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
너는 어디서나 지천이지만
새봄, 어느 농투산이는
인정사정없이 밭을 갈아엎는다
세상이 뒤집힌다고
쓰러질 네가 아니지만
땅 주인의 고집은 집요해서
너를 아직은 농산물의 품종에 끼워 넣지 않는다
대풍이 와도 가격 폭락으로 걱정스러운 농사
아직은 네가 얼굴을 들어
한자리 한몫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
우선은 그작저작 들판 군데군데 모여 살다가
시절을 기다려
너도 배추나 무처럼
작물이란 이름 하나 얻어 한자리 파고들면
몸값도 올라가고 이름값도 대접받는
그런 날이 오리라
봄 여름 가을 겨울 시도 때도 없이
어디서나 자라나는 냉이에 대해
누가 경배(敬拜)를 올리겠느냐.
2020년 12월 17일
그작저작은 거작저작의 사투리
농투산이는 농투성이의 충청도 사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