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국방

무위여행 2007. 4. 23. 12:04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부를 수 없는 이름 - 납북자, 국군포로
국군포로, 납북자를 "전쟁 시기와 그 이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의 생사 여부와 주소 확인을 북측과 협의, 해결하기로 했다"이렇게 부르기로 했다는 소식이 또 그렇지 않아도 우울한 날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뭐 굳이 양보를 하자면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그동안 우리가 북한의 요구조건을 일방적으로 수용하지 않는 한 북한과의 협상이 순조로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차라리 벽에 대고 이야기 하는 것이 더 쉬울 정도인 북한과 상대하는 정부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할 면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서라도 서울을 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놈의 서울은 언제 가게 되는지 왜 정부는 말을 못하고 있는가? 얼마전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이 요구하는 대로 다 주어도 남는 장사라고 하는데 ‘납북자를 납북자로, 국군포로를 국군포로’로 부르지도 못하면서 도대체 어느 면에서 남는 장사라 하는지 되묻고 싶다.


이번에 평양에서 열린 남북경협위에서도 작년에 북한의 일방적인 취소로 연기된 남북철도시범운행을 다음 달에 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을 성과로 내세우고 있지만 필자의 판단으로는 도리어 남북한간에 합의되었던 열차시범운행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을 이번에 다시 약속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성과로 치부하기 이전에 앞으로도 북한이 이렇게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하지 못하도록 먼저 책임추궁과 함께 단도리를 받는 것이 순서가 되어야 했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기껏 일년전에 북한의 약속불이행으로 틀어진 일을 다시 약속 받았다해서 성과로 내세우는 낯 뜨거운 짓을 반복하고 있다. 장사라면 이보다 더 밑지는 장사는 없을 것이다. 그런 셈법으로 장사를 헸으니 장수천을 말아먹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겠다.

지금 정부가 북한의 패악질에 밀려 납북자와 국군포로를 납북자로 군군포로라는 正名으로 부르지 못하고 “전쟁 시기와 그 이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라는 역사적 사실을 정확하게 하지 못하는 이름으로 부르리고 한 것은 정부 스스로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지 않겠다는 태도에 불과하다. 김정일의 신임만 받으면 된다는 태도로 노무현 대통령의 후보시절의 ‘남북관계만 잘 되면 다른 건 깽판 쳐도 된다’라는 발언을 그대로 실현한 것에 다름 아니다.


이름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正名爲治道之本이란 말이 있다. 명분을 바르게 함이 정치의 근본이란 뜻으로 결국 국가가 하고자 하는 일이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면 안 된다는 無信不立이란 단어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말이 바로 서지 않으면 사회가 바로 서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홍길동도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님을 형님이라 부르지 못해 가출을 하는데 납북자를 납북자로 부르지도 못하고, 국군포로를 포로로 부르지 못하면서도 어찌 뻔뻔스럽게도 정부의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판국에 그들을 송환하요 가족의 품으로 데려오는 것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이름조차 부를 수 없다는 것은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수치요 그 이전에 납북자와 국군포로와 그 가족들에 대한 정부의 또 다른 이름의 범죄행위나 마찬가지다. 이제까지의 방치와 맥을 같이하는 범죄행위일 뿐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정부에선 이번에 납북자와 국군포로를 "전쟁 시기와 그 이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이라 부르면서 형식논리에 치우치지 말고 실질을 보라고 국민들에게 요구를 하고 있다. 즉, 납북자와 국군포로를 어떻게 부르던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양보를 해서 정부의 주장대로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해도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린 명분도 잃어버리고 실질도 잃어버린 가장 멍청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자신들의 도덕성과 민족우선을 대내외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이산가족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갖가지 조건과 이유를 들면서 애간장을 다 태우고 있는데 자신들에게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는 납북자 문제와 국군포로 문제에 그리 호락호락하게 나올 리가 없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북한주민이 굶주리고 있다고 해서, 민족구성원의 한 쪽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고 해서 식량지원이 인도적 지원으로 미화될 수 있다면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 역시 대한민국과 국민의 입장에서는 그 무엇보다 우선하는 인도적 문제이고 정부의 책무다.

앞서 주장을 했지만 이름(명분)을 세우지 못하면 실질도 따라주지 않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납북자와 국군포로라 부르지도 못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열흘 삶은 호박에 이 안 들어 갈만큼 허무맹랑한 주장일 뿐이다.


정부는 납북자, 국군포로 문제를 대함에 있어 이제 더 이상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며 국민들을 속이지 말고 “무슨 일이 있어도 서울로 간다”라는 정부의 의지부터 보이는 게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