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무위여행 2008. 5. 13. 14:34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동안 필자는 ‘저항권’까지 거론하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그가 이끄는 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대해 비판의 입장을 취해왔다. 특히 미국산 소고기시장 완전개방협상과 사후 처리과정에서 보인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여권의 행태는 ‘저항권’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독선과 오만에 빠져 있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었다. 이 모든 사태의 본질은 국민이 국가로부터 생명보호를 받지 못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었다. 국민의 뜻을 살피지 않은 탓이라 했다. ‘좌파의 선동’탓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탓이라고 했다.

그러기에 이명박 대통령이 진실로 반성하고 고치지 않는다면 “국민 무시하는 정권은 무너져야 한다”라는 필자 주장의 과격성을 지적하는 지적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현재까지 철회할 생각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드디어' 자신과 정부의 잘못을 인정했다는 소식이다.

국민 건강과 식품 안전에 대한 것이 얼마나 국민의 관심사인가를 알게 됐다.”면서 “국민 건강과 식품 안전에 관한 문제는 정부가 사전사후에 국민과 완벽하게 소통해야 하는데 다소 부족한 점이 있지 않았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李대통령 “식품안전,국민과 소통부족 인정”)


진실로 晩時之歎이다. 뒤늦게라도 대통령과 그가 이끄는 정부의 잘못을 인정했다는 것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더 이상 국민과 정부가 충돌하지 않고 화해하고 어깨동무하는 시발점이 되기를 빌어본다. '따로 국밥'은 음식점에서나 필요하다. 국민과 국가가 '따로 국밥'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문제는 이제부터다. 이제 정부의 잘못을 시인했다면 그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결국은 인사쇄신으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먼저 이명박 대통령이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기를 바란다. 대통령의 다짐처럼 “앞으로 각 분야의 정책 집행에 있어 국민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데 최우선의 과제를 두기 바란다.” 국민과의 疏通에 잠시의 게으름도 허용하지 않는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한 정권 성공한 예도 없었고 성공할 수도 없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지금도 이명박 대통령이 시간을 할애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우려를 갖지 않을 수가 없다. 만남을 가지는 사람들이 너무 제한되지 않았나 하는 우려 때문이다. 알려진 바로는 대통령과 면담을 가지는 면면의 대부분 親李로 분류되는 인사들, 한나라당 관련 인사들, 여권성향의 인사들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태생상 대통령에게 加減없는 시중의 여론을 전달하기에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식의 시중여론청취는 곤란하다. 각계각층이 아니라 특정 계층의 여론만 듣게될 소지를 처음부터 내포한 만남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국한된 면담이라면 자칫 하지 않은 것보다 더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면담일정을 채우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왜곡되지 않는 陋巷의 여론이 아니라 대통령이 듣고 싶어하고 귀가 즐거운 여론만 전해줄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통령에게 진실로 쓴소리를 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참모들에 의해 여과되지 않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전해줄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그리고 필자의 과민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특정 계층에 국한된 인사들로 면담일정을 짠 참모들의 업무자세로 비추어 보면, 참모들이 국민과 국가 그리고 대통령을 위해 충언을 해줄 사람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귀만 즐거운 여론만을 전달해줄 인사들로 면담진을 짤 수도 있고, 나아가서 참모진 그들 자신들을 변호하기 위한 말을 해줄 사람을 고를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청와대 정무라인의 난맥상을 보면 필자의 주장이 꼭 지나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인사쇄신부터 시작하여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자신과 정부의 일처리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한 이상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더구나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후부터 오늘 이 시각까지 끊임없이 지적되어 온 정무분야의 취약성은 제도와 시스템만으로 해결하기에는 시간의 촉박성과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안이 되고 말았다. 출범 겨우 3개월도 채 되지 않는 정부의 인사쇄신 요구가 대통령이나 정부에게는 어쩌면 가혹하게 받아들여질지도 모르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적쇄신’요구가 나올 지경이 되었다면 국민들이 그만큼 이명박 대통령과 그가 이끄는 정부에 신뢰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다.

잘 하고 있는데 사람 바꾸라는 소리 하지 않는다. 리모델링 수준이 아니라 재건축이나 개축에 가까운 수준의 인적쇄신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지난 정권을 반추해보면 임기 초에 막다른 골목 같은 위기에 몰린 것은, 이명박 대통령과 그가 이끄는 정부가 하기 나름에 따라 불행이 아니라 축복일 수도 있다. 그나마 임기 말이 아니기에 바로잡을 시간도 방법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 더 이상 헛발질 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들이 용서도 하고 기회도 주게 되는 것이다. 이제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사안을 대하기를 바란다. 당신들 족보와 비석에 올리라고 있는 職이 아니다.

 

XXX님.

소고기문제 포기한 것이 아닙니다.
대통령이 잘못되었다고 했으니 이제 어떻게 풀어나갈지 지켜보겠다는 뜻입니다. 이제까지는 정부는 잘못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더욱 분통이 터졌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