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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순 2009. 5. 18. 21:52

학벌과 스펙에 대해 많은 분들이 고민을 하시는 듯하여 조금이나마 도움될까봐 글을 남깁니다.

 

간단한 제 스펙을 남깁니다.

경기권 하위 4년제 기계공학 99학번, 학점 2점대, 자격증 무, 토익 980점

 

토익을 제외하곤 거의 최악이며, 막상 학교 졸업 후 취업을 준비했을 때 토익은 300점 이하 였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인디밴드 활동에 너무 빠져있어서, 공부는 거의 손을 놓고 생활을 했습니다.

나름 수능을 보고 점수에 맞게 경기도권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친형이 서울 상위권 출신에 비해 눈물나는 학벌입니다.

뭐 취업전까지 거의 8년 넘게 부모님을 제외한 사람들로부터 비교를 당하고 살았으며 한때 친형을 죽이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 있을 겁니다. 대학 4년 동안 삶의 안식처였던 음악만 생각하며, 참고 살았습니다.

 

졸업시즌 학교동기들은 취업전선에 뛰어 들어간 상태이고 -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도 있었고, 중견기업, 중소기업 다양했습니다.

저는 상기의 스펙을 가지고 취업을 하려고 하니, 아무도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당연한 사실이지요. 당시 전공과는 전혀 다른 직원 3분 계시는 연봉 1,600만원 회사에 다녔는데요, 한달도 채우지 못하고 뛰쳐나왔습니다. 그 때 사장이라는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하던군요. "거지같은 학벌에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으니, 그냥 다니라고..".- 한마디도 틀리지 않고 이렇게 이야기 했죠.

 

그 후 영국 어학연수를 결심하고, 석달간 준비 후에 출국했습니다. 석달 준비하는 동안 아무한테도 연락안하고, 고시원생활하면서, 영어 공부만 죽어라 했습니다. 그리고 영국 학생 비자 준비 끝에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죠. 비자 준비할 때 형이 많이 도와줬습니다. 뭐... 통장 잔고 얼마 이상되어야 하고 보증인 같은게 필요하다고 해서, 형이 해주더라구요.

 

영국에서 2년 반 조금 넘게 생활했구요. 안해본 일 없습니다. 스타벅스, 맥도날드, 버거킹, 클럽, 레스토랑, 펍, 이삿집센터, 농장, 벽돌쌓기, IT 사무실 등 서바이벌의 연속이었죠. 처음 3개월은 집 -> 학원 -> 도서관 -> 집 이런 구조로 생활했는데, 나름 영어가 늘긴했어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저의 경우는 룸메이트를 유독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에서 온 친구를 골라서 잘 들어갔는데, 이게 많이 도움이 된거 같았습니다. 한국사람하고 일부러 어울리기 싫어서, 일본인척한적도 있었고, 암튼 뭐 이렇게 일하고, 플렛 메이트들하고 주말에 파티하고 그런식으로 1년을 사니, 상대방으로 부터 Sorry라는 말을 거의 듣지 않게 되더라구요.

 

랭귀지 스쿨의 기간이 끝날 무렵 Manchester 쪽의 학원을 알아보았고, 비자 연장과 동시에 그쪽에서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London과는 다르게 일자리 구하는게 정말 하늘의 별따기이고, 나름 영어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억양이 많이 다르더라구요. 나름 운이 따르는지, 집주인이 아이리쉬계통 중년신사였는데, 회사에서 알바를 하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더라구요.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었죠. IT관련회사였고, Labview, Matlab 등의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H/W를 제어하는 아웃소싱 위주의 회사였습니다. 저는 직원들 퇴근하면 사무실 청소하고, 잡일하고 그랬죠. 두어달 다니니, 집주인이 파트타임으로 사무보조하는건 어떻냐고 그러더라구요. 그 뒤로 학원은 한달에 두어번 정도 밖에 가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복사하고 기자재 정리하고 그러다가 어느 날 부터는 전화 받는거 시키다가 간단한 프로그래밍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주말에는 회사 사람들하고 밴드 활동도 하게 되었고 - 놀라더군요. 한국에 이렇게 감각있는 기타리스트가 있었냐고 하면서... 한국에서 작업한 음악을 들려주니, 영국에서 계속 같이 살자고 할 정도로 호의적이었습니다. 일할때는 미친듯이했고, 프로그래밍 공부도 열심히 했고, 무엇보다 역학서적을 일하면서 원서로 공부를 했습니다. 제가 일을 맡아서 한 것은 아니지만, 사무보조로 하면서 직원 분들이 많이 알려주더라구요. 아마 밴드 생활을 같이 해서 여파가 매우 켰습니다. 친해지고, 가족같아지면, 한국사람보다 더 따뜻하고 잘 챙겨주고, 무엇보다 파티문화로 인해 사람 소개 받는 것은 매우 쉬운일이 되었습니다.

 

2년반이 지난 후 한국에 귀국하게 되었습니다. - 집주인의 제안으로 대학원진학을 하려고 했지만, 집안사정으로 인해 더이상 영국에 머물수 없게 되었거든요.

 

2007년 여름... 정말 많이 바뀐 한국을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학연수를 서바이벌로 2년 반이나 한 사람은 거의 드물 겁니다.

