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국방

무위여행 2015. 6. 29. 14:33

영화 연평해전을 보고

 

토요일 많이 늦은 저녁에 영화 연평해전을 보고 왔다. 올해 중학교 2학년인 아들과 딸을 동반해서 다녀왔다. 개봉한지는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필자에게 연평해전관람은 마치 미뤄놓은 숙제 같았던 일이었다.

미안하였기 때문이었다. 부끄러웠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에게 치킨 한두 마리 사 먹이지 않았다면 가능했을 투자를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도 있었고, 나름 보수주의자로 자처하는 필자였지만 남의 일처럼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것에 대한 미안함도 있었기 때문이다.

 

엔딩크레딧이 끝나기까지 남아 있었던 사람은 필자 가족이 유일하였다. 사전에 인터넷에서 접하였던 당시 대통령이 월드컵 결승전을 참관하기 위해 일본으로 날아갔던 장면을 보고 싶었다는 嘲笑(조소)”도 내심 없지는 않았지만(정작 필자가 본 영화에서는 해당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제작비가 부족하여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기꺼이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그 많은 사람들 이름을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무감도 없지는 않았다.

 

이 글에서 필자는 영화의 완성도를 따질 생각은 없다. 그럴 능력도 없거니와 당연히 그럴 생각도 없다. 영화가 담고자 하는 메시지만 읽어낼 수 있다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일상들,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그들의 일상들. 그들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들도 당연히 누렸을 그리고 지금도 누리고 있을 일상들일상들이기에 우리가 그들을 기억해야 할 당위성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하루하루가 그들의 희생 위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일상이라는 것이 얼마나 불안한 평화인지,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보다 더 불안한 평화라는 것을 감독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필자는 그렇게 느꼈다.

 

자칭타칭 진보정권을 거쳐 오는 동안 남북관계에 있어 만고의 진리로 떠받들여졌던 그리고 지지자들에 의해 신앙이 되어 있는 우리의 善意(선의)가 상대방을 ()하게 만들 것이라는 주장과 믿음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영화는 잘 증명해주고 있다. 저들이 녹음기처럼 되뇌이는 동족의 잔칫날에 도발한 것만으로도 더 이상의 증명과 해석은 필요치 않을 것이다. 일방의 선의만으로 평화를 가져올 수만 있다면 인류 역사 이래 평화를 누리지 못한 시절이 있었을까? 역사에서 배우지 못한 공동체에게는 역사는 언제나 잔인하게도 앙갚음을 해왔다. 전쟁을 두려워하고 피하려고만 하고 상대방의 善意(선의)에만 기댄다고 해서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대비하고 준비하고 각오하여야 전쟁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역사의 逆說(역설)을 영화는 잘 보여주고 있다.

 

영화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그 시각, 새벽 130분을 넘긴 그 시각에도 참으로 많은 분들이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었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차고 너무도 진부한 표현이 될 수도 있지만 그들의 수고로움 때문에 필자 가족의 토요일 저녁의 늦은 외출이 있을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모두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던 그 순간,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그들을 잊어버리고 있었던 우리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피격그리고 방산비리를 가져온 진정한 원인제공자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연평해전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