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공공철도 이야기

꿈꾸는 기관사 2013. 11. 5. 23:22

지난달 31일 대구역에서 발생한 무궁화호와 KTX 고속열차 추돌사고는 아마 일본이었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일본철도 노동자들의 주의력이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뛰어나서라기보다 일본철도는 고속열차인 신간선(신칸센)과 일반열차가 동일한 선로에서 주행하거나 경합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1964년 도쿄올림픽 개최에 맞춰 세계 최초로 고속열차를 개통시킨 일본국철은 그 명칭을 ‘새로운 간선’이라는 의미인 신간선으로 명명했습니다. 우마차가 다니던 길을 자동차나 전차가 다닐 수 있도록 한 ‘신작로’와 비슷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각 나라별 철도는 궤도 간격이 1천435밀리미터인 표준궤를 기준으로 이보다 좁은 협궤와 이보다 넓은 광계로 구분합니다. 대표적인 협궤는 일본철도이고 대표적인 광계는 러시아철도입니다. 우리나라와 중국, 대부분 유럽철도는 표준궤입니다.

협궤는 초기 건설비용이 저렴한 장점이 있지만 고속주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본은 고속열차 건설계획 당시 기존선인 협궤를 개량하는 방식을 포기하고 표준궤로 새로운 간선철도를 건설하기로 결정합니다. 고속열차는 고속전용선만을 주행하고 전용 역에 정차함으로써 높은 안정성과 정시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궤간이 다른 기존선으로 고속열차가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신간선이 건설되지 못한 지역은 고속열차 서비스 제공이 어렵습니다. 높은 건설비용도 단점입니다. 실제로 일본 국철은 신간선 개통 이후 높은 건설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됐습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고속열차는 고속선과 기존선을 모두 주행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건설비용과 고속선이 건설되지 않은 지역까지 고속열차 직통운전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창원까지 고속열차를 이용할 경우 서울~동대구 간은 고속선, 동대구~창원 간은 기존선을 주행하기 때문에 승객 입장에서는 열차 환승 없이 최종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는 것이죠.

반면에 고속선과 기존선이 만나는 구간은 고속열차와 일반열차, 화물열차와 전동열차 등 모든 종류의 열차들이 집중되기 때문에 역의 열차 진출입 순서와 속도 조절 등 고도의 통제력이 요구됩니다. 기관사는 고속선 주행방식과 기존선 주행방식을 혼용해 취급해야 하고, 역무원은 앞서가는 열차와 뒤따라오는 열차의 운행정보를 수시로 점검해야 합니다. 대구역은 고속열차와 일반열차가 만나는 구간이었습니다.

이와 같이 대구역 사고는 동일선상에서 복수의 열차가 혼용돼 운행될 때 역무원·열차 승무원·기관사 간 열차정보 교환과 시설물·차량에 설치된 운전보안장치의 호환성 여부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에 대한 교훈을 던지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수서발 KTX 운영을 위한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목적이 민영화가 아니라 경쟁체제 도입일 뿐이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동일한 선로에서 출발역만 달리하는 운영체계가 어떤 경쟁효과가 존재하는지는 따로 논의하더라도 대구역 사고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철도운영에서 통합적 시스템 구축은 안전과 직결된다는 사실입니다.

국토부는 독점의 폐해를 막기 위해 새로운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고 하지만 철도는 오랜 시간 복수의 자본가들에 의해 ‘자유 경쟁체제’로 난립해 운영됐습니다. 철도산업 초기 수많은 사고와 시행착오를 반복한 끝에 하나의 단일한 시스템으로 운영되면서 철도안전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지난달 방한한 아슬락센 국제운수노련(ITF) 철도분과 의장이 “철도산업에서 경쟁체제 도입? 100년 전 시스템으로 되돌리자는 것인가”라고 반문한 이유를 민영화론자들은 깊이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