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시(挽詩)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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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취월당

2019. 12. 28.




이가염, <목우도>, 1984, 지본담채




이 불 오 사 곡   오 하 이 서 곡

爾不吾死哭  吾何爾逝哭

너는 내가 죽어도 곡하지 못할 텐데 내가 어찌 네가 간다고 통곡해야 하느냐

차 곡 시 하 곡   부 자 결 골 육

此哭是何哭  父子訣骨肉

이 통곡은 또 무슨 통곡이란 말이냐 부자가 골육이 떨어져나가는 이 마당에



슬 하 일 무 농   총 혜 수 양 독

膝下日撫弄  聰慧秀兩獨

내 무릎에서 날마다 너를 어르며 놀았는데 똑똑하고 준수함은 둘도 없을 것이라

동 치 수 다 재   이 능 임 한 오

童稚雖多在  爾能任寒○

아이들이 비록 여럿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너는 추위와 더위도 잘 견뎠지



이 모 미 독 질   수 월 우 사 곡

爾母彌毒疾  數月寓社谷

너의 어미 심한 병이 갈수록 더해져 수개월을 사곡에서 살았을 때

치 심 방 초 읍   래 왕 경 삼 복

稚心方焦泣  來往經三伏

어린 마음에도 애타하며 울면서 삼복더위 지나도록 오고갔었지

득 차 근 환 제   이 홀 득 진 숙

得差僅還第  爾忽疹○

네 어미가 조금 나아 집에 돌아왔을 때 갑자기 너에게 홍역이 생기고 말았네



현 리 호 위 혹   참 담 절 기 육

玄理胡爲酷  慘惔折○育

하늘의 이치는 어찌 이처럼 혹도하단 말인가 참담히도 이 아이를 길러보지도 못한 채 꺾어버리다니

통 결 렬 간 장   불 선 치 의 복

慟結裂肝腸  不善治醫卜

통곡이 맺히어 애간장이 찢어질 듯하구나 의술과 점술로도 제대로 다스려보지 못했으니


이 응 일 식 존   오 금 오 내 벽

爾應一識存  吾今五內擘

너는 단 한 번만이라도 알아야 하리라 내 오장이 지금 찢어질 것만 같음을

생 전 불 부 견   사 후 당 면 목

生前不復見  死後當面目

살아서는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요 죽은 뒤라야 네 얼굴 볼 수 있겠지



장 하 위 사 전   애 서 만 단 족

裝何慰死前  哀緖萬端簇

이제 어떻게 너의 죽음 위로해야 하나 슬픔만 만 가지로 쏟아질 뿐인데

요 락 칠 세 성   매 몰 일 산 록

寥落七歲星  埋沒一山麓

쓸쓸하구나, 일곱 살 아이 저 산 한 귀퉁이에 묻어야만 하다니



-「갑술년에 철이를 통곡하며 甲戌哭喆兒」 『창암집蒼巖集권 1




영조 때의 중인 출신으로 여항시인이었던 창암 김상채金尙彩(생몰 미상)가 자신의 아들을 잃고 쓴 오언고시다.

김상채는 막내를 잃은 슬픔에 바로 또 한 수의 고시를  썼는데, 그 앞자리에 이렇게 쓴다.


내가 아들을 잃어버리고 상심한 이후로는 마음을 가누지 못하였다.

몸도 쇠하여지고 병도 깊어졌으며 슬픔이 천 갈래 만 갈래로 이어져만 갔다.

이에 고시 한 수를 즉흥적으로 읊으면서 눈물로 앞의 시에 이어 쓴다.



김상채는 아이의 생일을 맞아 또한번 지독한 그리움에 눈물짓는다.



거 세 차 신 무 이 농    금 년 금 일 묘 무 형

去歲此宸撫爾弄  今年今日杳無形

지난해 바로 오늘 널 데리고 놀았는데 올해 그 오늘은 아득히 흔적조차 없구나

중 장 통 결 하 시 이    수 루 매 간 적 재 정

中腸痛結何時已  垂淚每看跡在庭

마음 깊이 맺힌 이 아픔 어느 때나 끝날까 마당에 네 자취는 볼 때마다 눈물이 나니


- 「죽은 아이의 생일을 맞아서 亡兒生日」 『창암집蒼巖集』권 1




다음의 시는 아이의 첫 기일에 적은 것이다.


촉 물 가 애 절     경 년 기 혹 망

觸物街哀切  經年冀或忘

거리에 보이는 것마다 슬픔뿐 해가 바뀌면 혹 잊혀질까 했더니

추 사 전 오 내    지 통 결 중 장

抽思轉五內  至痛結中腸

생각이 날때면 오장이 뒤집어지고 지곡한 아픔은 마음속에 맺혔어라

쇠 병 불 거 주    한 화 공 자 향

衰病不擧酒  寒花空自香

지치고 병들어 술잔조차 들 수 없고 쓸쓸한 꽃은 부질없이 절로 향기라

차 여 금 이 의    영 아 일 하 상

蹉汝今已矣  令我日何傷

아! 너는 이제 끝이 나버렸지만 어찌 나를 날마다 이토록 아프게 하느냐



- 「죽은 아이의 첫 기일을 맞아 옛일을 추억하며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