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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7. 20. 18:45

한일병원 식당노동자들의 투쟁 수기
최종은
기사입력: 2012/05/26 [09:52]  최종편집: ⓒ 자주민보
 
[노동사회과학연구소(http://www.lodong.org)에서 발간하는 잡지 '정세와 노동'에 노동 현장이야기, 각국의 다양한 이론, 좋은 시 등이 많이 있어 자주민보 애독자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_ 편집자 주]


글쓴이 : 최종은  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 도봉구 지부장  
▲ 한일병원과 합의문 작성 뒤 병원로비 앞에서     © 노동사회과학연구소
2012년 4월 17일 오후 7시! 한일병원 식당노동자들의 부당해고 철회, 고용승계 보장을 요구하는 합의문이 작성되었습니다.

한일병원 식당노동자들의 투쟁에 지대한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신 주민들과 제 정당 시민사회단체 회원분 그리고 한걸음에 달려와 힘찬 연대투쟁을 해주신 동지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더불어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에 결단을 내린 한일병원장님외 직원들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한일병원 식당노동자들의 투쟁은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역에서 신음하고 있는 8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대단히 뜻 깊은 투쟁이며, 값진 승리입니다.

한일병원 식당노동자는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가족이 먹을 밥을 부랴부랴 준비하고, 첫차를 타고 5시까지 병원으로 출근합니다. 식당노동자들은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과 직원들의 식사를 걱정하며 적게는 수년 많게는 31년 동안 이른 출근길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청춘의 열정을 병원에서 다 보낸 식당노동자들은 열심히 일하면 일한 만큼 대접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구에게 기대지 않아도 부족하거나 넘침 없이 인생의 노년을 살아갈 수 있을 꺼라 믿었습니다.

1990년대 후반 대한민국 경제에 큰 위기가 찾아왔다고 세상이 떠들썩합니다. 지하 식당에서 일하는 식당노동자들은 그게 무엇인지 자신과 상관이 있는지 없는지 고민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뒤 병원에도 위기의 바람은 불어 왔습니다. 병원은 우리나라가 경제위기에 빠져 있는 만큼 병원 운영 정상화에 모든 직원이 일떠나서야 한다. 그리고 고통분담을 같이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고서 직접 운영하던 식당과 관리하던 직원들을 1999년 12월 1일 외주 용역업체에 맡겨 버렸습니다. 병원 책임자는 용역업체에 소속되더라도 종전대로 일을 한다. 식당노동자들은 예전처럼 계속 일을 하는 것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노동자들은 용역업체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바뀐 사람도 없고, 같은 일을 하고, 작업지시를 받으니 별일 아니구나 생각하였습니다.

2007년 (주)아워홈이라는 국내 1위 푸드 업체가 들어오기 전까지 두 차례 업체(한화-신세계-아워홈)가 바뀌었습니다. 노동자들은 업체가 바뀔 때마다 계약서를 써야 했습니다. 한일병원 정직원으로 일할 때는 매년 급여도 인상되고, 자녀들의 학자금도 지원받았지만 용역업체 소속으로 된 뒤에는 급여도 예전과 달리 최저 인건비 정도로 쥐꼬리 만한 돈을 받아야 했습니다. 위기 난리 통에 아무런 고민 없이 덜썩 병원말만 믿고 용역업체로 변경한 자신을 탓해 보지만 이미 늦었다고 생각해 버렸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업체가 들어 온 뒤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주)아워홈 소속의 식당노동자들은 정해진 근무시간외 잔업까지 마다하지 않았지만 (주)아워홈은 식당노동자들에게 잔업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일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고무장갑조차 지급하지 않아 식당노동자들이 일하는 도중 병원 밖에 나가 사오는 어이없는 일이 많았습니다. 일을 시작한 첫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서서 먹는 점심풍경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더불어 신종플루가 유행일 때 병원의 다른 직원들은 예방교육과 예방주사를 접종했지만 매일 하루에 세 번 환자를 대하는 식당노동자들에게는 그 어떠한 대책도 세우지 않아 신종플루에 걸리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열악한 노동환경과 차별적인 대우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식당노동자들은 노동부에 찾아가고, 노무사를 만나 상담하였습니다. 하지만 메마른 갈증을 풀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렇게 찾은 곳이 노동조합 사무실이었습니다. 노동자도 사람이구나! 노동자도 사람답게 살 권리가 있구나!! 식당노동자들은 그동안 쌓이고 쌓였던 불만을 이야기하고 눈물을 터트렸습니다.

