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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키 2009. 6. 16. 20:35

어제 아침의 꿈이다.


나는 다리 위를 걷고 있었다. 이 다리는 큰 강 위에 놓여 있는데, 차도 옆에 인도가 있었고, 인도에서는 사람들이 걸어 다니기거나 자전거로 오가고 있었다. 그 다리는 나의 고향에 있는 하쓰카리바시(初雁橋) 같기도 하고, 신도림동과 신정동을 잇는 오금교 같기도 했다.


그 다리를 서쪽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서쪽 하늘에는 새까만 구름덩어리 몇 개가 떠 있었고, 그 구름들 밑에는 그을린 레이스 커튼처럼 비가 내리는 것이 거무스름하게 보였다. 서늘하고 습기를 머금은 바람도 불어 오기 시작했다. 이제 곧 여기도 소나기가 올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구름들의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아니나 다를까 곧 큰 빗방울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한 다방인가 식당인가 하는 가게로 들어갔다. 그곳은 지하에 있었고, 백열등의 노르스름한 빛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가게 내부는 서양 동화에나 나올 법한, 통나무 기둥과 대들보들이 들어나 있는 디자인이었고, 계단 밑에서는 주인처럼 보이는 남자가 손님들에게 인사하면서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내가 주인의 모습을 사진에 찍었더니, ‘사진 찍으려면 양해를 구하셔야죠.’라고 하니까 ‘사진 찍을게요.’라고 말하며 몇 장 더 찍었다.


밖에서는 요란한 빗소리와 함께 천둥 소리도 들렸다. 거대한 바위가 굴러가는 것 같은 소리였다. 비는 점점 거세지고 있었고, 어느 새 가게 내부에서도 물이 차기 시작했다. 가게는 계단을 내려가서 오른쪽으로 내리막길인 동굴로 이어져 있었는데, 거기서 점점 물이 올라 온 것이었다.


동굴 쪽의 통로 가운데 바위가 있었고, 그 위에 도사처럼 보이는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런데 물이 밀려 오면서 그 바위가 물에 둘러싸여 그는 바위 위에서 고립되고 말았다. 자기가 고립된 것을 보고 당황하는 모습이었는데, 그렇다고 그는 바위에서 내리려고 하지는 않았다. 나는 그 남자의 모습도 사진에 찍었다.


계단의 바로 정면은 바깥으로 뚫려 있었고, 그 앞은 포장된 도로였다. 다니는 차는 없었고, 길바닥은 억수 같은 빗발 때문에 뽀얀 물보라로 덮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 소나기의 짙은 습기가 가게 내부에도 들어와 있었다.


빗발은 곧 약해지면서 햇볕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혹시 무지개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도로로 나왔다. 짙은 습기 때문에 옷이나 바지가 끈적끈적하게 몸에 달라붙었다. 생각했던 대로 오른쪽 하늘에 무지개가 환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무지개의 바깥 부분은 파란 빛이 아니라 검정색이었다. 나는 그 신기한 무지개를 사진에 담았다.


무지개는 곳곳에 떠 있었고, 심지어는 건물 앞의 빈터에서도 무지개가 떠 있었다. 무지개들은 다 먹은 수박 겉의 단면과 비슷한 색깔이었다. 그 무지개들도 모두 사진에 담아냈다.


내가 찍은 많은 신기한 사진들을 여러분에게 보여 드리고 싶지만, 아쉽게도 꿈에서 돌아올 때 다 두고 와 버렸다. 다음에 꿈에서 사진을 찍으면 꼭 가져 오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