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도봉_/도봉과 우리!!

2017. 7. 20. 18:36

환갑을 눈 앞에 둔, 중년 여성의 마르지 않는 눈물

 

 

잔업을 마친 엄마는 하루 동안 혼자 있었을 딸을 생각해서 걸음을 재촉하여 집으로 향합니다.

하루 종일 물을 만진 엄마의 손은 퉁퉁 부어있습니다. 갈라진 손끝에는 반창고를 칭칭 감아놓아 감각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병원 지하 식당에서 일하는 엄마는 한 계단만 올라가면 치료를 받을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채찍을 들고, 무섭게 쏘아보는 상사의 눈치를 보며 감히 치료받고 오겠다는 말을 할 수 없습니다.

 

 

하루 종일 문을 굳게 잠그고 혼자 있었던 아이는 엄마를 기다리면서 그림을 그립니다. 아빠와 엄마의 손을 잡고 공원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러다 잠이 들었습니다.

 

 

엄마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자 잠에서 깨어난 아이는 왜 이렇게 늦게 왔나며, 엄마에게 와락 안깁니다. 하지만 엄마는 따뜻하게 안아줄 새도 없이 굶고 있었을 아이를 생각하며 저녁을 준비합니다. 아이는 그림을 보아달라며 엄마에게 매달립니다. 엄마는 마음과 달리 아이에게 화를 냅니다.

아이는 엄마가 밉다며 울기 시작합니다. 그제서야 엄마는 아이를 와락 껴안으며 엄마가 잘 못했다고, 아이의 눈물을 닦으며 아이를 안은채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시간이 흘러 아이가 대학을 졸업합니다. 넉넉지 못한 형편에서 반듯하게 성장한 아이가 엄마는 대견스럽습니다.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지난 세월이 스치듯 떠오릅니다.

하지만 엄마에게는 과거의 고통보다 딸아이의 졸업식에 함께 하지 못하는 지금의 상황이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졸업식 전날 아이와 엄마는 얼굴을 마주보고 앉았습니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습니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보았던 엄마의 손은 여전히 부어있고, 갈라져 있습니다. 아이는 엄마의 손을 곱게 감싸고 머리를 숙여 뜨거운 눈물을 한 없이 쏟아 냅니다. 그렇게 모녀는 서로를 안고 눈물을 흘리다 잠이 들었습니다.

 

 

엄마는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아이가 먹을 밥을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걸어서 5시까지 병원으로 출근합니다. 세상이 하도 어수선한 요즘 아이를 두고 나오는 엄마의 마음은 무겁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과 직원들의 식사를 걱정하며 30년 동안 이른 출근길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젊은 청춘의 열정을 병원에서 다 보낸 엄마는 열심히 일하면 일한만큼 대접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구에게 기대지 않아도 부족하거나 넘침 없이 인생의 노년을 살아 갈수 있을 꺼라 믿었습니다.

 

 

1990년 후반 대한민국 경제에 큰 위기가 찾아왔다고 세상이 떠들썩 합니다. 지하 식당에서 일하는 엄마는 그게 무엇인지 자신과 상관이 있는지 없는지 고민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얼마뒤 병원에도 위기의 바람은 불어 왔습니다. 병원은 우리 나라가 경제위기에 빠져 있는 만큼 병원 운영 정상화에 모든 직원이 일떠 나서야 한다. 그리고 고통분담을 같이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고서 직접 운영하던 식당과 관리하던 직원들을 1999년 12월 1일 외주 용역업체에 맡겨 버렸습니다. 병원 책임자는 용역업체에 소속되더라도 종전 대로 일을 한다. 어머님들은 예전 처럼 계속 일을 하는 것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엄마는 용역업체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바뀐 사람도 없고, 같은 일을 하고, 작업 지시를 받으니 별일 아니 구나 생각하였습니다.

 

 

2007년 (주)아워홈이라는 국내 1위 푸드업체가 들어오기 전까지 두 차례 업체가 바꼈습니다.

엄마는 업체가 바뀔때마다 계약서를 써야 했습니다. 급여도 예전과 달리 최저 인건비에 달하는 쥐꼬리만한 돈을 받아야 했습니다. 위기 난리 통에 아무런 고민 없이 덜썩 병원말만 믿고 용역업체로 변경한 자신을 탓해 보지만 이미 늦었다고 생각해 버렸습니다.

엄마는 꼬부랑 할머니처럼 보이는 자신을 누가 일을 시키겠냐며, 조금 이라도 병원식당에서 일을 더하자며 스스로를 위로 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업체가 들어 온 뒤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하루 기본 근무에 매주 수십시간의 잔업이 사람을 질리게 했습니다. 새로운 업체는 잔업수당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작업에 필요한 물건이 있어도 제공하지 않고 직접 구입해서 쓰게 하였습니다. 일을 시작한 첫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서서 먹는 점심풍경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고된 노동으로 천근 만근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유난히 멀게 느껴집니다.