한일병원 식당노동자 19명은 앉아서 당하느니, 당당하게 요구하고 자신의 권리를 되찾겠다며 2011년 7월 한일병원 분회를 결성하였습니다. 식당노동자들을 무시하고 얕잡아 봤던 병원과 용역업체는 노동자들의 이런 변화에 굉장히 당황해하였습니다. 노동자들은 조직화된 힘으로 수년간 미지급된 잔업수당도 받아냈습니다. 한일병원 식당노동자들은 첫 승리에 겨워 서로를 부둥켜안고 만세의 함성을 소리 높여 외쳤습니다. 그날 밤 노동자들은 기쁨에 겨워 잠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쁨도 잠시 2012년 1월 1일. 임진년 새해를 맞이하여 덕담을 나누고 건강을 기원하던 명절날 아침, 여느 때처럼 병원의 환자들과 직원들의 세끼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식당노동자들은 새벽 5시에 일터로 출근하였습니다. 하지만 식당입구에 도착한 식당노동자들은 굳게 닫혀 있는 철문 앞에서 더 이상 병원식당으로 출근할 수 없었습니다.

해고는 살인이다!!

중년의 나이든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은 망연자실하지 않고, 해고 통보를 받은 첫날 한전의료재단 한일병원 김중겸 이사장이 살고 있는 도곡동 집 앞으로 찾아가 “부당해고 철회하고, 고용승계 보장”을 촉구하는 투쟁을 선포하였습니다. 살을 에는 추위에도 매일 한일병원 후문과 정문 그리고 이사장 집을 오가며 시민들을 만나고 유인물을 건네며 수십 년간 노동자들을 노예처럼 부리며 제 잇속을 챙긴 한일병원을 성토하였습니다.

비정규직 식당노동자들의 흔들림 없고 물러섬 없는 투쟁에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과 직원들이 연대의 손길을 보내왔습니다. 도봉구에서는 제 정당 시민사회단체들이 앞 다투어 연대투쟁에 참가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일병원 식당노동자들의 투쟁소식이 알려지게 되고 사회 각계각층에서 지지와 연대투쟁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한일병원은 책임회피로 일관했고, 심지어 병원 정문 앞에서 농성을 진행 중인 조합원을 폭행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해고 노동자들이 밖에서 열심히 투쟁하고, 병원 안의 환자들도 용역업체가 아닌 병원이 직접 환자들에게 치료식을 제공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한일병원 측은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는 전혀 없고, 조합원들에 대한 고소 고발을 남발하였습니다. 부당해고 철회, 고용승계 보장을 요구하며 투쟁을 전개한 지 60여일이 되었을 때 조합원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중년의 여성 조합원들이 평생 동안 소중하게 길러온 머리를 삭발하겠다는 눈물 어린 결의를 내왔습니다.

2월 29일 식당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함께 하기 위해 모인 결의대회에서 50대의 여성조합원과 서울일반노동조합 이화민 위원장의 삭발식을 진행하고, 뜨거운 결의를 모아 병원 책임자가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교섭의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다섯 차례 교섭이 진행되었지만 병원은 CJ프레시웨이 핑계를 대며 문제해결에 대한 즉답을 피했습니다. 그러면서 병원은 해고된 식당노동자 전원을 고용할 의지가 있지만 용역업체가 답을 내놓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한일병원 식당노동자들과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CJ프레시웨이 한일병원 식당용역 철수 촉구’ 기자회견을 28일 29일 연이어 서울 중구 CJ본사 앞에서 열었습니다.

기자회견에서 “때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는 CJ프레시웨이와 같은 대기업 계열의 급식업체가 한일병원과 같은 공공기관의 구내식당을 위탁운영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며 “CJ프레시웨이는 대표적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운영하는 한일병원 구내식당에서 철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 CJ본사 앞 기자회견     © 노동사회과학연구소

이에 대해 CJ프레시웨이 책임자는 “조만간 한일병원에서 철수할 것”이라며 “병원이 다른 업체와 계약을 진행하거나 혹은 직영으로 전환하는 등 내부 방침이 정해질 때까지만 맡을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CJ프레시웨이가 철수 입장을 밝히면서 공은 다시 한일병원 측으로 넘어 갔습니다. 하지만 한일병원은 CJ프레시웨이로부터 철수 입장에 대한 공문을 받더니 입장이 돌변하였습니다. 한일병원에 철수 입장을 정식으로 전달하러 온 CJ프레시웨이 직원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나가지 말아달라고 애원하는 웃지 못 할 촌극이 연출되었습니다. 

