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국방

무위여행 2005. 11. 7. 12:48

역시 남북관계만 잘되면 다른 건 깽판쳐도 되는가?

 

 

정부, 유엔 北인권결의안 또 기권방침
정부가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 또 다시 기권하기로 했다고 한다. 정부는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있을 예정인 제61차 유엔인권위원회의 대북 인권결의안 표결에 기권을 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북한 핵문제 협의와 화해·협력을 지향하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인권결의안 표결 과정에서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면서 기권의 변을 하고 있다.
대단히 잘못된 상황판단이며 자칫하면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放棄가 궁극적으로 통일을 방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것이며 아울러 일본의 유엔상임이사국진출 저지라는 우리의 외교 목표를 상실하게 될지도 모르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란 것이 본인의 판단이다.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잘못된 처사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첫째 : 북한주민의 인권은 무시되어도 좋은 사안인가?
민주화가 진행되어 나가면서 정부는 인권을 최우선의 가치로 치부해오지 않았던가. 그래서 국가인권위원회도 만들었고, 각종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여부를 방지하고 경제적 곤궁에 처해 있는 사람들의 정부의 당연한 구제까지 '인권 차원' 운운하고 있는 형편이며, 유영철 같은 희대의 살인범도 자신의 인권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언론에 얼굴이 보도되는 것을 못마땅해할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지향해야할 최고의 가치로 인권이 떠받들여지고 있다. 결코 나쁜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나라에서, 정부에서 왜 북한의 인권문제만 나오면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하지 못하는가? 심지어 교육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어지는 초등학생들의 일기장 검사까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설파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조차도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네' 어쩌네 하면서 입을 다물고 있는 이유는 노무현대통령의 말처럼 '남북관계만 잘되면 다른 건 다 깽판쳐도 괜찮다'고 하는 그런 '통일지상주의적' 인식체계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인가.
이 정권과 지지세력들 그리고 '민족'을 팔아 밥벌이를 해결하고 있는 세력들은 북한문제만 나오면 '민족'입네 뭐네 하면서 '민족이란 개념'을 인류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가치의 최우선의 가치로 추앙하고 주장하고 있는 사람들이 왜 같은 민족 구성원들의 인권문제는 이리도 소홀히 할 수 있는가. 북한주민이 굶어죽어가고 있다고, 그래서 북한정권이 하는 짓이 아무리 미워도 북한주민의 생존권적 인권을 위해 아무런 조건도 달지 말고 무조건 지원해주어야 한다고 하면서 왜 정작 그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인권문제에는 이토록 너그러울 수 있는가.

정부는 말을 하라. 북한주민들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이제는 말을 하라. 우리의 지원에 대한 댓가로써 북한주민의 인권개선에 대해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장래에 있을 북한과의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인권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할 때가 되었다. 그때 북한주민들이 우리가 굶어죽어가고 있을 때, 북한정권에 의해 북한주민들이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서 개죽음을 당하고 있을 때 동족인 너희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단순히 방관만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동족을 핍박하고 있는 정권을 지원하고 지원하지 않았느냐고 원망을 한다면 그땐 뭐라고 대답을 할 것인가. 이렇게 북한주민의 인권탄압에 대해 침묵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통일을 진정으로 방해하는 반통일적, 반민족적 행위라는 것이 본인의 판단이다.

정보가 부족하다고, 그럼 유엔인건위윈회가 정확하지 않는 정보에 바탕해서 대북한 인권결의안을 매년 통과시키고 있다는 뜻인데, 그렇다고 해도 정부의 기권은 잘못한 정책으로 비난 받아야 마땅하다. 왜냐하면 잘못되고 부정확한 정보에 기초해서 동족인 북한을 유엔차원에서 비난하는 것은 곧 우리 민족을 욕보이는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국가인권위원회) 판단대로 북한의 인권 탄압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그렇다면 당연히 우리가 먼저 나서서 결의안에 대해 기권이 아니라 저지를 해야할 것이다. 동족을 정확하지 않는 근거에 바탕해서 비난하는 국제사회에 대해 왜 저지하지 않고 침묵으로만 일관하는가.

어느 쪽이 되었던 정부의 유엔 대북한인권결의안 기권은 잘못된 것으로 두고두고 비난 받을 짓을 자초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둘째 : 일본의 반성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 비난할 수 있을까?
북한의 인권탄압을 해결하기 위해 동족으로써 그 어느 국가보다 더 많은 국력을 쏟아부어야할 우리가 정작 뒷짐지고 있는 모습은 북한주민들에게 남한에 대해 나쁜 인식을 심어주어 궁극적으로 통일을 방해하는 나쁜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국제적으로도 우리의 모습이 위선으로 보여질 것이고 이것은 또한 외교역량을 발휘하는 데에 있었어도 안좋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의 유엔상임이사국진출 저지로 상징되는 우리의 일본견제라는 국익(외교)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일본의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 시도를 반대하면서 그 주된 논리로 드는 것이 바로 과거 일본의 인권유린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부도덕한 태도를 들면서 이렇게 도덕적 흠결을 가지고 주변국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나라가 국제사회의 주도국(유엔 상임이사국)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고, 이 주장의 근거로 국제사회의 협력을 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 북한의 인권탄압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일본의 도덕적 타락에 대해 비판하고 다른 국가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즉, 이렇게 현존하는 (동족인)북한의 인권유린 행위를 비판하고 개선하려는 국제사회의 시도에는 협력하지 않으면서 일본이 지난 시절에 저지른 종군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비난할 자격이 있을 것인가. 일본의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 저지에 지지를 얻어야할 국가들이 '일본의 과거의 인권유린에 대해 비판하면서 지금 현존하는 북한의 인권유린에 대해서는 (동족이)왜 침묵하느냐'고 반문한다면 그땐 뭐라고 변명을 할 수 있을까? 상대방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그보다 더 도덕적으로 우위에 서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다.

정부는 일본의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 저지를 위해서라도 북한인권문제에 침묵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비판하기를 주저하지 말라.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적극 나서라
그 어느 국가보다 더 확고한 자세로 비판하고 견제하는 모습을 보여주어라. 단기적으론 남북관계가 지금보다 더 경색될 수도 있을 것이나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결코 나쁜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것이다.
북한주민들에겐 남한이 언제나 북한주민들의 편이라는 것을 알게하라. 상황이 그렇지 않아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남한은 동족으로 언제나 북한주민의 편이라는 것을 인식시켜 주는 것이 진정한 통일에로의 길을 여는 것이며 그리고 우리가 북한의 인권을 거론하는 것이 일본의 부도덕성을 비난함에 있어 우리 스스로 도덕적 우위에 서는 길이며 그것이 외교적으로 일본을 효과적으로 견제하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2005년 4월7일 중앙일보 디지털 국회에 올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