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의 이야기(수필)

무위여행 2019. 9. 26. 18:09

相思花. 가을을 부르는 꽃

 

 

 

相思花(상사화 - 꽃무릇, 석산)라는 꽃이 있습니다.

여름과 가을을 이어주는 전령 같은 꽃이라 할까요? 언젠가부터 저에겐 코스모스나 국화보다 가을 그 자체 같은 꽃입니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본명보다 친구들이 불러주는 별명이 더 정겨울 때가 있습니다. 꽃무릇이란 어여쁜 이름도 있지만 相思花란 이름이 더 잘어울리는 꽃이 있을까 싶습니다.

 

 

相思花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꽃에는 서럽도로 아픈 전설이 있습니다. 옛날 처녀가 스님을 사모하였지만 끝내 이루지 못하고 상사병으로 죽었습니다. 넋을 달래듯 그 무덤에 핀 꽃이 상사화라고 합니다. 반대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스님이 불공 드리러 온 처녀에게 빠져 상사병으로 죽었고 그 무덤에 핀 꽃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스님은 다비를 하는데 왠 무덤이냐 식의 현실적인 추론보다는 제 개인적으로는 처녀가 스님을 짝사랑하여 죽었다는 이야기가 더 어울리지 싶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그렇습니다.

 

 

상사화, 말 그대로 서럽게 아름다운 꽃입니다. 아름다움 그 자체가 희열이 아니라 서러움입니다. 아마도 옛사람들도 서럽도록 아름다운 꽃무릇을 보며 앞서 거론한 아름답지만 서러운 이야기를 떠올렸겠지요.

 

주로 이른 봄에 피는 꽃들 중에서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나중에 나오는 꽃들은 많습니다. 벚꽃 매화 진달래 개나리 목련 살구 복숭아 산수유 등도 있는데 왜 꽃무릇에게서만 끝내 이루지 못한 사랑 그래서 서러운 사랑을 떠올렸을지는 꽃을 직접 보면 알게 됩니다.

 

 

가을이 인기척도 없이 옆에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