지루한 교섭을 진행하고 투쟁 100일을 맞이할 때 한일병원장이 새로 취임했습니다.

식당노동자들은 새롭게 취임한 병원장 면담을 요청하며 4월 10일 병원 1층 로비에서 연좌농성을 진행했습니다. 식당노동자들의 연좌농성을 막기 위해 병원 직원들이 총출동 되었으나, 식당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환자들과 가족 그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연대 단체 동지들의 힘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켜냈습니다.

병원 1층 로비에서 하룻밤을 꼬박 새고 농성을 진행한 지 30시간(오후 6시)이 되었을 때, 물리적 폭력과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로비에 들어와 있던 경찰들이 철수를 했습니다. 곧바로 병원 로비에는 관리자들의 사주를 받은 직원들이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로비에 들어선 병원 직원들은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식당노동자들과 연대단체 동지들에게 험한 욕설과 물리적 충돌을 야기하는 행동을 하였습니다. 병원 측의 비열하고 야비한 행동을 보며 식당노동자들은 몸에 칭칭 감은 줄을 목에 걸었습니다.

밤 9시 30분경, 병원 직원들이 연대단체 동지들에게 달려들어 욕설과 폭력을 써가며 침탈을 시작했습니다. 들쳐 맨 조합원을 꽈배기처럼 꼬아서 부상을 입히고, 유리창이 깨지고 한순간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양심적인 직원들의 흐느낌 소리, 살아서는 절대로 나가지 않겠다고 절규하는 식당노동자들의 울음소리에도 폭력적인 만행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연대투쟁에 함께한 동지들은 모두 밖으로 쫓겨나고 1층 중앙 로비에 있던 식당노동자들은 복도 끝으로 밀려났습니다.

날이 밝자 전열을 가다듬은 식당노동자들과 연대투쟁에 참여한 동지들은 병원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농성을 진행했습니다. 연좌농성 5일째 거리투쟁 105일 만에 병원장과의 면담이 진행됐습니다. 양측 교섭대표가 모여 조금씩 양보하여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자고 약속하였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실무 팀이 꾸려지고 두 차례 논의를 진행하였습니다. 4월 17일 오후 5시! 한일병원 식당노동자들은 한자리에 모여 병원 측이 약속한 교섭 안을 검토하였습니다. 교섭 안은, ‘첫째, 한일병원은 2개월 내에 새로운 업체를 선정하고 전원 고용한다. 두 번째, 투쟁 전후 모든 고소 및 고발을 취하한다.’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중년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는 너무도 정당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가 800만 명이나 있는 한국사회에서 투쟁으로 이런 결과를 내올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습니다. 108일간 마음 졸이며 시커멓게 타버린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제는 발 뻗고 잠을 잘 수 있겠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병원 복도에서 목에 줄을 걸고 살아서는 나가지 않겠다던 식당노동자들은 합의문에 도장을 찍고, 병원 정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연대 단체 회원들을 만나기 위해 가벼운 발걸음으로 당당히 병원 문을 나섰습니다.

한일병원 식당노동자들은 쉴 틈 없이 연일 바쁘게 보내고 있습니다. 투쟁기간 연대의 발걸음을 해준 비정규직 투쟁 사업장에 찾아다니며, 끝까지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는 신념의 구호를 외치고 있습니다. 한일병원 식당노동자들은 지역에서 일어난 문제를 지역주민과 지역의 제 정당 시민사회단체가 힘을 모으면 정당한 투쟁은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최고의 성과를 남긴 채 병원에 돌아가서 더욱 열심히 환자들과 직원들의 식사를 준비하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비정규직 철폐투쟁은 계속 진행됩니다.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계속적인 관심과 지지 부탁드리며, 비정규직 식당노동자들의 ‘부당해고 철회, 고용승계 쟁취’를 위해 함께 해 오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투쟁!! 

출처 : 노동사회과학연구소(http://www.lodong.org)

출처 : 민주노총 서울일반노동조합 도봉지부
글쓴이 : 조PD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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