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오자키 2009. 6. 8. 20:16

법정의 <아름다운 마무리> (문학의 숲, 2008)를 읽었다. 이 책은 저자의 최근 수필집인데, 오래 전에 읽은 <무소유>보다 훨씬 내용에 깊이가 있고 표현이 아름다웠다.

 

이 책에서 느껴지는 저자는 승려라기보다는 지식인이고, 수도자라기보다는 취미인에 가깝다. 그 내용도 종교적이라기보다는 시사적, 인문학적 그리고 문학적이다. 수필들의 내용은 주로 자연, 삶의 지혜, 아름다움, 늙음과 죽음, 수행 등으로 다루어져 있다.

 

언뜻 보기에는 단순히 도덕적 이야기로 보이는 내용도 있지만, 결코 구시대적이고 비과학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예를 들어 ‘부자가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거의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것’(152쪽)이라고 하고, 또 ‘단순하고 간소한 생활’(188쪽)이 필요하다고도 하는데, 이것은 가쓰마 가즈요(勝間和代)의 ‘(호황기의) 과소비는 경기를 지나치게 자극하여 거품이 발생하는 요인이 됩니다(浪費は景氣を刺激しすぎてバブルを發生させてしまう要因になります)’ (<會社に人生を預けるな> 光文社, 101쪽)라는 지적과 일맥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삶의 지혜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도움되는 이야기들이 많다. 그 중 내가 특별히 감명 깊게 읽은 것은 시간에 관한 저자의 생각이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삶은 …(중락)… 그 순간들을 뜻있게 살면 된다. 삶이란 순간 순간의 존재다.’(41쪽)라고 말했고, 다른 글에서는 또 ‘삶은 과거나 미래에 있지 않고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살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88쪽)는 말에서 철학적 바탕을 보여 주고 있다. 시간은 현재만 존재하는 것이다. 미래는 아직 존재하지 않고, 과거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시간의 본질을 알아두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런 시간을 지혜롭게 사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일화도 소개하고 있다.

 

  어떤 수행자는 많은 일을 하면서도 한결같은 모습을 유지한다. 사람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물으면 이와 같이 대답한다.
  ‘나는 서 있을 때는 서 있고, 걸을 때는 걷고, 앉아 있을 대는 앉아 있고, 음식을 먹을 때는 그저 먹는답니다.’
  ‘그건 우리도 하는데요.’라고 질문자가 대꾸하자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아니지요, 당신들은 앉아 있을 때는 벌써 서 있고, 서 있을 때는 벌써 걸어갑니다. 걸어갈 때는 이미 목적지에 가고 있고요.’(85~86쪽)

 

지금 현재에 전력을 쏟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라는 것은 나도 알고 있지만, 나는 자꾸 딴 생각에 한눈을 팔게 되어 현재에 집중을 못한다.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두고두고 보고 싶은 책이다. 읽으면서 저자의 평화로운 마음을 느껴 나의 마음도 평안해 진다. 그러나 나는 한국어 책을 읽는 속도가 느리고, 읽고 싶은 책은 많다. 다시 읽고 싶은 책은 많이 있는데 지금까지 다시 읽은 책은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가 노년에 읽을 만한 책들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지금은 다시 볼 기회가 없더라도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