어 보아야지~~~~
오늘은 잠시 머물다 갑니다.
오셨군요.. ㅎ
누추한 공간이지만 가끔 들르셔서 차 한잔 드시고 가시어요~^^
승선교 포인트 너무 잘 잡으셨습니다.
커다란 더위와 커다란 바람을 뒤로하고 9월에 들어 섭니다,,
열대야 사라진 공간에 그저 감사함으로 공간이 생깁니다,,,
맘껏 자신감을 회복하고 풍요로운 구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