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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재 2009. 11. 13. 23:41

낙엽이 찾아와

 

이후재

 

대문을 나서다

밤새 나를 기다리던 낙엽과 마주친다

그들은 해쓱한 얼굴 쳐들고

우린 작별인사를 하러 왔다고 말하네

나는 얼떨결에 손을 내밀었지만

그들은 그냥 그냥 좋다고 바스락거리네

한창 우리끼리 모여서 놀 때

보내준 사랑과 격려를 못 잊겠다 하네

나는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지

그들은 앞산 골짜기 양지로 떠나고 싶다네

끄덕이며 손 흔들어 줄 때

먼저 가서 기다리겠다며 눈물짓네

 

 

낙엽과 대화하셨군요. 올해도 건안 건필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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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재 2009. 10. 12. 21:23

새벽이 오는 소리

 

이후재

 

타닥! 귀에 익은 새벽 네 시 시보

하루의 역사를 담은 택배가 오는 소리

나는 어젯밤 경기가 궁금하다

대문을 여니 보따리가 입을 열고

이집트 청소년 월드컵축구에서

"한국, 파라과이 꺾고 8강 진출"

와, 팔뚝에 힘이 솟는 새벽장

정치 경제를 지나 문화 마당 구경이 한창인데

벽에서 뻐꾸기가 축가를 부르고

굿모닝, 라디오 열차는 기적을 울린다

박수와 환호 속에 잠시 개선장군이 되어

나는 다시 침실로 돌아와 보니

창문, 흑백 TV에서 느티나무가 뒤척이는데

오지직오지직 이불산 무너지고

산을 흔드는 첼로 소리 따라

궁전에 아침이 끌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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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재 2009. 7. 6. 11:44

바다의 소리

 

이후재

 

새벽, 통영 앞바다

통통배는 어둠을 밀어내며 등대를 떠난다

바다는 버릇처럼 누워

만선으로 돌아오라 손짓한다

 

다시 붉은 배 다가온다

잠깬 그는 주먹을 쥐고 일어나

"사람들아, 정신 차려"

1592년 8월의 오늘을 기억하는가 묻는다

우리가 왜선에게 짓밟히고 찢기던 날을

흘린 피를 빨아먹으며 항거하던 그 날

쿵쿵, 거북선의 용맹으로 역사를 바꾼 그 때를

 

그는 한숨을 토하네

그후 사백여년, 물고기만 잡아먹고 살더니

6.25전쟁 때 북한군에게 통영땅마저 빼앗겼던 치욕

해병대의 귀신잡는 슬기로움으로

질식 문턱에서 되살아난 우리들

 

이제, 조국을 지킨 그 함성 다시 듣고 싶어

"나가자, 태평양으로"

그의 선창은 한반도를 달군다  

 

 

 

 

 

드디어 첫 들이 올라오셨군요.
축하합니다.
도와 드릴일 있으면 도와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