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읽고

2013. 6. 6. 11:46

책꽂이에 묵혀 두면 폭발할 책

 

제목이 심상찮다.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이라니. 반듯하고 말 잘 듣고 순종하는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교사가 아니라 불온한 교사를 양성한다니 도대체 요즘 이 시대가 어떤 시대이기에 그런 교사를 양성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 책의 저자 중 한 분인 진웅용 교사는 유치원 때 자신을 칭찬했던 좋은 선생님이 1979년 10월 26일 다카기 마사오가 죽은 날 슬퍼서 울더란다. 다카기 마사오는 다 아시는 바와 같이 독재자 박정희의 일본 이름이다.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고 인혁당 사건을 조작해 8명을 사법 살해했고, 국민교육헌장으로 대표되는 반공교육으로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독재자였다. 그자가 죽었는데 ‘착한’ 선생이 울 정도로 세뇌당했던 그런 나라에서 우리는 살아 왔다.

 

그런 세뇌 교육은 지금 없어졌다. 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자본주의의 천박한 사상을 세뇌받는 세상이 됐다. 학교에서 인성을 키우기는커녕 경쟁만을 강조해 점수를 따야 하고 IN서울대학을 가야 하고, 대학을 졸업하면 대기업에 취직하는 게 미덕인 세상이 됐다. 오죽하면 아이들 태반이 장래 희망이 공무원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자면 외우기를 잘해야 하고 점수만을 강요하는 교사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진웅용 교사는 그런 교육을 말장난으로 비꼰다. 우리 나라 교육은 사람을 사회에 ‘적응’시키는 건데 ‘좋게 말해서 적응’, ‘솔직히 말하면 순응, 순종, 굴종시키는’ 교육이란다. 대학 수학능력시험의 준말인 ‘수능’은 ‘순응’과 발음이 같단다. 정말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말 장난이다.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사뭇 도발적인 제목으로 나온 이 책은 ‘교육공동체 벗’에서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강연한 내용을 묶은 책이다. 강사는 홍세화, 진웅용, 조영선, 정용주, 이형빈, 이상대, 이계삼, 안정선, 박복선 선생 등 아홉 분이다. 이분들은 현재 학교에 계신 분도 있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지는 않았지만 우리 시대에서 본받을 만한 길잡이 역할을 하시는 분들이다.

 

이 책은, 나같이 어려운 책을 싫어하는 사람이 정말 읽기 쉽고 재미있게 만들었다.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사용 설명서’도 있는데 그걸 읽지 않아서 생기는 부작용은 책임지지 않는단다. 그리고 ‘기초편’, ‘실전편’, ‘심화편’이 있다. 기초편은 교사가 불온해야 하는 근거를 찾는 장이고, 실천편은 불온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을 위한 장이다. 하루에 하나씩 실천하다 보면 어떤 날은 반드시 샌들을 끌고 학교에 가게 된다고 한다. 심화편은 또 무슨 이야기가 있을까. 내가 교사였다면 정말 이대로 따라 하고 싶을 정도로 통쾌한 책이다.

 

학교는 이 사회를 보여 주는 거울이다. 꼭 교사가 아니라도 우리 사회를 들여다 볼 수 있기에 이 책을 읽어야 한다. 보관상 주의! 책꽂이에 묵혀만 두면 폭발할 수 있는 책이란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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