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빗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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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몇편

2020. 12. 3.

수제빗국

 

 한승필

 

시름겨운 봄날에 탱크가 지나가면

나의 어린 몽혼(夢魂)은 깨어지고 무너졌다

저건 우리나라 탱크가 아니었기에

어디에서 쌕쌕이 창공을 나는 날도

나의 가슴은 갈가리 찢어지고 무너졌다

저건 우리나라 쌕쌕이가 아니었기에

그렇게 시절은

밀가루 쑥 범벅이 되어있었다.

 

웬 수 같은 삶도 살다 보면

애호박 파채 고명처럼 가지런히 올려지는 것

뚝뚝 떼어낸 밀가루 반죽이야,

배부른 삶에 취해

세상이

매일매일 뜨거운 국물인 줄 알았겠지,

에라 잡놈의 세월

막소주 한 되 병 나팔 분 뒤

비 내리고 속 쓰린 날

탱크 소리 쌕쌕이 소리

싸잡아서 말아 넣은

수제비나 한 사발 더

훌훌 둘러 마시고 배통이나 뚜들기자

 

2019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