다녀온 후 토익 모의고사 몇번 풀어보고 바로 토익 시험을 보았는데, 바로 980점 나왔습니다. 전 시험 볼때 제가 다 맞은 줄 알았습니다만... 암튼 결과보고 친형도 놀라더군요. 어학연수 다녀와서 바로 시험봐도 900점 넘기 쉽지 않은데 대단하다고요. 사실 토익을 한번 더 보았는데 점수가 오히려 떨어지더라구요.

 

당시에 대기업은 자격 미달로 취업이 안됬고, 외국계 위주로 이력서를 넣었구요. 영문 이력서 중심으로 자소서를 작성하였습니다.

귀국하자마자 한 달 정도 인도여행한 후 - 지금의 와이프를 그곳에서 만났습니다. 석 달 정도 구직 활동한 후 바로 취업했습니다.

 

그때 대충 30개정도 보낸거 같은데, 서류는 90%이상이였습니다. 아마 토익 붐이 거의 최상인 상태라 학교 학점은 최악이여도, 업체측에서 적어도 한번의 면접 기회는 주었던거 같습니다. 면접보고 난 후 그 자리에서 바로 일하고 싶다고 말했던 사장도 있었고, 1/3 정도는 합격연락을 주었습니다. 당시 아주 후진 회사들도 아니었고, 적어도 중소기업 중에서도 괜찮은 기업들이지 않았나 싶네요. 고득점 토익에 나름 영국식 영어로 생각없이 이야기를 하니 다들 좋아했던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영국 어학연수 시절 한국사람들하고 대화도 집에도 전화도 거의 하지 않고, 한글 자체도 쓰지 않아서, 귀국후 일단 먼저 영어가 튀어나와서 친구들도 참 재수없다고 놀리고 그랬습니다만... 습관이란게 참 무서운건 사실입니다.

 

지금 다니는 업체는 독일계 외국 회사이며, 주로 R&D 기술 개발 위주의 일을 합니다. 회사의 정보는 많이 오픈되지는 않았지만, 이쪽 분야에서는 꽤 이름이 있는 기업입니다. 그리고 독일 본사 엔지니어들이 상주하기 때문에 영어는 필수입니다. 회사 구성원은 국내 석사/학사에서 부터 외국에서 학교 나온 분들하고 섞여 있는데요. 아무래도 제가 학벌은 최악인듯 합니다만 아무도 물어보지 않아서 현재로서는 다행입니다.

 

주당 40시간이 잘 지켜지는 편이며, 주말에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야근은 본인의 일이 있을 때만 하며, 특별한 수당은 지급되지 않습니다. 회사의 복리후생은 꽤 좋은 편입니다. 출장은 1년에 4번 정도가며, 입사후 대부분 6개월 정도 독일 출장 교육이 있구요.

지금은 형과 동등합니다. 예전에 비교 당했던 시간들은 모두 잊혀지고,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저를 인정해줍니다.

 

불과 학교 졸업하고 난 후 제가 생각했던 미래와는 너무 다릅니다. 뭐랄까요... 꿈을 꾸고 있는거 같다고 말해야 될까요?

 

학교 졸업 당시 전 최악의 학벌/스펙을 가진 미래가 불투명한 청년에 불과했습니다. 영국 어학연수를 선택하고, 그곳에서 생존하려고 했던 저의 노력, 그리고 끊임없는 저의 노력이 저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지금 영어 능력은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에서 온 모든 사람과 자유롭게 대화가 가능합니다. 아마 어려운 아이리쉬 악샌트를 가진 예전 집주인의 덕분이 아닌가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도 그분과 자주 연락합니다. 생일때 항상 전화를 하고, 선물도 보냅니다. 한국에 오고싶다고 항상 말은 하지만, 아직 한국에서 뵙진 못했습니다. 아마 제 생명의 은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을 해봅니다.

 

학벌이 좋지 못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본인의 스펙은 어떤가요? 학벌이 우수한 사람보다 더 휼륭한 스펙을 가지고 있습니까? 남들과 동일하게 만들려고 부족한 스펙을 채우십니까? 아니면 남들이 다 잘하는 부분은 버리고 본인이 잘하는 부분의 스펙을 더 키웁니까?

 

학벌이 좋지 못하면, 성공적인 어학연수를 생각해보세요. 돈이 없으시다구요? 저는 300만원 가지고 영국에서 오히려 돈을 벌어왔습니다. 제가 운이 좋았다구요? 아닙니다. 전 어학연수 시설 하루에 5시간 이상 잠을 잔적이 없습니다. 같은 영화를 300백번 이상 보았고, 한국사람을 멀리했고, 한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성공적인 어학연수 제 삶을 바꾸었습니다. 만약 그때 어학연수 경험없이, 계속 일을 다녔다면, 아마 삶을 만족하지 못하고, 불만에 가득찬 상태로 살았을 겁니다.

 

저의 글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음 좋겠네요.

특히 졸업 후 시간을 보내는 분들, 어학연수를 고민하시는 분들.

 

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 .:★:. 취업 뽀개기™ .:★:.
글쓴이 : mandodiao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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