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무위여행 2007. 4. 18. 13:30
 

피라미드와 대통령 기념관

 


역사적 사실(fact)과는 다르다는 주장도 있지만 통설에 의하면 이집트의 파라오는 권좌에 오르는 순간부터 자신이 죽은 후에 묻힐 피라미드를 만들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엄청난 국력과 인력(노예)들을 동원하여 어떤 국가적 役事보다 왕의 死後 무덤 만들기에 몰두하였다면 절대다수를 차지할 민초들의 삶이 어떠했을 것이란 것은 정밀할 상상력을 동원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고도 남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기념관 건립이 세간의 화제다. 기사를 접한 처음 느낌은 마치 자신의 무덤부터 만들기 시작하는 파라오의 현신을 보는 것 같다.


물론 원론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대통령을 지낸 사람의 기념관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재임기간에 대해 객관적으로 功過를 기록할 수 있다면 기념관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되고도 남음이 있다. 더구나 대한민국 건국후 여러 사정상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공식, 비공식을 막론하고 기록이 천박한 정치적 토양에서 전임대통령의 재임기간을 기록할 기념관은 그 자체만으로는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임기가 아직 남아 있는데 벌써부터 기념관건립 이야기가 오고간다는 것은 아무리 좋게 봐 줄려고 해도 후한 점수를 주기 힘들다. 레임덕을 걱정하는 국민들에게 임기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국정에 대한 고삐는 놓지 않을 것을 누누히 강조해온 노무현 대통령으로서는 비록 인제대에서 먼저 제의해온 것이란 변명이 있지만 그래도 대통령이 의도하였던 그렇지 않았던 그의 재임기간 중에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국민들이 많은 상황에서는 ‘대통령의 기념관 필요성의 당위성’보다는 ‘뭘 한 게 있다고’하는 식의 분노와 비아냥이 앞서는 것이 현실이다.

 

자중하기 바란다. 임기가 끝난 후에 그때 가서 논의를 해도 늦지는 않다. 국민이 대통령 기념관에 대한 필요성보다 ‘시기’에 대한 의문과 분노가 더 크다면 기념관은 말 그대로 기념관이 아니라 역사의 흉물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마치 도심 속에 내버려진 빌딩처럼 말이다. 지금은 현직 대통령의 기념관 운운할 때가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 앞에는 ‘기념관’에 비해 緩急과 輕重에 있어 훨씬 더 중요한 일이 너무도 많이 있다.


그리고 기념관을 만들게 된다면 역사 앞에 알몸이 되는 자세로 건립을 하여야 할 것이다.

연출되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는 드라마나 CF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드러내는 다큐가 되어야 한다. 역사 앞에 알몸이 되기 싫다면 기념관 아예 만들 생각도 하지 마라. 역사 앞에 또 다른 죄를 짓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