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무위여행 2016. 4. 27. 11:51

언론인과의 대화의 자리 - 시작이 반일까?

 

 

대통령이 3년 만에 언론인들과의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너무 오랜만의 만남이라 서로가 할 말도 많을 것이고 듣고 싶어 하는 말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 자리에서 세세하게 주고받은 대화들은 전부 전해지지도 않을 것이고 또 어쩌면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에서 전하는 대통령의 발언록을 보면 진한 아쉬움이 먼저 다가온다. 물론 총선이 끝난 후의 발언보다는 분명 진일보한 모습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그대로야라는 탄식이 나올 정도로 대통령의 상황인식이 굳어져 있는 것 같다.

여전히 배신자” “자기정치” “정부와 여당의 두 바퀴의 수레등에서 보이는 여당과 비박들에 대한 책임 떠넘기기와 선거참패는 새누리당의 몫이라고 하면서 정작 복당문제에 당의 주인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모순적 사고방식과 또 대통령중심제라고는 하지만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는 식으로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대통령으로서의 무한책임을 회피 하는 등 전형적인 남탓하기에 아쉬운 면이 먼저 다가온다. 그래서 왜 지난 3년의 임기동안이 혼란으로 점철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남은 임기 역시 기대할 것이 없을 것이란 낙담을 하게끔 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능력의 한계를 잘 보여준 자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얼마 전에 인터넷에 재밌게 그러나 유쾌하지 않게 읽어 우스개가 있다. 아내가 바람이 나면 일본 남편은 여자를 개 패듯 두드려 패고, 미국 남편은 상대방 남자를 죽이기 위해 총을 가지러 가고, 프랑스 남편은 쿨 하게 아내를 보내준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 남편은 청와대 앞에서 가서 시위를 한다고 한다. 자신의 아내가 바람나도록 정치사회적 환경을 만들고 방치한(?)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라고.

 

대통령의 무한책임을 주장하는 필자의 이런 지적이 박빠들에겐 위의 우스개 이야기처럼 터무니없는 대통령 만능론에 입각한 대통령을 까기 위한 반대를 위한 비판, 비난을 위한 트집잡기쯤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대한민국의 정치상황의 숙명적 문화이다.

 

어쩌면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는 야당의 상습적 발목잡기”, 여당의 배신의 정치아내가 바람난 것까지 대통령의 책임으로 돌리는 정치사회문화적 환경 등 어디 하나 부빌 언덕이 없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성장이 왜 아직도 많은 국민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만큼 지독스럽게도 어려운 환경에서 이뤄낸 성취이기에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다. 독립운동가들과 민주투사들이 존중 받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아주 쉬운 일을 비유할 때 하는 속담으로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말이 있다. 땅 짚고 헤엄치기는 누구나 다 할 수 있고 박수를 받지는 못한다. 바람 불고 파도치는 상황에서 헤엄치는 것이 어렵고 그런 상황에서 해내야 박수를 받는 것이다. 정치적 환경이 어려울 때 일수록 국정을 잘 이끌어 나가는 것이 대통령의 역량과 진정성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통령의 정치력이 더 중요한 것이다. “나를 따르라!”하는 호통의 리더십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따르게끔 하는 통솔과 통합의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시대는 초인의 백 걸음이 아니라 凡人(범인)愚衆(우중)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더 필요하고 정당성이 있는 시대다.

 

 

모두 발언록의 한 구절을 따오면 이렇다.

남은 임기 동안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의를 잘 반영해 변화와 개혁을 이끌면서 각계각층과의 협력, 그리고 소통을 잘 이루어나갈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

 

대통령의 진정성은 조금 느껴졌다. 대한민국 최고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의 어느 정도의 반성과 다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지난 번 발언에 대해 반성이 없는 다짐은 공허할 뿐이다라는 아주 야박한 평가(?)를 하였던 필자는 이번 언론인들과의 만남의 자리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자신의 언행으로 진정성을 증명해야 한다. 무엇보다 소신이 아니라 똥고집이 되어버린 지금까지의 국정운영 방식을 바꿔야 한다. 孤掌難鳴(고장난명)이란 말이 있듯이 그동안 비협조를 넘어선 야당의 상습적이고 불치에 가까운 발목잡기가 없었다는 지적이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과 같은 정치상황 경제상황에서 궁극적이고 무게로 따지면 가장 무거운 책임의 무게를 져야 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이다. 언급한 것처럼 야당 대표들과 각계의 인사들을 만나는 것에 인색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과 같은 대통령과 언론인들과 만남은 참으로 반갑고 또 반갑기 그지없다. 대통령이 청와대로 정치인들, 각계의 인사들을 자꾸 불러 식사하는 자리 마련하고 국회로 이웃마실 가듯이 자꾸 찾아가서 그들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고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왕조시대에 자연재해에 왕이 근신을 하였던 것처럼 하라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대통령이 국민들이 하고 싶어 하는 말을 하게끔 들어주고, 국민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고, 그래서 국민들이 최소한 대통령이 특정 정파나 지역 그리고 계층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우리의 대통령이란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시늉이라도 해달라는 것이다.

 

자꾸 반복되는 주장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의 성공의 책임은 오롯이 대통령에게 있고 그 영광은 국민들이 누리지만 실패가 낳을 책임은 고스란히 대통령이 져야 한다. 그게 대통령 중심제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진짜 대통령직을 그만두고 나면 ()이 남을 것 같다면 그 결과로 초래될 국민들의 ()은 계량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언론인과의 소통의 자리에서 대통령의 발언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불만스러운 점이 여전히 있지만 그래도 기대해 볼 작정이다. 기대를 버리면 실망도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시작이 반이다라는 마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소통을 위한 행보를 보이기 시작하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점수를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