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문화

무위여행 2015. 10. 11. 21:33

말의 추락 권위의 추락

 

대중성을 먹고 사는 대중정치인 출신 대통령들이 가진 장점이자 한계일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우리나라 대통령의 언행이 오히려 국가와 사회를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 분열의 단초가 되는 일이 일상화 되어 있지 않나 싶다.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김영삼 전임 대통령)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 아니라 지키지 못하였을 뿐”(김대중 전임 대통령)

합리적 보수, 따뜻한 보수, 별놈의 보수를 다 갖다 놔도 보수는 바꾸지 말자다”(노무현 전임 대통령)

룸싸롱에 가서는 못생긴 여자를 골라야 대접을 잘 받는다”(이명박 전임 대통령)

 

필자가 기억하는 전임 대통령(혹은 후보시절)들의 발언들이다. 필자가 고약한 성미를 가져서 일부러 이런 것만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국의 최고 지도자의 직위에 걸맞지 않는 그래서 차라리 하지 않은 것보다 더 못한 결과를 초래한 말들로 기억을 하고 있다.

꼭 대통령 직에 있다고 해서 쉬운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아니다. 하지만 직설적이고 정제되지 않는 말은 곧 만만찮은 후유증을 초래하게 되어 있다. 말의 추락과 권위의 추락이 아닐까 싶다. 말이 바로 서야 국가가 바로 선다는 옛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의 절제되지 않는 언행이 소탈하다, 탈권위주의적이다, 직설적이다 라는 말로 호도되고 옹호되고 지지되는 이런 현상이 반복이 되고 있다. 특히 이러다 대통령 못해먹겠다가 상징하는 것처럼 노무현 전임대통령의 언행들이 지극한 헌신파들을 생성한 영향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는 말이 거칠어졌고 또 그것이 좋은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상이 정형처럼 굳어져 있다.

 

그리고 현직인 박근혜 대통령의 앞의 전임대통령들과는 약간 다른 궤도를 보이고 있다. 노무현, 이명박 두 전임 대통령의 말에 비하여 훨씬 더 정제된 어휘를 사용하지만 그때보다 대통령의 말의 권위가 더 높아졌다는 근거는 없다.

소위 유체이탈화법때문이다. “빵이 없으면 케익을 먹으라라고 했다던 마리 앙투아네트 말(혁명세력이 꾸며냈다는 설도 있다)처럼 마치 남의 나라 이야기 하듯 하는 말이 또 다른 의미에서 국민통합을 해치고 분열을 낳고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잃게 하고 대한민국 대통령 직이 가져야 하는 정당한 권위까지 욕보이고 있다.

최고 지도자의 언행이 국민들을 하나로 묶고 이끄는 것이 아니다. 나만이 옳다는 오만과 독선에 城砦(성채) 안에 숨어 살고 있는 공주님의 전형으로 보이고 있다. 그것은 대부분의 박근혜 대통령의 말은 논어나 성경 불경의 구절처럼 아름답기는 하지만 국민들의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없는 것은 진정성이 담겨있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단어이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많은 국민들이 해석하는 의미는 달라 보인다. 同音異意語가 너무 많다.

 

그렇다고 해서 필자가 정치인, 소위 지도자들의 언어가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하거나 대한민국의 많은 約款(약관)들처럼 耳懸鈴鼻懸鈴(이현령비현령)처럼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게 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적어도 명확성을 가지면서도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는 단어, 나의 뜻을 정확히 전달하면서도 사용하는 어휘와 방식 때문에 반발을 가져오지 않는 방식으로의 의사표시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말은 의도가 있어 하게 되고 따라서 반드시 어떤 결과를 낳게 되어 있는 법이다. 그렇지만 의도와 결과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그 말이 애초 얻고자 했던 목적을 잃어버리게 만들고 있다. 그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이 수행하고 있는 직위가 가진 정당한 권위까지 추락하는 그래서 아무도 존경할 대상도 없고, 서로가 서로를 믿을 수 없는 시대를 만들지 말자는 것이다. 말이 권위를 가지기 위해서는 언행이 일치되어야 하고 진정성이 담겨 있어야 말의 권위가 살게 된다. 언행이 일치하지 않고 진정성이 담기지 않은 말은 그저 나와 타인을 해치는 흉기일뿐 너와 나 사이를 연결해주는 疏通(소통)의 수단은 아니다. 그리고 말의 권위가 살아야 그 말을 하는 사람이 가진 직위가 가진 권위까지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어느 글에서 읽은 英祖가 했다는 말이 있다. “모든 일을 통쾌하게 하면 폐단이 생긴다. 조정에 있는 신하들은 모름지기 이를 명심하여 통쾌함을 나타내는 라는 글자를 마음에 두지마라지금 대한민국 정치를 비롯한 소위 사회지도층들에게 이보다 적절한 격언은 없을 듯 싶다. 우리 사회는 더러운 손가락 때문에 정작 가르키는 달은 보지 못하고 손가락만 보게 되는 경우가 너무도 많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