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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7. 20. 18:44

한일병원 식당노동자들의 투쟁 수기

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 도봉구 지부장 최종은

 

2012년 1월 1일. 임진년 새해를 맞이하여 덕담을 나누고 건강을 기원하던 명절날 아침 여느 때처럼 병원의 환자들과 직원들의 세 끼 식사를 준비하기위해 식당노동자들은 새벽 5시에 일터로 출근하였습니다.

하지만 식당입구에 도착한 식당노동자들은 굳게 닫혀 있는 철문 앞에서 더 이상 병원식당으로 출근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해 7월 한일병원 식당노동자 19명은 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 한일병원 분회를 결성했습니다. (주)아워홈소속의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식당노동자들은 정해진 근무시간외 잔업까지 마다하지 않았지만 (주)아워홈은 식당노동자들에게 잔업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일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고무장갑조차 지급하지 않아 식당노동자들이 일하는 도중 병원 밖에 나가 사오는 어이없는 일이 많았습니다. 더불어 신종플루가 유행일 때 병원의 다른 직원들은 예방교육과 예방주사를 접종했지만 매일 하루에 세 번 환자를 대하는 식당노동자들에게는 그 어떠한 대책도 이루어지지 않아 신종플루에 걸리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열악한 노동환경과 차별적인 대우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식당노동자들은 노동부에 찾아가고, 노무사를 만나 상담하고 급기야 민주노총을 찾아가 그동안 쌓이고 쌓였던 불만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한일병원 식당노동자들은 민주노조를 결성하고서야 비로소 한일병원에서 철수 방침을 밝힌 (주)아워홈을 상대로 기간 지급받지 못한 잔업수당을 받아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쁨도 잠시, CJ프레시웨이가 한일병원 식당의 새로운 용역업체로 선정되면서 2012년 1월 1일자로 모두 해고당하고 말았습니다. 과거 용역업체가 바뀌더라도 자연스럽게 고용되어왔던 식당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이라면 치를 떠는 CJ프레시웨이가 고용을 거부하고, 한일병원은 책임이 없다고 발뺌함으로써 하루아침에 거리로 쫓겨났습니다.

 

한일병원 식당노동자들은 병원 식당에 용역업체가 들어오기전(1999년 12월)부터 한일병원 직원으로 일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90년대 후반 경제위기 여파가 병원에까지 미치자 고통분담을 같이 나누자는 명분 아래 용역업체 소속이 되었습니다. 수십 년간 한일병원의 발전을 위해 고된 노동으로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이끌고 하루도 결근 없이 열심히 일만했던 식당노동자들에게 해고는 단순히 고용문제를 뛰어넘어 병원과 함께 해온 인생의 대부분을 부정하는 문제입니다.

 

해고는 살인이다!!

중년의 나이든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은 망연자실하지 않고, 해고 통보를 받은 첫날 한전의료재단 한일병원 김중겸 이사장이 살고 있는 도곡동 집 앞으로 찾아가 “부당해고 철회하고, 고용승계 보장”을 촉구하는 투쟁을 선포하였습니다. 살을 에는 추위에도 매일 한일병원 후문과 정문 그리고 이사장 집을 오가며 시민들을 만나고 유인물을 건네며 수십 년간 노동자들을 노예처럼 부리며 제 잇속을 챙긴 한일병원을 성토하였습니다.

 

비정규직 식당노동자들의 흔들림 없고 물러섬 없는 투쟁에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과 직원들이 연대의 손길을 보내왔습니다. 도봉구에서는 제 정당 시민사회단체들이 앞 다투어 연대투쟁에 참가했습니다. 하지만 한일병원은 책임회피로 일관했고, 심지어 병원 정문 앞에서 농성을 진행 중인 조합원을 폭행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해고 노동자들이 밖에서 열심히 투쟁하고, 병원안의 환자들도 용역업체가 아닌 병원이 직접 환자들에게 치료식을 제공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한일병원 측은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는 전혀 없고, 조합원들에 대한 고소 고발을 남발할 뿐이었습니다. 부당해고 철회, 고용승계 보장을 요구하며 투쟁을 전개한지 60여일이 되었을 때 조합원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중년의 여성 조합원들이 평생 동안 소중하게 길러온 머리를 삭발하겠다는 눈물 어린 결의를 내왔습니다.

2월 29일 식당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함께 하기 위해 모인 결의대회에서 50대의 여성조합원과 서울일반노동조합 이화민 위원장의 삭발식을 진행하고, 뜨거운 결의를 모아 병원 책임자가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교섭의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다섯 차례 교섭이 진행되었지만 병원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문제해결에 대한 즉답을 피했습니다. 지루한 교섭을 진행하고 투쟁 100여일을 맞이할 때 한일병원장이 새로 취임했습니다.

 

식당노동자들은 새롭게 취임한 병원장 면담을 요청하며 4월 10일 병원 1층 로비에서 연좌농성을 진행했습니다. 병원로비 연좌농성 5일째 거리투쟁 105일 만에 병원장을 면담하고,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여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자고 약속하였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실무 팀이 운영되고 여러 차례 논의 하였습니다. 4월 17일 오후 5시! 한일병원 식당노동자들은 한자리에 모여 병원 측이 약속한 교섭 안을 검토하였습니다. 교섭안은, ‘첫째, 한일병원은 2개월 내에 새로운 업체를 선정하고 전원 고용한다. 두 번째, 투쟁 전후 모든 고소 및 고발을 취하한다.’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식당노동자들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중년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는 너무도 정당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가 800만명이나 있는 한국사회에서 투쟁으로 이런 결과를 내올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습니다. 108일간 마음 졸이며 시커멓게 타버린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제는 발편한 잠을 잘수 있겠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병원 복도에서 목에 줄을 걸고 살아서는 나가지 않겠다던 식당노동자들은 합의문에 도장을 찍고, 병원 정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연대 단체 회원들을 만나기 위해 가벼운 발걸음으로 당당히 병원 문을 나섰습니다.

 

 

첨부파일 한일병원로비앞에서.jpg

출처 : 북부교육희망네트워크
글쓴이 : 봄이아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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