밤에 잠을 자려 누워도 잠이 오지 않습니다. 밥을 먹어도 모래알을 씹는 느낌입니다. 얼마전부터 속이 더부룩하고 머리가 아퍼서 병원을 찾았습니다. 의사선생님은 신경성 소화 장애 및 두통이니 약을 복용하는 것보다는 고민이나 문제를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풀어야 한다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엄마는 병을 치료하려 병원을 찾았지만 의사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머리가 더 아퍼옵니다.

엄마는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딸아이에게 전화를 하려고 번호를 눌렀습니다. 하지만 공부하는딸에게 방해가 될까봐 전화기를 주머니에 다시 넣었습니다.

 

 

열심히 일만 하던 어머님들이 같은 고민으로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일만 실컷 부려먹고 어머님들의 피와 땀으로 살찌운 용역업체가 병원에서 나간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입니다. 어머님들은 병원측과 용역업체에 밀린 잔업수당 지급과 근무 조건 개선을 요구하였지만 그 누구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았습니다.

매일 피가 타들어가는 듯한 고통속에서 어머님들끼리 모임을 진행하고 대책을 연구해봤지만 뾰족한 수를 마련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뉴스에서 파업하는 또 다른 여성노동자들을 보았습니다. 하루 아침에 거리에 쫓겨난 여성 가장들이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뉴스였습니다.

 

 

어머님들은 망설였습니다. 노동조합이 무엇인지? 왜 있는지? 몰랐습니다.

어머님들은 무서웠습니다. 지금까지 생각해본 적도 없고,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머님들은 새로운 길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앉아서 당하느니, 당당하게 요구하고 자신의 권리를 되찾겠다며 2011년 7월 한일병원 분회를 결성하였습니다.

 

 

엄마는 망설임 없이 딸에게 전화하였습니다.

무슨일 있냐며 묻는 딸에게 엄마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엄마도 대한민국의 당당한 노동자다.

엄마는 이제부터 밟아도 꿈틀대지 않는 무지렁이가 아니라 나의 소중한 권리와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세상의 주인으로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딸에게 힘주어 말했습니다. 어제는 고통과 슬픔의 눈물을 흘렸던 엄마가 오늘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말입니다.

 

 

식당어머님들을 무시하고 얕잡아 봤던 병원과 용역업체는 어머님들의 이런 변화에 굉장히 당황해하였습니다. 어머님들은 노동조합 결성에 멈추지 않고, 노동청과 노무사를 찾아 다녔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한푼도 받지 못한 밀린 잔업수당도 받아냈습니다. 어머님들은 처음으로 서로를 부등켜 안고 만세의 함성을 소리 높혀 외쳤습니다. 그날 밤 어머님들은 기쁨에 겨워 잠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쁨도 잠시 용역업체가 나가고 새로운 업체가 들어오던 날 식당노동자 어머님들은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었습니다. 2012년 1월 1일 모두 해고자가 되었습니다. 해고 소식을 전혀 모른채 마지막날까지 잔업을 했던 어머님들은 다음날 굳게 닫혀 있는 지하 식당 앞에서 망연자실해졌습니다.

 

 

수십년을 병원의 발전과 환자들의 식사를 정성스럽게 준비하느라 청춘을 모두 바쳤는데, 병원은 입을 틀어 막고 답변하나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도리여 어머님들의 개인 사물함까지 모두 뒤지고 바닥에 내팽개쳐 버렸습니다. 그렇게 어머님들은 병원에서 가장 필요한 사람이 아닌 버림받은 물건으로 취급되어 버렸습니다.

 

 

찬바람이 불던 새해 첫날부터 60여일이 다 되도록 어머님들의 활동은 멈춤 없이 진행 되고 있습니다.

환자들도 직원들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도봉 강북의 유일한 종합병원인 한일병원의 만행에 수많은 주민들이 서명과 지지 방문으로 힘을 실어 주고 있습니다.

 

 

다음주 수요일(2월 29일)은 어머님들이 해고 된지 60일이 됩니다.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며 흔들림 없이 싸워나가고 있는 어머님들이 지난 활동을 되돌아보고 더욱 결심을 높이고자 목숨만큼 소중한 머리카락을 자르겠다고 하십니다.

 

어머님들의 절절하고 당찬 결의 앞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밤새 고민을 해봅니다.

 

어머님들의 삭발이 맞냐? 아니냐?의 고민이 아니라 왜? 어머님들이 삭발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는가 입니다.

 

정치인,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개인등 어머님들의 눈물 어린 투쟁에 연대의 눈물을 흘릴수 있는 분들이라면 사상과 정견을 떠나 소중히 모시겠습니다.

 

환갑을 눈 앞에 둔 어머님들의 눈물겨운 투쟁에 함께 해주십시오.

 

한일병원 정문 앞에서 기다리겠습니다.

 

 

한일병원 식당노동자 드림.

 

 

 

1. 일시 및 장소

① 2월 29일(수) 오후 5시, 한일병원 정문 앞

 

2. 식순

① 결의 묵상

② 어머님 편지글 낭독

③ 연대사

④ 규탄발언

⑤ 어머님 삭발 투쟁

⑥ 결의문 낭독

⑦ 실천투쟁

출처 : 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 도봉지부
글쓴이 : 봄이아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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