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꿈꾸는 기관사 2009. 5. 29. 00:30

 

 

경부선과 경전선이 만나는 삼랑진역을 지나면 첫 번째 맞이하게 되는 역이 낙동강역입니다. 하루에 열차가 상, 하행 2번 정도 정차하는 간이역이지요. 낙동강 지류를 가로지르는 작은 철교를 지나고 또 그만한 작은 터널을 하나 지나면 한림정역, 그리고 진영역으로 이어 집니다.


진영역을 가기 전에 우측으로 보이는 들판과 봉하산. 그 너머  지붕 낮은 집들 사이로 극우 찌라시들이 봉하아방궁이라고 짖어댔던 전 대통령의 사저는 보일 듯 말듯, 있는 듯 없는 듯 자리하고 있습니다. 용산철거민들의 주검위에 지어올릴 바벨탑에 비하면 그저 기차길옆 오막살이에 불과하지요.


경전선의 봄은 평화롭습니다. 장날을 제외하면 타고내리는 승객들도 분주하지 않고 시속 130키로 씩 힘겹게 달리던 열차도 낙동강역을 지나면서 숨을 고릅니다. 그런 경전선의 봄이 지금은 너무나 침통합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철도노동자들은 말 그대로 지독한 애증관계였습니다. 서로의 원망이 얼마나 컸으면 그는 재임시절 그 누구도 감히 철도해고자문제를 건의하지 못하게 할 정도였다고 하고 지금도 적지 않은 참여정부 인사들은 집권초기 철도노조 파업만 아니었더라도 노동계와 그렇게 빨리 등을 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합니다. 


2001년 5월. 철도노조는 54년의 지긋지긋한 어용노조를 청산하고 직선제를 통한 민주집행부를 탄생시켰습니다. 역사적인 민주노조 출범식이 열리던 날.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고문은 축사를 하기 위해 참석하셨습니다. 이것이 공식적인 철도노동자들과의 첫 만남이었지요. 대통령이 되시고 ‘운명’의 2003년 6.28 철도총파업이 전개되었고 노무현 대통령과 철도노동자는 서로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습니다. 47명의 해고동지들은 여전히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그와의 인연은 그것으로 끝나는 듯했습니다.

 

ktx를 타고 귀향할 때만해도 임기 중에 철도해고자, ktx여승무원문제를 끝내 외면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지요. 그런 그가 부당한 국가권력에 대한 마지막 저항으로 몸을 던지면서 홀연히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2001년 5월의 그 모습으로 말입니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합니다. 무엇이 이렇게 많은 이들을 울리고 있는가? 노무현 정부 시절 징역을 살았던 나는 그렇게 원망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영정 앞에 왜 이렇게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을 느끼는가?


아마도 정치인 노무현에 대한 기억보다는 인간 노무현에 대한 그리움, 연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치를 잘했건 못했건 열심히 살아온 그의 치열함, 죽음과도 바꿀 만큼 소중히 여겼던 명예, 무모할 만큼 불의에 저항하고자 했던 그의 어리석음, 그리고 소탈한 유머....


그의 마지막 말씀처럼 철도노동자와 노무현 대통령의 관계는 운명으로 받아드리고자 합니다.

사람냄새 나는 인간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진심으로 애도합니다. 비록 정치적 견해가 다르고 서로의 처지가 다르다 할지라도 수백만의 가슴에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해준 바보 노무현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많이 그리워할 것입니다.

 

 그리고 끝도 없이 늘어선 추모행렬에서 다시금 비운을 뛰어넘을 희망을 봅니다. 한 때 물신숭배헛공약에 표를 몰아준 대중들이라고 원망했던 그들이 정의와 민주주의를 그리워하며 광장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이전 우리의 한계를 극복할 노동자와 진보정치가 하나 되는 길. 오인사살로 서로를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운명적 동지로 다시 만나는 길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부디 조중동 찌라시, 주인 물어뜯는 견찰, 영혼 없는권력. 윤똑똑이들 없는 곳에서 영면하소서.  


비록 그를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봉하에서 몸을 던진 그는 역사가 되었습니다.
이제 남겨진 역사는 남아있는 자들의 몫이겠죠.
잘 읽었습니다...알고 보니 조금 비켜 서 있었던 노사모였구만요 ㅋㅋ 운동장에서 뵙겠습니다....
우연하게 들렸습니다 글들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자주 들려 철도이야기 많이 듣고 싶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요...노무현대통령님의 서거에 아직까지 눈물이 마르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