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PD/_조_C C_詩-*^^

2015. 3. 23. 18:53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일터에도 봄은 오는가?

 

                                                                                          이재춘 각색

 

나는 온몸에 푸른 천을 감고

하얀 건물 푸른 하늘이 맞붙은 곳으로

손금 같은 언덕길을 따라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지른다.

 

입술을 다문 병원아 두 눈감은 하늘아

우리가 왜 여기에 서 있는지 알 수가 없구나

네가 밀었느냐? 누가 내쫒았느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동지섣달 매서운 찬바람 내 뺨을 찢으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마라 호통을 치고

개울너머 봄바람 내 귀에 속삭이며

우지마라 우지마라 옷자락을 흔든다.

 

겨우내 노래하던 붉은 현수막아!

말없이 긴긴밤을 지켜준 고마운 벚나무야!

줄줄이 간절한 소원 담은 작은 리본아!

간밤에 내린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마음도 가뿐하다

 

우리는 끝까지 함께 간다!

오가는 환자와 가족들이 힐긋힐긋 쳐다보아도

수십 년 알고지낸 간호사 의사들이 모른 척 고개를 돌려도

우리는 동지의 손 꼭 잡고 봄 나들이 가듯 투쟁에 나선다

 

수십 년 세월 환자들 밥 짓느라

남편도 아이들도 밥 한 끼 차려주지 못했는데

오늘 식탁위에 차려지는 남편의 걱정 아이들의 눈물

어금니 꾹 깨물고 오늘도 병원 앞으로 나선다.

 

내 손에 국자를 쥐어다오 내 손에 주걱을 쥐어다오

구수한 된장국 한 그릇 사발에 떠 담고

토실토실 찰진 밥 한 그릇 꾹꾹 눌러 담아

밤새 고통에 지친 환자들을 보듬어 주듯

밥차 밀고 가는 쇠바퀴소리는 오늘도 귓전에 맴돈다.

 

논에 물대는 농부와 같이

아이들 밥 먹이는 어머니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내닫는 내 영혼아

노동자의 삶이 무엇이더냐 자본가의 행태가 어떠했더냐

수줍어하지 말고 답을 하려무나

 

수십 년 웅크리고 억눌려 밥을 짓고도

세상에 봄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참고 또 참고 또 참아온 서러움 오늘에야 터졌는데

그 서러움 분노가 되고 그 분노 노조가 되었구나

 

아! 이렇게 노조를 만들고 보니

저기 저 개울 건너에 봄이 보이는구나!

나는 온몸에 푸른색을 두르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노조의 깃발 들고 하루를 걸어 봄마중 나간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다 보다.

 

자연의 봄은 우주의 법칙으로 오지만

빼앗긴 일터의 봄은 투쟁으로 되찾는다

 

비록 지금은 일터를 빼았겼지만

신념이 있고 동지가 있고 투지가 있어

일터의 봄은 반드시 되찾으리라!

 

겨우내 함께 노래를 불러준 붉은 현수막아

긴긴 밤을 소리없이 지켜준 고마운 벚나무야

 

봄바람에 한들한들 벚꽃이 휘날리면

붉은 현수막은 봄바람에 콧노래를 부르고

우리는 아무 일 없은 듯 병원으로 가련다.

 

한손에는 주걱을 들고 한손에는 노조깃발을 들고

우리는 병원으로 가련다.

메모 :
조PD님 기분 좋은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