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및 일본어 교육

오자키 2009. 6. 29. 19:37

시험 때면 심심치 않게 부정행위가 적발된다. 부정행위는 위험성이 매우 높은 학점 관리 방법이다. 적발되면 학업을 망치고 때로는 인생을 망칠 위험까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이 부정행위 유혹에 넘어가서 학업을 망치는 일을 막기 위해 어떤 방법을 써야 할지 고민했었다.


시험으로 알아볼 수 있는 실력으로는 아마도 질과 양 그리고 성품이 있을 것이다. 질이란 정확성과 지식의 양을 말한다. 대부분의 시험은 오로지 이 측면만을 조사한다. 답안을 다 쓰면 교실에서 나가도 좋다는 시험은 이런 시험이다. 양은 유창성을 말한다. 내가 하는 시험은 이것이다. 성품은 얼마나 착하고 예의바르며 정직한가 하는 것이다. 성품이 실력이라는 것은 좀 이상한 말이지만 대학에서는 인정받는 평가 요소인 것 같다.


성품 평가
성품을 평가 기준에 넣은 예는 장영희의 <내 생애 단 한번> (샘터, 2000)이라는 수필집에 수록된 «A+ 마음»이라는 글에서 보았다. 저자는 얼마 전에 타계한 서강대 영문과 교수이자 수필가다. 그의 수업에 병진이라는 학생이 있었는데, 영어 실력은 아주 높았지만 아쉽게도 발음이 엉망이어서 성적을 매길 때 B+와 A- 사이를 왔다갔다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아침 출근길에 신촌로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추운 날씨에 부채를 파는 할아버지에게서 필요하지도 않은 부채를 두 개나 사 준 병진의 모습을 목격했다. 추위에 떨면서 팔리지도 않는 잡동사니를 파는 할아버지를 도와주려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병진의 성적란에 A라고 써 넣었다.


이것은 평가 기준에 성품이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예다.


하지만 성품 평가는 장영희 교수와 같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제대로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간은 맑은 미소와 고운 말 그리고 친절한 행동 등에 호감을 느끼기 때문에, 그것을 연출하는 데 성공하면 성품 평가가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이것은 성품이 아니라 태도에 지나지 않는다.


전략적으로 호감을 주는 태도는 연출할 수 있다. 내가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정말 착하고 순수한 사람인 것처럼 행동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학생의 호감 가는 태도를 속임수가 아닐까 의심하는 나머지 정말 성품 좋은 학생에게 낮은 점수를 줄 가능성도 있다. 성실하게 한 일에 대해 혼 나거나 나쁜 점수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책에서도 가끔 보고, 나의 주변에서도 이따금 들을 수 있다.


성품 평가는 가장 형편 없는 기준이며, 학생은 거짓말을 하게 되기 쉽고, 교수는 학생을 의심하게 된다. 베테랑이면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을까? 아니다. 베테랑도 넘어간다. 그래서 이것은 실용성이 없는 평가 기준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나는 이런 평가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질적 평가
그 과목과 순수하게 관계된 평가는 질적 평가와 양적 평가, 이렇게 2가지밖에 없을 것이다.

 

질적 평가는 부정행위 유혹이 매우 강하다. 지식이 부족한 부분을 쪽지로 해결하려는 충동에 이기지 못하는 학생이 각 반에 반드시 1명 이상은 있다. 그래서 매 학기마다 시험 중에 쪽지를 몰래 보는 학생이 적발되어 크고 작은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강조하지만 이런 행위는 학문에 대한 배신 행위이며, 그 자리에서 제적당해도 학교를 탓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적 평가를 빼놓을 수는 없다. 부정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단속을 강화할 수밖에 없지만, 좀더 지혜롭게 부정행위를 막는 방법이 개발되면 좋겠다. 부정행위를 적발하는 것보다는 학생이 부정행위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막아 주는 것이 더 친절한 시험 감독 방법일 것이다.


양적 평가
그런데 양적 평가의 경우는 원리적으로 부정행위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채점자를 속이는 방법도 없다. 말하거나 쓴 것이 바로 자신의 실력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쪽지를 참조하는 것도 점수를 올리는 데 도움되기는커녕 참조하는 사이에 말하거나 쓸 기회를 놓치게 되므로, 시험 감독이 적발하지 않아도 쪽지 참조가 곧 점수 상실이 된다. 이것은 마치 달리기에서 어떤 방법을 써도 자신이 뛰는 속도보다 높은 속도를 낼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부정행위 유혹에서 학생을 보호하고, 또 부정행위를 한 학생 때문에 성실하게 배운 학생들이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와 같은 양적 평가가 꼭 필요한 것이다. 한 마디로, 양적 평가는 부정행위가 불가능한 시험인 것이다.


이것이 내가 어절수로 점수를 매기고 있는 이유다.