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공공철도 이야기

꿈꾸는 기관사 2013. 11. 13. 11:24

아시아와 유럽이 공존하는 도시 이스탄불은 동서양 문화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세계적인 관광지입니다. 흑해 어귀에 위치한 반도 이스탄불 역사는 한반도 운명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인류 역사발전이 동쪽에서 발원해 서쪽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라고 할 때 터키는 문명의 중심이었던 동양의 주도권이 주변부였던 유럽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찬란한 이스탄불 유적이라는 것도 결국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각축의 결과이자 기독교와 이슬람교 간 전쟁 유산에 다름 아닙니다.

현지 시간 지난달 29일, 터키 건국 90주년을 맞아 이스탄불에서는 에르도안 터키 총리, 빅토르 루마니아 총리와 아베 일본 총리 등 동서양 3개국 정상과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해저철도 개통식이 거행됐습니다. 아시아와 유럽 경계이고 이스탄불을 양분하고 있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철도를 통해 연결하고자 했던 터키인의 노력은 오스만제국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해저구간 1.4킬로미터를 포함해 총연장 77킬로미터에 달하는 마르마라이 선(Marmaray Link)은 나진-하산 선에 이은 ‘또 하나의’ 유라시아 철도연결선이 됐습니다.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가 북쪽노선이라면 마르마라이 선은 중국과 중동을 거치는 남쪽노선인 셈입니다. 지정학적 요충지로서 전쟁과 약탈을 숙명처럼 안고 살았던 반도의 운명이 철도를 통해 바뀌는 순간입니다.

아베 총리가 이번 개통식에 참석한 이유는 2005년부터 시작된 해저철도 건설공사에 일본자본이 터키와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축사에서 “도쿄를 출발해 이스탄불을 거쳐 런던으로 이어지는 고속철도를 꿈꾼다”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철도 연결 꿈이 그만의 것이 아닌 것처럼 아베 총리 꿈도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섬나라 일본의 오랜 숙원입니다. 과거 일제 침략전쟁과 식민지배를 부정하고 또다시 군사대국화를 추진하고 있는 아베 총리에게 철도의 꿈은 과연 무엇일까요.

자본주의와 함께 탄생한 근대국민국가를 제국주의 단계로 발전시키는데 철도는 핵심기제였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선진자본국가는 철도를 통해 군대를 이동시키고 식민지 수탈 자원을 본국으로 실어 날랐습니다. 철도부설권을 둘러싼 국가 간 충돌은 전쟁으로 이어졌습니다. 거대한 증기기관차에서 내뿜는 굉음과 지축을 흔드는 쇠바퀴는 그 자체로 제국주의세력의 무력시위가 됐습니다. 식민지 민중들에게 너희들은 우리를 이길 수 없으니 더 이상 저항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력인 것입니다.

조선침략의 중요한 교두보인 철도부설권을 강탈한 일제는 철도건설이라는 미명으로 한반도에 대한 치밀한 지형탐사에 착수했고 이는 곧바로 군사적 목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정확하게는 대륙침략 루트를 개발하기 위해 철도부설이라는 외피를 씌운 것이죠. X자형 한반도 종단철도를 부설한 일제의 대륙침략은 시간문제가 됐습니다.

청일전쟁에 이어 러일전쟁에서도 승리한 일제는 첫 번째 전리품으로 만주철도를 접수했습니다. 1906년 일제 육군참모총장 고다마 겐타로는 “철도를 지배하는 자가 대륙을 지배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남만주철도주식회사(만철)를 설립했습니다. 1945년 일제가 패망할 때까지 40여년간 운영된 만철은 오늘날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버금가는 일본 최고 엘리트들의 집합소이자 괴뢰만주국의 실질적인 통치자였습니다.

1910년 만철은 다롄-장춘-하얼빈을 거쳐 TSR과 연결해 모스크바와 베를린, 파리로 이어지는 유라시아철도를 연결했습니다. 같은 시기 조선에서는 부산-경성-신의주로 이어지는 경의선이 개통됐으니 남은 것은 도쿄와 부산을 연결하는 일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