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공부

오자키 2009. 6. 16. 18:55

석사논문 심사를 받았을 때 지도교수님에게서 어떻게 그렇게 오타가 많으냐고 꾸지람을 들었다. 나의 논문 원고는 오타가 곳곳에 있어서 꽤 엉성하게 보였던 것이다. 나는 그 이유에 대해, 한국어를 읽는 속도가 느려서 교정 볼 때 오타를 잘 잡아내지 못한다고 변명했다.

 

정말 내가 한국어를 읽는 속도가 느린 것이 한국어로 글을 쓸 때 방해가 되고 있다. 이것은 글을 막 쓰고 있을 때보다 쓴 글을 퇴고할 때 걸림돌이 된다. 오타를 놓치는 것도 그렇지만, 구성이 어색한 부분을 잡아내지 못하는 것이 더 난처하다.

 

내가 글을 쓸 때 처음 쓴 글은, 구성도 잘 잡히지 않고, 불필요한 군더더기가 군데군데에서 흐름을 흐릿하게 만들고 있는가 하면, 설명이 부족해서 당돌한 느낌을 주는 부분도 있다. 원래 계획했던 내용과 전혀 무관한 이야기로 흘러 버리는 경우도 많다. 쓰다가 이게 아니다 싶을 때는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 가기 시작한 지점에서 모조리 지워 버리면 되는데, 그렇지 않을 때는 자기가 쓴 글을 문단마다 꼼꼼하게 읽으면서 고쳐야 한다.

 

그런데 글을 너무 길게 썼을 때는 교정하기가 어려워진다. 나중에 내가 쓴 글을 보면 중간에 전혀 관계 없는 내용들이 끼여 있거나, 이야기의 흐름이 휘청거리고 있을 때가 많다. 일본어로 쓸 때도 그런 경우가 많지만 그때는 바로 문제를 잡아내서 고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어에서는 그것이 잘 안 된다. 이런 나의 글을 보면, 원래 시원치 않은 머리가 두 배 세 배로 둔해진 듯한 느낌이다.

 

예를 들어, 지난 번에 이 블로그에서 ‘원어로 읽는 재미’를 썼을 때, 나중에 읽어 봤더니 글이 너무 거칠었다. 원래 수다쟁이 기질이 있는지, 글을 쓰면 길어지기 쉽다. 그런데 문제는 다시 읽으면서 내용을 고칠 때 나의 한국어 읽기 능력이 딸리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무슨 일을 했는가 하면, 블로그에 올린 글을 워드에 복사해서 종이에 뽑은 것을 읽었다. 그랬더니 어느 정도 매끄럽게 고칠 수 있었다.

 

왜 종이에 뽑았는가 하면, 종이에 쓰인 글자를 읽는 것이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 글자를 읽는 것보다 읽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여러분도 아마 모니터를 보면서 교정 봤을 때 종이에 쓴 것만큼 오타를 잘 잡아내지 못했던 경험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어떤 연구에 따르면 읽는 속도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 내가 지도교수님 앞에서 한 변명도 이런 지식이 배경에 있었다.

 

그래서 지금 나에게 부족한 것들 중 긴요한 것이 한국어를 읽는 능력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어로 글을 잘 쓰려면 한국어 책을 읽으면서 단어 한 마디 한 마디를 음미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한 특효약은 없는 것 같다. 단지 한국어 책들을 계속 읽는 것 외에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없다. 한국 사람이 쓴 책을 읽고 그 표현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면, 자신의 글을 읽고 그것이 딱딱하고 서투르다는 것도 느낄 수 있다. 뛰어난 저자가 쓴 글은 읽으면 읽을수록 감칠맛이 나는데, 내가 쓴 글은 읽으면 읽을수록 어색한 부분이 눈에 뛴다.

 

얼마 전에 어떤 분과 식사를 하면서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분은 논술과 같은 글쓰기 지도를 받은 적이 없어서 자신이 쓴 글을 나중에 읽어 보면 정말 서툴러서 한심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나는 대답했다. 자신이 쓴 글이 서투르다고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문장 지도가 된다고. 나의 아버지는 글쓰기를 좋아해서 꽤 많이 쓰기는 쓰는데 문제는 자기가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는 데 있다. 그러나 그 글들은 구성이 엉성하고 핵심이 모호해서, 어느 일정한 수준에도 도달하지 못한다. 아직 논술 지도를 받기 전인 고등학생이 쓰는 글과 비슷하다.

 

나의 문제는, 한국어로 글을 쓸 때는 내가 쓴 글이 서투르다고 느낄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쓰고 나서 한참 지나야 어색하거나 이상한 부분이 점점 보이기 시작한다. 때로는 1년이 지나도록 안 보일 때도 있다. 그 동안 계속 그 글이 한국사람들 눈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글을 쓰려면 어느 정도 얼굴이 두꺼워야 한다.

 

그래서, 자신이 쓴 글이 서투르다고 느길 수 있다면 그것이 문장 지도가 된다고 내가 한 말은 나 자신에게로 돌아와 버렸다. 내가 쓴 글이 서투르다는 것을 느끼려면 더 많은 한국 책들을 읽어야겠다.

교수님도 한국어 공부에대해 고민을 하신다니 신기해요..^^ 가끔 한국어 하시는거 들으면 정말 능숙하시던데..^^ 지난 1학기 수업 감사했습니다. 방학기간 푹~쉬시구요 2학기 수업도 기대하겠습니다~^^
한국어는 어려워요~^^; 미로미로님도 즐거운 방학을 보내시고요, 다음 학기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