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문화

무위여행 2005. 11. 7. 12:39

벚꽃은 죄가 없다

 

 

근무하고 있는 한의원 앞길은 벚나무로 되어 있다. 제주도 한라산이 원산지라는 왕벚나무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꽃이 언제 피는가 싶었는데 벌써 오늘 오후는 많이 피었다. 아마도 내일쯤엔 만개하리라 생각될 정도로 시간이 갈수록 모양새가 달라지고 있다. 특히 밤에 가로등 불빛 아래 서 있는 벚꽃과 바람 결에 훌훌이 비처럼 쏟아져내리는 벚꽃은 보기가 참 좋은데 올 해엔 경주 보문단지로 벚꽃 구경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끊임없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생각없는 민족성을 탓하는 좋은 자료로 쓰이는 것이 바로 이 벚꽃이다.
왜 하필 일본꽃이냐? 왜 일본들이 좋아하는 벚꽃이냐, 우리 이쁜 자생종 꽃도 얼마든지 있는데, 우리의 국화인 무궁화축제는 왜 없고 벚꽃 축제만 있느냐? 일본놈들에게 아부하기 위해 심었냐 등등 심지어 아직도 벚꽃이 일본 國花라고 하는 무지한 주장까지 그럴듯하게 민족이란 감정에 편승해 합리적인 것으로 주장되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하찮은 꽃에서조차 민족성을 부여하고 있음이 우리의 현실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벚꽃은 죄가 없다. 아니 일본인이 좋아하는 꽃이라 해서 우리가 심지 말고 감상하지도 말라는 것은 북한에서 주로 사용하는 단어니까 '동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것보다 더 무지한 행동은 아닐까? 꽃은 그냥 꽃일뿐 아름다운지 아름답지 아닌지 개인적 미적 감각으로 감상하고 좋아하면 그뿐이 아니곘는가. 더구나 벚꽃은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꽃일뿐 國花도 아니며(일본엔 정식 國花로 지정된 것은 없으며 굳이 따지자면 일본 왕실의 상징인 菊花가 國花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벚꽃이 우리의 필요에 의해 심어지고 가꾸어지고 감상되는 것일뿐 벚꽃을 좋아한다고 해서 親日을 하는 것도 아니고 매국과 매족을 하는 것도 아닌데 단지 벚꽃이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꽃이라해서 배격할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취급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수익성을 내세운 각자치단체들이 앞을 다투어 세상의 가로수는 오로지 벚나무뿐인양 새로운 가로수를 벚나무로만 심고, 꽃은 벚꽃뿐인양 축제를 여는 것은 일정부분 잘못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벚꽃 그 자체를 즐기려는 사람들을 '민족혼에 대해 생각 없음'으로 단정하고 비난해서는 안될 것이다. 북한에서 주로 사용하는 단어인 '동무'나 '인민' '민중'이란 단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단정적으로 친북이라 비판할 논거가 되는 것이 아니듯이 벚꽃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매국과 매족의 행위라도 되는양 비난 받아서는 안될 것이다.

보다 차분하고 냉철한 민족을 이야기할 때가 되었지 싶다. 민족이란 단어 앞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다른 것들을 막무가내로 배척하는 방향을 작용해서는 도리어 민족의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05년 4월5일 중앙일보 디지털 국회에 올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