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무위여행 2005. 11. 7. 12:38

문의장의 또다른 손바닥비비기가 아님을 바라며

 

 

열린우리당 문희상 당의장의 취임에 바란다
치열한 내부 사상전의 우여곡절 끝에 열린우리당의 당의장으로 문희상의원이 당선이 되었다. 그는 취임의 일성으로 '국민들의 쓰린 속을 풀어주는 해장국 정치를 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민생탐방이니 뭐니 해서 시장으로 현장으로 돌아다니면서 해장국을 먹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많은 정치권 인사들의 당선 초기의 모습과 겹쳐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보기 나쁜 모습은 아니다. 다만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런지, 그런 그의 행보가 어떻게 열린우리당의 당론으로 정해지고 정부의 정책으로 결실을 맺게 될지가 관건이지 여당의 당의장이 (고통 받고 있는)국민과 함께 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지 결코 나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당의장 선거 기간 중에 개혁과 실용의 조화를 강조해온 그는 정치권 일각에서 불붙고 있는 개헌론에 대해 일단 '민생우선'이란 타이틀로 선을 긋고 나왔다. 그는 지금은 나락에 떨어져 있는 민생안정이 우선이고 개헌론 자체가 가지고 있는 폭발성으로 인해 할려면 내년 말이 적당하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행여 다른 복선이 없는 순수하게 민생을 챙기려는 의도에서 한 발언이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그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만은 없는 것은 그의 그 다음 말 때문이다.
그는 주장하기를 "지역주의 극복은 정치개혁의 마지막 과제이며,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제도적 개선안을 찾자"며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 석패율제 도입, 기초단체장 정당공천 배제, 자치단체장 3선 연임 제한 철폐 등에 대한 논의에 착수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것이 노무현이란 인물의 대통령직에 대한 정치적 안정성을 모도하기 위한 초대 비서실장의 손바닥비비기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


지역주의 극복은 시대 사명인가?
이 논의를 하기에 앞서 지역주의가 우리가 넘어서야할 정치적 폐습인가 하는 것부터 논의가 되어야할 것이다. 결론은 반드시 극복되어야할 정치적 폐습인 것은 분명하다. 길게 보면 1971년의 박정희 당시 대통령과 김대중씨가 맞대결을 하였던 대통령선거부터 일기 시작하였다는 정치적 지역 대결 구도는 지난 1985년의 2월의 12대총선과 1988년 4월에 치루어진 13대 국회의원선거는 소선거구제로 바뀌면서 폭발적인 지역대결구도로 치루어졌고 그후로는 하나의 정치적 현상으로 굳어진 폐습이다. 즉, 그것은 선거 때마다 발생하는 지역적 유권자들의 이기심에 의한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있어 국가발전과 국민통합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극복되어야할 시대적 소명임에는 틀림이 없다.

중대선거구가 지역주의 극복의 대안인가?
자꾸 지역대결구도가 한 선거구에서 1명만 선출하게 되어 있는 소선거구 때문에 더욱 굳어진다고 하는데 이런 관점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지난 번에도 주장을 했었지만 소선거구가 지역대결구도를 심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각 정당들이 해당 지역의 유권자들에게 신뢰를 받을 정책이나 행동들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투표 행태가 나타나고 심화되는 것이지 소선거구 자체가 지역주의를 발생시키고 확산시키고 고정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은 아니다. 5공화국 때 중대선거구를 하였지만 그것이 지역주의를 근본적으로 완화시키지는 못하였다. 다만 잠복해있었을 뿐이고 안으로 곪아가고 있었을 뿐이었음은 그 후로의 여러번의 선거과정에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중대선거구가 다만 투표에 있어 지역주의를 잠복하게 할뿐 지역주의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난 상처는 이미 상처가 아닐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게 안으로 곪아터진 상처가 치유하기 더욱 어려운 법이다. 내재된 잘못과 원인을 치유하지 않고 드러난 현상만을 그것도 잘못된 처방으로 치료하려는 것을 자칫하면 병을 더욱 키우게될 뿐이다.
이상과 같이 5공화국 때 증명된 것처럼 다만 여권에게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중대선거구제도가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유일한 대안인양 주장하지 마라.
지역주의의 극복은 먼저 정치권에서 그것을 이용하려 하지 말고(특정 지역은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인식부터 버려라), 해당 지역주민의 정서를 반영할 수 있고 또 전체 국민을 아우를 수 있는 정책들을 개발하고 진심으로 국민과 국가를 위해 봉사를 해나간다면 시일이 문제이지 지역주의는 반드시 해결이 된다. 어차피 한 나라의 정치적 수준은 그 나라 국민들이 정하는 것이다.

