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무위여행 2008. 5. 12. 14:44
 

좋아하는 심진호님께


저는 한 번도 소고기시장 개방에 반대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축산농을 할 것도 아니고 논농사를 지을 것도 아니고 오히려 엥겔계수가 높은 계층에 속하기 때문에 "싸고 질 좋은 소고기"를 먹게 된다는 것에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농산물들 대부분 유통구조의 불합리에 기인하는 것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 지나친 가격구조 때문에 아내에게 제대로 반찬 투정 한 번 할 수 없는 저 같은 사람이 왜 먹고사는 것에 기초인 농산물 가격이 낮아진다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이번 문제는 국가가 제대로 국민의 생명보호라는 원초적인 책무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가 존재의 이유다’라고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막상 미국산소고기시장 완전개방협상 결과는 대통령의 평소의 지론과는 반대로 국민의 생명보호를 내팽겨친 것으로밖에 판단되어지는 협상결과는 내놓았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이 ‘어 이게 아닌데’하고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싸고 질 좋은 고기 먹을 수 있게 되었다’라고 염장을 질렀습니다. 그것이 사태의 발단입니다. 그것도 부족해서 정부나 여당 쪽에서는 촛불시위를 하고, 반대를 하는 사람들을 ‘좌파에 선동되고’ ‘정권 빼앗긴 것을 원통해하는 부류들의 발목잡기’쯤으로 호도하고 있습니다.


중언부언 되지만 설혹 좌파의 선동이 국민들을 격탕케 했다고 해도 왜 그렇게 되었을까, 국민들이 선동에 너무도 쉽게 넘어가게 되었을까를 고민해야 하고 그 원인을 제거하는 하는 것이 정부의 올바른 태도입니다. 그것은 님께서도 지적하셨듯이 이명박 대통령과 그가 이끄는 정부의 행태가 국민들에게 불씨를 제공한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대통령과 정부의 태도에 대한 반성과 교정이 있어야하지 기껏 ‘좌파의 선동’이라니 그래서 제가 ‘그런 좌파라면 나부터 좌파를 하겠다’ ‘나부터 잡아가라’라고 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미국산소고기시장 완전개방 협상에서 국민의 생명권을 포기했다는 사실과는 다른 汚名을 덮어썼다고 생각한다면 미국산 소고기가 위험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협상안대로 해도 우리 국민의 생명보호에 정부가 소홀히 한 것이 아니란 것, 검역주권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라는 것, 한미FTA로 인해 수혜를 볼 공산품을 위해 애꿎게 국민생명을 내 팽개친 것이 아니란 것을 입증만 하면 됩니다. 괜스레 이념투쟁으로 몰아서 해결될 사안이 아닙니다.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촛불시위=좌파라는 등식으로 시위가 누그러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정부 여당의 태도가 한심스럽다 못해 좌절에 빠지게 합니다.


진실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바로잡으려는 자세가 보이지 않는다면 모두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가 있습니다. 국민의 쌓여만 가는 분노는 불(火)이 아니라 물(水)입니다. 예로부터 물은 불보다 더 무섭다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