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
고순철
무심한 건
세월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그 무심했던 세월이 한참이나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나도 모르고
당신조차 모르고
그저 무심한 것은 세월이라 했습니다
쏟아버린 물을 주워담을 수 없듯이
되돌릴 수 없는 모습이 되고서야
무심했던 건
정말 무심했던 건 그래서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는 건
세월이 아니라 제 자신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몇 해전 알고 지내는 분과 연락이 끊겨 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그분을 떠올리게 되었고 물어물어 그분의 홈피를 찾았을 때 불과 며칠 전에 그분은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난 후였습니다.
그때 며칠만 더 며칠만 더 하며 자책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늦게나마 그분의 홈페이지에 올렸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