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무위여행 2008. 5. 20. 14:55
 

배우라는 德은 배우지 않고 - 강재섭 대표


오늘 돌이켜보면 대단히 부끄럽지만 필자는 그동안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에게는 비교적 호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그의 점잖음이 좋았고, 상하를 아는 예의바름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가 자신을 정계로 이끌어준 박철언 씨를 따라가지 않고 민자당(신한국당)에 잔류했을 때도 세간에서 그의 정치적 배신을 거론하는 지적이 많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박철언 씨의 민자당 탈당이 명분이 약하고 오히려 정치적 배신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강재섭 씨의 잔류에 오히려 점수를 주었다. 지난해 한나라당 대권후보 경선을 두고서도 박근혜 전대표진영에서 '강재섭 배신론'을 들고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당대표는 공정한 경선관리가 생명이라 믿기에 박근혜 전대표 측의 앙앙불앙에 오히려 의심을 가졌었다.

그렇고 그렇게 해서 세월은 흘렀고, 임기 두 달여만을 남기고 있다고는 해도 여당의 대표직위에까지 오를 정도가 되었으니 필자의 그에 대한 시각이 크게 잘못되지는 않았지 않는 자위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 강재섭 대표의 행보는 실망을 넘어 경멸감까지 가질 정도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지 3달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 스스로 한탄할 정도로 몇 년의 시간이 흐른 것처럼 민심이반은 심각하다. 어디서부터 풀어야할지 난감할 정도로 꼬여있다. 깨끗하게 허물고 새로 짓는 것이 차라리 나아 보일 정도로 정권과 국민은 물과 기름처럼 遊離되어 있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여당의 정치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솔직한 마음으로 정권마감이 서너달 남았다면 뭐 이대로 넘기면 어때하는 자포자기도 가질 수 있지만 이제 갓 출범한 정권, 그것도 보수우익진영에서 10년 만에 찾아온 정권의 순항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5년 후에 있을 새 정권을 다시보수우익진영에서 출범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명박 정부는 반드시 성공해야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적어도 보수우익정권으로 정권이 교체되어야 한다며 5년간을 삿대질해온 필자에게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그와 같은 의무를 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대통령과 여당은 민심이반의 원인을 찾고 처방을 내놓아야한다. 왜 역대 최고의 득표 차이라는 지지를 업고 탄생한 정권이 출범 두 달만에 지지율이 정권 말의 노무현 전임대통령과 난형난제를 이룰 정도로 신뢰를 잃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제로베이스에서 찾고 국민들에게 제시를 하여야 한다. 그게 여당의 할 노릇이다. 마치 강 근처 저지대에 사는 사람과 떨어진 고지대에 사는 사람이 보는 강물 범람의 의미가 다르듯이, 청와대와 여당은 이제 놓여진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사안을 보는 심각성과 본질에 대해서 달리 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당은 여과되지 않는 민심을 대통령에게 올바르게 전달해야할 의무가 있는 집단들이다.

그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여당의 대표가 대통령을 만나서, 여과지를 거치지 않는 순도 100%의 민심이반을 이야기하지 않고 오히려 당의 정보누설로 인해 대통령에게 누를 끼쳤다며 사과를 하였다고 한다. 민심이반을 이야기 하라 했더니 뜬금없는 개헌론을 꺼내들고 있다.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것도 유분수지. 참 기가 막힌다. 이런 자가 여당의 대표라니. 차라리 울고 싶다.

 

앞서도 밝혔지만 필자가 강재섭 대표에게 나름대로 후한 점수를 준 이유는 그의 점잖음이 좋았고, 상하를 아는 예의바름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강재섭 대표, 유비의 德을 배우라했더니 우유부단을 배웠고, 관우의 우직함을 배우라했더니 1인에 대한 맹목적 충성만을 배웠고, 장비의 결기를 배우라했더니 머리 없는 좌충우돌을 배웠고, 조조의 實用을 따르라 했더니 간특함만을 배웠다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그대의 점잖음은 우유부단의 다른 이름이었고, 예의바름은 굽신거림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는 말인가.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의 몸짓은 아름답지만 민심의 강물을 거스르는 정치권의 행보는 모두가 죽는 길일뿐이다. 강재섭 대표 이제 조용히 사라져라. 고향인 대구 수성구에 제법 큰 저수지가 있는줄로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