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무위여행 2005. 11. 3. 14:00

정말 쌀이 남아돌까(새만금은 계속되어야 한다)

 

 

이번에 새만금간척사업에 대해 행정법원이 방조제 공사는 그대로 계속하도록 허용을 해주면서 용도를 다른 것으로 전용하거나, 혹은 사업 자체를 폐지하도록 판결한 자체는 대단히 불만스럽기는 하지만 정부에서 항소절차를 밟기로 했다니 항소법원에서만큼은 '합리적이고 국가안보적인 측면의 판결'을 기대해본다.

법원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우선 농지를 조성하기 위해 공사를 시작했으나 쌀이 남아돌아 처리가 곤란하고 쌀농사를 짓지 않는 휴경지에 보상금을 지급하는 상황에서 사업을 계속 추진해야 할 명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쌀이 남아도는 현실' 하나만으로 새만금간척사업의 타당성을 판단한다면 일견 법원의 판결이 합리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우려되는 점은 '식량이 남아도는 현실'이 될 수밖에 없는 그리고 그렇게 되어야 하는 '현실' 너머의 '식량안보적 현실'은 무시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지난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정부에서 희한한 단속이 있었다.
혼분식 도시락에 대한 학교에서의 웃지못할 촌극이나, 쌀 막걸리의 제조 금지 등은 다 아는 사실이기 때문에 따로 거론하지 않더라도, 쌀의 도정에 대해서까지 정부에서 일일이 단속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도정이란 말 그대로 쌀을 우리가 밥을 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기 위해 방앗간에서 껍질(겨)을 벗겨내는 작업을 말하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겨를 많이 벗겨내면(7분도 도정이라 함) 밥맛은 좋아지는데 쌀의 절대적 양이 줄어드는 현상(깎여 나가는 부분이 많아짐)이 발생해서 식량이 낭비되는 반면 겨를 적게 깎아내면(9분도 도정이라 함) 영양도 풍부해지고 식량의 손실도 적어지지만 밥맛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민간에선 대부분 7분도 도정을 했었는데 정부에서 일일히 단속을 하고 벌금을 부과하곤 했었다.
불량미의 대명사로 정부미가 있었다. 지금도 정부미가 있기는 하지만 미질이 예전 같지 않고 상당히 좋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시에는 정부미가 미질이 안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게 바로 식량이 안보차원의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정부에서 가을에 수매된 일반미를 몇 년씩 창고에 보관하면서 보관 기간이 오래된 쌀의 순서대로 방출을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때 그때 출시되는 일반미와는 맛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은 일본에서도 시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정부가 많은 돈을 들여 쌀을 수매를 해서 보관하는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쌀에 대해 집착을 했던 이유는 쌀이 가지는 안보적 측면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에는 생산되는 절대적 양이 적은 탓도 있었기는 하지만 쌀이 국가 안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컸기 때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불가피한 일이었다.
지금도 쌀이(식량) 국가안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할 것이다. 우리가 쌀을 전면 개방하지도 못하는 이유가 농촌살리기 차원보다는 국가안보적인 측면이 더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히 이번 행정법원의 판결에서처럼 '쌀이 남아돌기 때문에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논리를 그대로 적용시킨다면 당장 쌀을 전면 개방해서 외국에서 수입해다 사 먹는다면 국가전체적인 비용면에서 보더라도,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훨씬 경제적 부담이 적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못하는 이유는 우리의 농업기반(식량의 생산기반)이 전면 붕괴되었을 경우에 쌀을 수출하는 국가들이 식량을 무기화하거나 우리의 사정으로 쌀을 제때 수입하지 못하게 되었을 경우를 생각해보면 식량 문제는 단순히 효율을 따지는 경제적 관점에서만 접근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농지확보차원의 새만금간척사업은 계속 그대로 진행을 하고 환경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담수와 해수가 자연스레 교차되도록 해서 수질 문제를 개선시키고 있는 시화호를 시금석으로 삼아 보완책을 찾아보고 해결하면 될 것이다. 쌀이 남아도는 현상에 대해선 농사를 짓기에는 무리가 있는 이른바 한계농지에 대해서만 다른 용도로 전환하거나 혹은 예비농지로 남겨두어 식량안보에 대비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국가안보란 단순하게 경제적 효율로 따져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적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내는 한편 행정법원의 판결에 항소를 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며 , 아울러 항소법원에서 판결을 함에 있어서도 '쌀이 남아도는 현실'만을 판단의 근거로 삼지 말고 '식량안보'라는 보다 대국적인 차원에서 판단을 하여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 환경단체들이 '환경을 살리면서도 가능한 개발' '개발을 하면서도 환경을 살리는' 측면에서 대안을 제시해주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극단적으로 환경 최우선론에 빠져버린다면, 오늘 당장부터 차도 타지 말아야 하고, 전기도 쓰지 말아야 하며, 공장에서 나오는 공산품 하나 쓸 수 있는 것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극단은 또 다른 극단을 부른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았음 한다.

 

 

2005년 2월7일 중앙일보 디지털 국회에 올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