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리고 돌리고…네 정체가 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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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 14.

돌리고, 돌리고 또 돌리고…. 주로 아이들이 돌리지만 어른들도 돌린다. 동작이 복잡하지도 않다. 그저 돌리며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돌림 속도에 따라 여러 모양을 만들어내고 엘이디(LED) 불빛이 반짝이는 것도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피젯 스피너(fidget spinner) 얘기다.

피젯 스피너는 ‘피젯’(꼼지락거리다) ‘스피너’(회전장치)의 사전적 의미대로 손가락으로 가운데 부분을 잡거나 받치고 돌리는 단순 반복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 장난감이다. ‘볼펜 돌리기’를 상상하면 된다. 스피너 뿐만 아니라 큐브, 펜 등의 피젯 도구들이 있다. 피젯 큐브는 보통 정육면체 모양으로 6개 면에 각각 다른 모양의 스위치가 달려 있다. 피젯 펜은 몸통이 유연해서 펜을 사용하면서 구부리거나 돌릴 수 있다. 그야말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갖고 노는 장난감이라고 할 수 있다.

피젯 스피너의 인기는 상상초월이다. 현재 아마존닷컴 장난감 판매 베스트셀러(22일 현재) 1~10위는 모두 피젯 도구가 차지하고 있다. 50위까지 확장해도 3개를 제외한 나머지 47개가 피젯 스피너 또는 피젯 큐브다. 한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정확한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온·오프라인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이 피젯 도구다. 유튜브 관련 동영상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피젯 스피너 트릭을 소개한 한 동영상은 게시 2주일도 안돼 65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아예 3D프린터를 이용해 나만의 ‘고유한’ 피젯 스피너를 만드는 이들도 있다.

https://youtu.be/6fp_6ly70Z8 

외신 등을 종합하면 피젯 스피너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자폐증, 불안증 등을 치료하기 위해 1990년대 첫 선을 보였다. 처음부터 아이들 장난감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2016년부터 대중적 유행을 탔고 이제는 전 세계 어느 초등학교에서도 피젯 스피너를 갖고 노는 어린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베이블레이드 같은 팽이 장난감이 남자 아이에게만 인기를 끄는 것과 달리 피젯 스피너는 여자 아이들까지도 열광한다. 비단 아이들 뿐만이 아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지난해 말 피젯 스피너를 “2017년 꼭 가져야 할 사무실 장난감”으로 꼽았다. “긴장을 완화시켜주고 지루함에서 벗어나게 해준다”거나 “복잡한 사회에서 공통된 화제로 이야기거리를 만들어낸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1958년 훌라후프가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처럼 피젯 스피너 열풍이 강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애초 탄생된 목적대로 부주의한 아이들의 집중력을 키워주는데 도움을 준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부상 위험과 학교 수업 방해 등을 이유로 부정적 시선도 상당하다.

캐나다 심리학자 사라 디메르만은 <메트로 모닝>과 인터뷰에서 “심리 상담 사무실에 피젯 스피너를 비치했는데 일부 방문 환자들에게 도움이 됐다. 자폐아 뿐만 아니라 일반 아이들과 어른들도 피젯 스피너를 하는 동안 차분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어 “학교 교육을 할 때도 한 손은 피젯 스피너를 돌리면서 선생님 교육에 집중하게 만들면 효과를 보지 않을까도 싶다”는 이색 의견을 내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 보도를 보면, 심리학자 롤란드 로츠와 사라 라이트 또한 피젯 스피너를 이용한 과잉행동장애 치료에 대한 책에서 “피젯 도구 사용은 지루함이 촉발하는 부주의로부터 벗어나게 해준다. ‘삶의 의미가 뭐지?’ ‘페이스북 안 사람들은 왜 다들 잘 살고 있지’ 같은 망상적이고 건강하지 않은 생각들을 떨치게 해주는 데 도움을 준다”고 썼다. 피젯 스피너가 손톱을 물어뜯거나 다리를 떠는 등의 심심하거나 긴장됐을 때의 군더더기 행동을 대체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고도 한다. 피젯 제품 판매자들은 이런 점 때문에 “스트레스 탈출”이라거나 “집중력 향상” 등을 광고 문구로 삽입하기도 한다.

그러나 피젯 도구의 장점을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과학적 사례나 자료는 아직 없다. 미국 듀크대 심리학자인 스콧 콜린스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피젯 스피너가 과잉행동증후군 치료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하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조사는 아직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심리학자도 “과잉행동증후군 치료를 위한 방법은 많다. 피젯 스피너가 치료에 도움을 주는지 아닌지는 단정할 수는 없으나 다른 사람들의 집중력을 방해하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꼬집었다.

안전 사고 문제도 대두된다. 미국 텍사스의 10살 소녀는 피젯 스피너 부품을 혀로 닦으려고 입에 넣었다가 삼켜 응급실로 실려가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호주의 11살 소년은 피젯 스피너를 손에서 퉁기면서 놀다가 눈에 맞는 부상을 당했다. 다행히 실명은 되지 않았으나 흉터는 남았다. 미국 한 여교사가 피젯 스피너 때문에 실명을 했다는 보도도 있었으나 이는 ‘가짜 뉴스’로 판명 났다.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일어나자 미국 뿐만 아니라 호주·영국의 일부 학교는 피젯 스피너 학교 내 소지를 금지시켰다. 미국의 몇몇 학교는 “피젯 스피너가 발생시키는 소음 등으로 수업에 방해가 된다”거나 “일부 아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이유로 피젯 스피너 소지를 금지시켰다.

피젯 스피너는 미국에서 보통 2~3달러에 살 수 있지만 비싼 것은 1000달러에 이르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보통 2000~3000원이면 살 수 있으나 비싼 것은 1만원이 훌쩍 넘는다.

<시엔엔>(CNN)은 “모든 장난감이 그렇듯 피젯 스피너 유행도 사그라들 수 있다. 하지만 두가지 점은 기억해야 한다. 피젯 스피너는 유행 전에 이미 만들어져 있었고,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더 성숙한 어른들도 찾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트렌드가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시엔엔>은 피젯 큐브의 경우 어른들이 아이들만큼 선호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애틀랜타 부근에서 19년째 가게를 운영하는 신디 오하라는 <시엔엔>과 인터뷰에서 “회의에 지치고 교통 체증에 스트레스를 받는 회사원들도 피젯 장난감을 사러 많이 온다. 그들은 단지 차분해지기 위한 것을 찾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