자치단체장 3선연임 금지 해제는 문제가 없는가?
자치단체장의 3선금지를 시킨 이유는 장기집권을 함으로서 해당 지역에 가져올 폐해들을 경계하고자함이 원 뜻이었다. 즉, 지역의 단체장을 뽑는 선거의 특성상 특정인이나 특정 세력이 너무 오랫동안 해당 지역의 장으로 있게 됨으로해서 해당 지역의 봉사자로 자리매김해야할 그들 자신이 주민들 위해 군림하는 원시부족국가에서 보이는 지역의 맹주와 같은 토호세력이 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고자 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자치단제장의 3선 연임 금지조치는 그대로 지속이 되어야할 것이며 다만 직위의 정치적 안정과 지역 살림의 탈중앙을 위해 단체장이 임기중에 다른 선출직(상위 단체장, 국회의원, 대통령 등)에 출마하기 위해 사직을 하는 것을 제한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물론 지나친 피선거권 제한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될 수도 있지만 어차피 지방자치선거가 지방의 자립과 중앙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직위 자체에 대한 법적, 정치적 독립성과 안정성이 보장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충분히 고려해볼만한 가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석패율제 도입은 선거제도의 근본을 흔드는 것은 아닌가?
석패율제라 함은 해당 선거구에서 정말 아쉽게 패한(낙선이 된) 인사를 당선시키자는 뜻으로 여겨지지만 이 역시 해당 지역의 유권자들이 가장 마음에 드는 인물로 선출직 공직을 뽑아 국정에 임하도록 하는 민주적 선거제도의 근본을 뒤흔드는 일로 도입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고 만일 국회의원직에 있어 석패율을 도입한다면 대통령직에 있어서도 석패율제를 도입해야할 것이다. 일정한 정도의 득표율에 차이가 없다면 재선거를 하든가 아니면 상위 두 명의 후보로 하여금 결선투표제를 실시하든가 하는 것이 정치적 안정성이나 국민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더 시급하게 도입해야할 사안일 것이다. 겨우 30 몇 퍼센트의 지지율로 당선된 대통령은 법적인 문제와 달리 정치적으로 정당성에 대해 공격을 받고 있어 그것이 나아가 법적 지위까지 흔들고 있는 현실은 대통령선거에 더욱 석패율제(?)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할 것이다.



아직 그의 행보를, 열린우리당의 행보를 그리고 정부의 정책을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성급한 느낌으로는 그의 개헌론 자제 요청이 민생안정을 위한 것이기 보다는 노무현대통령의 레임덕을 방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순수하게 민생안정을 위해 개헌론까지 거두어 들여야 한다면서 왜 정치권(인사)에 더욱 생존적 차원으로 민감하게 다가올 선거제도 개편문제를 꺼내는가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권에는 개헌보다도 민생안정보다도 더 민감하고 중요하고 인화성이 높은 부분이 바로 선거제도의 변화라 할 수 있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해서 그들의 밥벌이가 어떻게 바뀌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폭발성을 가진 문제인 선거제도문제를 들고나온 것이 '민생안정 우선'이란 그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2005년 4월5일 중앙일보 디지털 국회에 올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